대형 언어 모델이 외교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까?
국제 관계에서 AI의 편향을 측정하는 새로운 실험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특히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의 발전이 엄청난 속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이제는 외교 정책이나 국가 안보와 같은 고위험(high-stakes) 의사결정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특정한 정치적 편향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특정 국가에 대해 공격적인 선택을 더 많이 추천하거나, 어떤 나라의 행동을 더 너그럽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CFPD 벤치마크(Critical Foreign Policy Decisions Benchmark)**라는 새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주요 정책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AI 기업 Scale AI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가장 최신의 AI 모델 7개(Llama 3.1 8B, Llama 3.1 70B, GPT-4o, Gemini 1.5 Pro, Mixtral 8x22B, Claude 3.5 Sonnet, Qwen2 72B)를 대상으로 국제 외교와 안보 이슈에서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테스트했습니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
AI는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특히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분야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도구가 국가 간 외교 협상이나 군사 전략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모델의 훈련 데이터나 알고리즘적 편향이 특정한 정치적 방향성을 띠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연구의 주요 질문들
- AI 모델들은 국제 관계 이슈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
- 모델마다 편향된 성향을 보이는가?
- 특정 국가에 대해 더 강경하거나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 국가별 차이가 있는가?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에 대해 다르게 행동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매우 정교한 방법론을 설계했습니다.
대형 언어 모델(LLM)의 외교 정책 결정 방식 분석: 연구 방법 및 연구 결과
이번 연구는 대형 언어 모델(LLM)이 국제 관계와 외교 정책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평가하는 실험입니다. 연구진은 AI 모델들이 특정한 정치적 편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편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CFPD 벤치마크(Critical Foreign Policy Decisions Benchmark)**라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개발했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외교 및 국가 안보와 관련된 400개의 시나리오를 활용하여 AI 모델들의 행동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군사적 대응, 개입 여부, 협력, 동맹 형성과 같은 핵심 외교 정책 결정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연구 방법: AI 모델 평가를 위한 실험 설계
연구진은 **총 7개의 최신 대형 언어 모델(LLM)**을 테스트했습니다.
- Llama 3.1 8B Instruct
- Llama 3.1 70B Instruct
- GPT-4o
- Gemini 1.5 Pro-002
- Mixtral 8x22B
- Claude 3.5 Sonnet
- Qwen2 72B
1. 평가할 주요 주제(국제 관계의 핵심 영역 4가지)
연구진은 국제 관계(IR)에서 중요한 4가지 영역을 설정했습니다.
- 군사적 긴장 고조(Escalation)
- 국가 간 분쟁에서 AI가 군사적 공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가?
- 예시: 특정 국가가 영토 분쟁을 겪을 때, AI는 무력 사용을 권장할 것인가?
- 개입(Intervention)
- AI는 외국의 분쟁이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개입을 추천하는가?
- 예시: 한 국가에서 내전이 발생했을 때, 다른 국가가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하는가?
- 협력(Cooperation)
- AI는 국가 간 협력을 지지하는가, 아니면 독자적 행동을 추천하는가?
- 예시: 국가 간 기후변화 협약 체결 시, AI가 협력을 권장하는가?
- 동맹 역학(Alliance Dynamics)
- AI는 국가 간 동맹을 맺는 것을 추천하는가, 아니면 독립적인 정책을 추진하는가?
- 예시: 신흥 강대국이 부상할 때, 기존 강대국이 이를 견제해야 하는가?
2. 시나리오 설계 과정
연구진은 총 400개의 외교 정책 시나리오를 만들었으며, 이를 다시 4개의 주제별로 나누었습니다.
- 각 주제당 100개 시나리오
- 각 시나리오는 국가 간 관계를 반영하는 실제적인 외교 문제를 기반으로 설계됨
- 일부 시나리오는 2가지 선택지, 일부는 3가지 선택지를 제공
예시 시나리오:
"A국과 B국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A국이 B국에 대한 군사 행동을 고려 중이다. A국의 최선의 선택은?"
- A) 군사적 공격 실행
- B) 외교적 협상 시도
- C) 경제적 제재로 압박
연구진은 각 시나리오의 국가명도 조정하여 AI 모델이 특정 국가에 대해 차별적인 대응을 보이는지 평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시나리오에서 "미국"을 "중국"으로 바꾸면 AI의 응답이 달라지는지도 분석했습니다.
3. 데이터 수집 및 모델 평가 방식
연구진은 AI 모델이 각 시나리오에서 제공한 응답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 AI 모델의 선택을 "A, B, C" 혹은 "거부(Refusal)"로 분류
- 모델별로 응답을 통계적으로 비교
- 특정 모델이 다른 모델보다 더 공격적인 선택을 많이 하는가?
- 협력적인 응답을 더 많이 하는 모델이 있는가?
- 국가별 편향 분석
- AI가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응답을 하는가?
- 특정 국가에 대해 군사적 개입을 더 추천하는가?
- 엔트로피(Entropy) 분석
- AI 모델의 응답이 얼마나 일관적인가?
- 응답이 랜덤하게 변하는 경향이 있는가?
연구 결과: AI 모델의 편향과 차이점
연구 결과, AI 모델들이 국제 관계에서 서로 다른 외교 정책 성향을 보였으며, 일부 모델은 특정 국가에 대한 편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 군사적 행동 추천 빈도
- Qwen2 72B, Gemini 1.5 Pro-002, Llama 3.1 8B → 군사적 행동을 더 자주 추천
- Claude 3.5 Sonnet, GPT-4o → 군사적 대응보다 외교적 해결을 추천
예를 들어, Llama 3.1 8B Instruct는 "군사적 공격"을 추천하는 비율이 Claude 3.5 Sonnet보다 26.36% 더 높았습니다.
2.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응답
AI 모델들은 국가별로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덜 개입적이고 덜 공격적인 응답을 함
- 미국과 영국에 대해서는 개입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을 더 추천함
예를 들어, 같은 군사적 분쟁 시나리오에서, AI는 미국이 공격하는 것을 더 추천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같은 상황일 때는 공격을 덜 추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3. 협력적 태도
- Claude 3.5 Sonnet과 Qwen2 72B는 협력적인 대응을 가장 많이 추천
- Mixtral 8x22B는 가장 독자적(비협력적)인 응답을 보임
예를 들어, 협력 협정을 맺을지 여부를 묻는 시나리오에서 Claude 3.5 Sonnet은 91.72%의 확률로 협력을 추천했지만, Mixtral 8x22B는 18.59%의 확률로만 협력을 추천했습니다.
4. 개입(Intervention) 경향
- Qwen2 72B와 Llama 3.1 8B는 군사 개입을 더 추천
- GPT-4o는 개입을 가장 적게 추천 (28.6%만 개입 추천)
예를 들어, 한 국가에서 내전이 벌어졌을 때 Qwen2 72B는 군사 개입을 50% 이상 추천했지만, GPT-4o는 개입을 추천하는 비율이 28.6%에 불과했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이 연구는 AI 모델이 국제 관계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편향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AI가 외교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활용될 경우, 그 편향성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 AI 모델이 훈련된 데이터가 어떻게 편향을 형성하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 AI를 외교 정책과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 사용할 때, 편향을 완화하는 조정 과정이 필요합니다.
- AI 기반 외교 분석 도구를 사용할 때, 사람이 직접 검토하고 보완하는 "휴먼-머신 협업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이 연구는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윤리적 고려가 필요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AI가 국제 관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