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어떤 의원은 토론을 걸고, 어떤 의원은 피할까?
👉 독일 연방의회의 3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 이 논문이 묻는 질문
국회의원(MP)들은 언제 동료에게 발언을 걸어 토론을 시도하고, 언제 그 제안을 피할까? 이 논문은 이런 의사소통의 전략적 선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합니다.
📌 핵심 키워드
- 담론(Discourse)
- 개입(Intervention, Zwischenfragen)
- 이념 차이
- 여야 관계
- 텍스트 데이터 분석
1️⃣ 선행연구 리뷰 📚
의회에서의 토론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정치인의 이미지 구축, 정당 간 갈등 표출, 정책 입장 신호 보내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와 관련한 선행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큰 흐름으로 나뉩니다.
🧩 (1) 의회 토론의 상호작용적 성격
- 의회는 단순히 발언자가 혼자 말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다른 의원들의 박수(applause), 야유(interjection), 개입(intervention) 등을 통해 쌍방향적(dialogical) 상호작용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 특히 Ilie(2003, 2010a, 2010b)는 이를 identity co-construction이라고 부르며, 의원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과 상대의 정치적 이미지를 구성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 Bull(2016)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청중 반응을 유도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구성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강조합니다.
📌 인용:
Ilie, C. (2010a). Identity co-construction in parliamentary discourse. In European Parliaments under Scrutiny.
Bull, P. (2016). Claps and claptrap: The analysis of speaker-audience interaction in political speeches.
Fetzer & Bull (2012). Doing leadership in political speech: Semantic processes and pragmatic inferences.
🧩 (2) 의원들의 전략적 발화
- 의원들은 자신이 유리한 시점에 발언을 하고, 발언 중에 타인의 개입을 유도하거나 차단하기도 합니다.
- 특히 Strøm(1997)은 의원들이 정책 목표, 재선 가능성, 커리어 advancement를 위해 전략적으로 발언한다고 설명합니다.
- Burkhardt(1995, 2004, 2020)는 개입(interventions)이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임을 보여줍니다.
📌 인용:
Strøm, K. (1997). Rules, reasons and routines: Legislative roles in parliamentary democracies.
Burkhardt, A. (1995). Zwischenfragen und Kurzdialoge im Bundestag.
Burkhardt, A. (2020). Zwischenrufe, Zwischenfragen, Kurzinterventionen.
🧩 (3) 누구의 목소리가 더 자주 들리는가?
- 젠더, 경력, 선출 방식 등 개인 특성도 의회 발화에 영향을 줍니다.
- 여성 의원은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비공식적 방해(interruptions)**를 경험하고, 발언권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Ash et al., 2024; Miller & Sutherland, 2023).
- 초선 의원보다 다선 의원이 개입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지역구에서 직접 선출된 의원들은 비례대표보다 담론에 더 적극적입니다 (Diener, 2024; Zittel et al., 2019).
📌 인용:
Ash, E. et al. (2024). Gender and reactions to speeches in German parliamentary debates.
Miller, M. G. & Sutherland, J. L. (2023). The effect of gender on interruptions at congressional hearings.
Zittel, T. et al. (2019). Geographic representation in party-dominated legislatures.
2️⃣ 이론적 틀: 두 단계 모델 🧩
Koch와 Küpfer는 의원 간 토론(discourse)이 형성되는 과정을 ‘초대’와 ‘응답’이라는 두 단계로 나눠서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누가 말을 많이 했는지를 넘어서,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걸고, 누가 그 요청을 수용하는지에 집중합니다.
🔹 1단계: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거는가?"
- 이 단계는 intervention의 시도를 다룹니다.
- 의원이 다른 의원에게 개입을 요청하는 것은 단순한 공격이 아닌 공개적인 대화의 요청입니다.
- 이때 의원은 **이념적 차이(ideological distance)**가 클수록 더 많이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Poljak, 2023; Küpfer et al., 2025).
- 또한, **야당(opposition)**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여당에게 더 자주 말을 겁니다 (Klüver & Spoon, 2020; Tuttnauer & Wegmann, 2022).
🧠 가설 H1a: 두 의원 간 이념 차이가 클수록, 개입 시도 확률이 높다.
🧠 가설 H2a: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에게 개입을 더 자주 시도한다.
📌 인용:
Küpfer, A. et al. (2025). The sound of party competition: How applause reflects unity, disagreement, and the electoral cycle in parliaments.
Poljak, Ž. (2023). Parties’ attack behaviour in parliaments.
Klüver, H., & Spoon, J.-J. (2020). Helping or hurting? How governing as a junior coalition partner influences electoral outcomes.
Tuttnauer, O., & Wegmann, S. (2022). Voting for votes: Opposition parties’ legislative activity and electoral outcomes.
🔹 2단계: "누가 요청을 수락하는가?"
- 개입 요청을 받은 의원은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 대화를 수락하거나, 👉 거부하고 발언을 계속함. - 하지만 수락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위험이 존재합니다.
→ 요청자는 준비가 되어 있으나, 요청을 받은 의원은 즉흥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이념 차이가 클수록 위험 부담이 커져, 개입 수락 확률이 낮아집니다 (Otjes & Louwerse, 2018).
