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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Kuppers (2025) - 포퓰리즘에서 말하는 '국민'이란 무엇일까? LCA로 보기

Dr. Julia 2025. 2. 14. 08:02

 

"The 'Return' of the People?" 논문 리뷰: 서구 유럽에서 대중 개념을 통한 포퓰리즘 이해하기

최근 몇 년 동안 포퓰리즘 연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일반 시민들이 포퓰리즘이 동원하는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Roni Küppers(2025)의 연구 *"The 'Return' of the People? Understanding Populism by Exploring Citizens' Conceptions of Peoplehood in Western Europe"*는 포퓰리즘을 넘어 '대중(peoplehood)'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한다.

이 논문은 단순히 포퓰리즘이 대중을 어떻게 동원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을 넘어, 일반 시민들이 '대중'을 어떻게 개념화하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저자는 기존의 변수 중심 연구(variable-centered approach)를 넘어 개인 중심 연구(person-centered approach)로 전환하며, 잠재 계층 분석(Latent Class Analysis, LCA)을 활용해 서구 유럽의 시민들이 공유하는 '대중' 개념의 주요 유형을 분류하고 그 정치적 영향을 분석한다.


연구 배경: 포퓰리즘과 대중 개념

포퓰리즘 연구는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을 하나의 담론적 현상(discursive phenomenon)으로 보고, 이를 이데올로기적 접근(ideational approach)을 통해 연구해왔다. Cas Mudde와 Cristóbal Rovira Kaltwasser(2017) 등이 제시한 이 접근법은 포퓰리즘을 *"순수한 대중(the pure people) 대 부패한 엘리트(the corrupt elite)의 대립"*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대중 개념 자체가 시민들 사이에서 어떻게 다양하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가진다.

Küppers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존의 연구가 가정하는 대중 개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보다 광범위한 개념인 '대중(peoplehood)'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에서 대중은 단순히 정치적 정체성이 아니라 국민성(nationhood), 시민권(citizenship), 주권(sovereignty)이라는 다차원적 요소가 얽힌 개념으로 분석된다.


연구 질문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요 질문을 다룬다:

  1. 서구 유럽의 시민들은 일관된 '대중' 개념을 가지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 개념들은 어떻게 유형화될 수 있는가?
  2. 이러한 대중 개념은 포퓰리즘 정당(특히 좌파 포퓰리즘과 우파 포퓰리즘)에 대한 지지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연구 방법론: 잠재 계층 분석(LCA)

1. 데이터 및 분석 방법

본 연구는 유럽 가치 연구(European Values Study, EVS) 5차 데이터(2017년)를 활용하여 서구 유럽 10개국 시민들의 태도를 분석한다. 기존 연구들이 포퓰리즘을 하나의 연속적 변수(anti-elitism, people-centrism, Manicheanism 등)로 측정했던 것과 달리, Küppers는 잠재 계층 분석(Latent Class Analysis, LCA)을 활용하여 시민들의 태도 패턴을 군집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2. '대중(peoplehood)' 개념의 세 가지 주요 차원

Küppers는 대중 개념을 분석하기 위해 세 가지 차원을 설정했다:

  1. 국민성(Nationhood): 시민들이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가?
  2. 시민권(Citizenship):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서 권리와 의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3. 주권(Sovereignty): 선거 참여, 정치적 관심도 등 민주적 과정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3. 대중 개념의 6가지 유형

LCA 분석을 통해 시민들의 대중 개념은 6가지 주요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유형특징

제한적 충성 시민(Restrictive Loyalist) 국가에 대한 강한 소속감, 보수적 가치, 제한적인 시민권 개념
포용적 충성 시민(Inclusive Loyalist) 국가에 대한 소속감은 크지만, 시민권 개념은 개방적
보수적 시민(Preservist) 정치적 참여 저조, 제한적 국민 개념, 국가 정체성 강조
비판적 시민(Critical Citizen) 적극적인 정치 참여, 포용적 시민권 개념, 엘리트에 대한 불신
순응적 시민(Conformist) 높은 법 준수 의식, 낮은 정치 관심, 전통적 시민 개념
탈정치 시민(Disengaged Citizen) 정치 무관심, 낮은 애국심, 국민 정체성에 대한 낮은 인식

이러한 유형들은 유럽 10개국에서 일관되게 발견되었으며, 특정 국가 및 문화적 배경에 따라 비율 차이가 존재했다.


주요 연구 결과

1. 포퓰리즘 지지와 대중 개념

  • 우파 포퓰리즘 지지층: 제한적 충성 시민보수적 시민이 우파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이들이 배타적인 국민 개념과 강한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 좌파 포퓰리즘 지지층: 비판적 시민이 좌파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 주류 정당 지지층: 주류 좌파 및 우파 정당 지지자들은 충성 시민 유형이 많았으며,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선호보다 정당의 전통적 이념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강했다.

2. 우파 포퓰리즘의 성공과 좌파 포퓰리즘의 한계

연구 결과는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제한적 충성 시민과 보수적 시민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반면, 좌파 포퓰리즘 정당은 특정 대중 개념과 강하게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우파 포퓰리즘은 기존의 국민 개념과 연계되며 강한 정치적 정체성을 형성하지만, 좌파 포퓰리즘은 보다 분산된 이념을 기반으로 하기에 결집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결론 및 시사점

Küppers의 연구는 포퓰리즘 연구에서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을 보완하는 '대중 개념' 중심의 새로운 분석틀을 제시한다. 특히 우파 포퓰리즘의 강한 지지층과 좌파 포퓰리즘의 상대적 약세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연구는 포퓰리즘이 단순한 정치적 전략이 아니라 시민들이 대중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연구에서 대중 개념과 정치적 동원의 관계를 더욱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성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