- 특히 여당 의원은 야당의 공격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야당의 요청을 더 자주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도 제시됩니다.
🧠 가설 H1b: 이념 차이가 클수록, 요청 수락 확률은 낮다.
🧠 가설 H2b: 여당 의원은 야당의 개입 요청을 더 자주 거부한다.
📌 인용:
Otjes, S., & Louwerse, T. (2018). Parliamentary questions as strategic party tools.
Proksch, S.-O., & Slapin, J. B. (2012). Institutional foundations of legislative speech.
3️⃣ 데이터와 방법론 🔬
이 연구는 독일 연방의회(Bundestag)에서 이루어진 **개입 발언(Zwischenfragen)**을 중심으로, 의원 간의 담론이 언제 형성되고, 언제 회피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30년에 걸친 방대한 의사록을 바탕으로 총 14,595건의 개입 시도를 수집하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구축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학술적 기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 출처와 구조
✅ ① 분석 대상: Zwischenfragen (개입 질문)
- ‘Zwischenfragen’은 독일 연방의회에서 의원이 연설 중인 다른 의원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발언을 요청하는 공식 절차입니다.
- 발언 중인 의원은 개입 요청을 허락하거나 거절할 수 있으며, 그 여부가 회의록에 명시됩니다.
- 이 구조는 연구자가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걸었고, 누가 그것을 수락했는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 ② 분석 기간: 1990년 ~ 2020년
- 독일의회 12차부터 19차 입법기까지, 총 30년간의 데이터를 포함합니다.
- 총 14,595개의 개입 시도 중, 실제 허용된 비율은 약 83.8% (나머지 16.2%는 거절됨).
✅ ③ 자료 출처: GermaParl 코퍼스
- GermaParl은 독일 의회의 공식 회의록을 정리한 텍스트 데이터베이스입니다 (Blätte, 2020).
- 각 연설의 날짜, 연사, 소속 정당, 안건 번호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시간대별·정당별 분석이 가능합니다.
🛠️ 데이터 처리 및 전처리 방법
이 논문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텍스트 마이닝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데이터 자동화 처리 과정이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 ① 개입 시도 탐지 (Stage 1: 개입 요청 탐색)
- 연구진은 회의록 전체에서 “개입 시도”가 있었던 부분을 **패턴 인식 기반의 규칙(rule-based patterns)**으로 자동 탐지.
- 예: “Darf ich eine Zwischenfrage stellen?”(제가 질문해도 될까요?) 같은 문구를 중심으로 검색.
- 비언어적 개입 시도(예: 손 들기)를 반영한 표현까지 포함하여 탐지 정확도를 높임.
🧠 ② 개입 수락 여부 분류 (Stage 2: 수락/거절 여부 판단)
- “Bitte sehr.”, “Nein, ich möchte fortfahren.” 등 전형적인 수락·거절 문구를 분류해, 개입 요청의 성공 여부를 이진 변수로 코딩.
- 화자의 응답이 시작되었는지(스피커 교체 여부)를 기반으로 한 자동 식별 알고리즘도 추가됨.
🧾 ③ 의원 정보 연결: Named Entity Recognition (NER)
- 질문자와 연설자의 이름을 인식하고, Comparative Legislators Database (Göbel & Munzert, 2022)와 매칭해 정당, 여야, 성별, 경력 등 메타데이터 추가.
🧮 ④ 이념 차이 측정: Manifesto Project 데이터 활용
- Manifesto Research on Political Representation (Lehmann et al., 2024)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의원 간의 **이념 거리(0~6점 척도)**를 계산.
- 예: 자유민주당(FDP) 의원과 좌파당(Die Linke) 의원 간 거리는 약 5점 수준.
📈 분석 설계: 두 단계 추정 전략
이론적 틀에서 설명한 **‘초대’와 ‘응답’**이라는 두 단계 모델을 기반으로, 두 가지 회귀분석을 진행했습니다.
🔷 Step 1: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거는가?
- 데이터 단위: 연설 하나마다, 개입이 가능했던 모든 의원 쌍(MP dyads)을 생성 → 약 6천만 쌍!
- 모델: Poisson 회귀 (개입 시도 수는 count data이므로 적합)
- 종속변수: 특정 의원이 연설자에게 개입을 시도했는가 (0 또는 1)
- 독립변수:
- 이념 거리
- 야당 의원 → 여당 연설자 여부
- 의원 고정효과, 입법기 고정효과
🔷 Step 2: 누가 개입 요청을 받아들이는가?
- 데이터 단위: 실제로 개입이 시도된 14,595건
- 모델: 일반화 선형모형 (Generalized Linear Model, GLM)
- 종속변수: 개입이 허용되었는가 (0/1 이진변수)
- 독립변수: 동일하게
- 이념 거리
- 여당 연설자 vs. 야당 질문자
-
- 추가 설명변수 (성별, 경력, 선출방식 등)
🧪 추가 설명변수들
- 성별: 남성 의원 간 개입 시도가 더 활발 (Ash et al., 2024).
- 경력(tenure): 초선 의원이 개입을 더 자주 시도, 그러나 경력 있는 의원이 더 자주 수락.
- 직접선출 vs 비례대표: 직접선출 의원이 담론에 더 적극적.
- 거대연정 여부도 통제: CDU-SPD 간 연정 시에는 여야 구분이 덜 명확해질 수 있음.
📊 요약: 데이터와 방법론의 강점
분석대상 | 1990–2020년 Bundestag 개입 발언 (14,595건) |
핵심변수 | 이념 거리, 여야 관계, 개입 시도 여부, 수락 여부 |
모델 | Poisson 회귀 (개입 시도), GLM (수락 여부) |
데이터 출처 | GermaParl, Manifesto Project, Comparative Legislators DB |
자동화기술 | Named Entity Recognition, 규칙기반 텍스트 분류, 고정효과 모델 |
4️⃣ 주요 결과 📈
이 논문은 두 가지 질문에 답합니다:
-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가?
- 누가 그 말을 받아들이는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연구자는 두 단계 분석을 실시했고, 아래와 같은 정량적 결과와 해석을 제시합니다.
🔹 Step 1.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거는가? (개입 시도)
📊 이념 차이가 클수록, 개입 시도 확률은 높다
- 이념 거리 1점 증가당, 개입 시도 수는 평균적으로 1.32배 증가
- 즉, 정치적으로 멀리 떨어진 의원일수록 서로 말걸 확률이 높음
👉 예시: 좌파당(Die Linke) 의원이 우파인 기민당(CDU) 의원에게 개입 요청을 할 확률이, 같은 진영 내 의원에게 요청하는 것보다 훨씬 높음
✅ H1a 지지: 이념적으로 멀수록, 개입 시도 많아짐
📊 야당 → 여당 개입 시도는 훨씬 더 많다
- 야당 의원이 여당 연설자에게 개입 시도할 확률은 4.22배 더 높음
- 이는 여당이 제시하는 정책이나 의견에 대해 공개 비판을 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 가능
✅ H2a 지지: 야당 의원일수록 여당 의원에게 개입 시도를 많이 함
🔹 Step 2. 누가 개입 요청을 받아들이는가? (개입 수락)
📉 이념 차이가 클수록, 개입 수락 확률은 낮아진다
- 이념 거리가 1점일 때 개입 수락 확률: 약 96%
- 이념 거리가 5점일 때 수락 확률: 약 85%
- 이념적으로 멀수록, 연설자가 "No, I want to continue"라고 말하며 개입을 거절할 가능성이 커짐
✅ H1b 지지: 이념 차이가 클수록, 개입 수락 확률이 유의미하게 감소
❓ 여당 의원은 야당 개입 요청을 피하는가?
- 야당→여당 개입 시 수락 확률이 낮은 경향은 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음
- 따라서 정부 여당 의원들이 체계적으로 야당 개입을 거부한다고 보긴 어려움
⛔ H2b는 부분적으로만 지지됨: 효과 방향은 예상과 일치하지만 통계적으로 약함
📈 시각화된 결과 요약 (논문 Figure 5 기준)
0점 (동일 정당) | 낮음 | 매우 높음 (96% 이상) |
3점 | 중간 | 약 90% |
5점 이상 | 매우 높음 (개입 시도) | 낮음 (~85%) |
🔍 추가 설명변수 결과 (Figure 6 기준)
🧑🤝🧑 성별 (Gender)
- 남성 의원 쌍에서 개입 시도와 수락 모두 더 자주 발생
- 여성 의원은 여전히 개입을 시도하거나 받아들이는 비율이 낮음 → 젠더 기반 불균형 존재
📅 경력 (Tenure)
- 초선 의원: 개입을 더 자주 시도함 → 존재감 확보를 위한 전략
- 다선 의원: 개입 요청을 더 자주 수락함 → 토론에 자신감 있고, 위험 감수 가능
🗳️ 선출 방식 (Mandate type)
- **직접 선출된 지역구 의원(direct mandate)**은 비례대표(list mandate)보다 개입 시도·수락률이 모두 높음
📌 요약하면...
이념 차이 | 멀수록 개입 시도 증가, 수락 확률은 감소 | 공격은 적극적, 수용은 소극적 |
야당 vs 여당 | 야당이 더 많이 개입 시도 | 책임 없는 공격자의 전략 |
성별 | 남성 쌍에서 상호작용 많음 | 젠더 기반 발화 불균형 |
경력 | 초선은 개입 시도, 다선은 수락 경향 | 전략적 학습 및 경험의 효과 |
선출 방식 | 지역구 의원이 더 활발 | 지역구 유권자에게 ‘보여주기’ 전략 |
🎯 핵심 메시지 정리
🗣️ 의원들은 이념적으로 멀어질수록 서로 말은 더 자주 걸지만, 그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줄어든다.
이러한 발견은 오늘날의 정치에서 점점 더 심화되는 정당 간 분열과 양극화가 단지 ‘말싸움’의 증가가 아니라, 실제 ‘의미 있는 토론’의 회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