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주제: ‘정치 인플루언서(PSMI)’란 누구이며,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늘 소개할 논문은 LMU Munich의 Sophia Rothut 교수가 쓴 논문으로,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Promoting Politics: Political Social Media Influencers, Their Online Engagement, and Implications for Democracy” (2025,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이 논문은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는 정치 콘텐츠 기반 인플루언서들, 즉 Political Social Media Influencers (PSMIs)의 개념을 정리하고, 이들이 어떻게 정치 담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입니다. 특히 인플루언서 중에서도 중도적이거나 민주주의적 성향을 띤 이들과 더불어 극우 또는 극단주의 성향의 인플루언서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화에 영향을 주는지도 깊이 다루고 있어요.
🧩 선행연구 정리: 정치 인플루언서(PSMI) 연구, 어디까지 와 있나?
정치 인플루언서(PSMI: Political Social Media Influencer)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놀랍게도 2014년에서야 처음 등장했습니다 (Dubois & Gaffney, 2014).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디지털 공간에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폭증하면서, 이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논문들이 2022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아직까지도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 정의가 불명확하다: 어떤 연구는 ‘정치 관련 콘텐츠를 자주 다루는 사람’만을 PSMI로 간주하는 반면, 어떤 연구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다가 간헐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포함합니다 (Bause, 2021; Harff & Schmuck, 2023).
- 극단주의 PSMI에 대한 연구가 매우 적다: 110편 중 오직 18편(16%)만이 극우 또는 극좌 PSMI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대부분은 극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Frischlich, 2021; Wurst, 2022).
- 연구의 초점이 불균형하다: 메시지(message)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가장 많았고(n=52), 그 다음이 소스(source, n=29), 청중(audience, n=17) 순이었습니다. 특히 청중 중심 연구는 매우 드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Rothut는 기존 문헌을 세 가지 카테고리—source, message, audience—로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이 방식은 광고 분야에서 Stern(1994)이 제안한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차용한 것으로, 이후 Hudders et al. (2021)의 SMI(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연구에서 응용된 바 있습니다.
또한 팬데믹 시기에는 PSMI가 **허위 정보(misinformation)**를 확산시키는 주요 경로로도 작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Baker, 2022; Monaci & Persico, 2022).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적인 존재로 분석됩니다 (Topf & Williams, 2021).
최근 연구에서는 정치 참여의 디지털화와 함께, 인플루언서가 정치 동원(mobilization), 정치적 관심(interest), 그리고 민주주의적 가치 형성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실증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Dekoninck & Schmuck, 2022; Naderer, 2023; Wasike, 2023).
🧠 이론적 틀: PSMI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Sophia Rothut의 논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적 기여는, 정치 인플루언서를 단순한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의견지도자(opinion leader)**로 이해하는 시각입니다. 이때 활용된 이론적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 ‘의견지도자’ 이론 (Opinion Leadership)
가장 많이 활용된 이론은 **Lazarsfeld, Berelson & Gaudet (1944)**의 ‘의견지도자’ 개념입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대중매체보다 신뢰하는 사람의 말을 더 잘 따른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며, 커뮤니케이션이 ‘1단계(대중매체) → 2단계(의견지도자) → 대중’이라는 **이단계 흐름(two-step flow)**을 갖는다고 설명합니다.
PSMI는 바로 이 2단계에서 작동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의견지도자로 기능합니다.
“PSMI는 개인 팔로워에게 신뢰를 얻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디지털 의견지도자이다.” (Rothut, 2025)
특히 소셜미디어에서의 관계 형성 방식은 기존의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긴밀하고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2. 🫂 준사회적 관계(PSR: Parasocial Relationship)와 상호작용(PSI)
**Horton & Wohl (1956)**이 처음 소개한 준사회적 관계(PSR) 개념은, TV나 미디어 속 인물과 시청자가 심리적으로 친구 같은 관계를 느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 개념은 SNS 시대에 더욱 현실화되었죠.
이 PSR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도 더 쉽게 수용되며, 특정 인플루언서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Cheng et al., 2023). 이러한 맥락에서 **Stehr et al. (2015)**는 ‘준사회적 의견지도자(parasocial opinion leader)’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즉, PSR과 opinion leader가 결합한 형태입니다.
3. 🔍 신뢰와 정체성의 중요성
- 신뢰성(Credibility): 콘텐츠 내용보다도 인플루언서 개인에 대한 신뢰가 메시지 수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Harff & Schmuck, 2023).
- 유사성(Similarity): 팔로워는 자신과 유사한 가치관, 정체성, 배경을 지닌 인플루언서에게 더 쉽게 몰입합니다 (Naderer, 2023).
- 친밀감(Intimacy): 사적인 일상 공개는 정치 메시지를 더 친근하게 만들며, 신뢰와 수용 가능성을 높입니다 (Suuronen et al., 2022).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Elaboration Likelihood Model (Petty & Cacioppo, 1986)**의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 설득 메커니즘과 연결됩니다. 즉, 정치에 원래 관심이 없던 사람도, 친숙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된 인플루언서를 통해 정치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거죠.
📌 이론 정리 요약
Opinion Leadership | 정치 메시지를 2단계로 전달하는 영향력 있는 중개자 | Lazarsfeld et al. (1944) |
PSR/PSI | 팔로워가 인플루언서에게 감정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현상 | Horton & Wohl (1956); Stehr et al. (2015) |
Parasocial Opinion Leader | 친밀한 준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정치적 설득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 | Stehr et al. (2015) |
Similarity & Intimacy | 유사성과 친밀함은 정치 메시지의 수용 가능성을 높인다 | Naderer (2023); Suuronen et al. (2022) |
Trust & Credibility | 콘텐츠보다 개인에 대한 신뢰가 핵심 설득 요인 | Harff & Schmuck (2023) |
ELM 모델 | 관심 낮은 대중도 주변 경로로 메시지를 수용 | Petty & Cacioppo (1986) |
🧑💻 도대체 PSMI란 누구일까? ― '정치 인플루언서'의 개념 정리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틱톡을 보다 보면, 예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화장품을 리뷰하던 인플루언서가 어느 날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입장을 밝히거나, ‘지방자치 조례’ 같은 정책 이슈를 다루는 콘텐츠를 올리기도 하죠. 바로 이런 사람들이 오늘의 주인공, **정치 인플루언서(PSMI)**입니다.
하지만, Rothut가 강조하듯 PSMI는 아직까지도 통일된 정의 없이 모호하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연구자들은 제각각 다르게 이들을 정의해왔죠.
📌 PSMI의 공통된 핵심 특징들
논문에서 정리된 여러 정의를 바탕으로 보면, PSMI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개인이 중심이다
대부분은 조직이나 기관이 아닌, SNS상에서 개인으로 활동하는 ‘1인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 정치 콘텐츠를 다룬다
이들은 단순히 패션이나 여행 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합니다. 그 강도는 다음과 같이 다양합니다:- 가끔 정치 이야기를 섞는 일상 중심 인플루언서
- 선택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활동가형 인플루언서
- 정치 정보 전달을 중심에 두는 교육형 인플루언서
- 명확한 정치운동 목적을 가진 전투적 활동가형 인플루언서
-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치 콘텐츠를 통해 본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알리고, 팔로워와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를 맺습니다. - 정치적 설득력을 지닌 ‘의견 지도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팔로워의 정치적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촉진자가 될 수 있습니다 (Lazarsfeld et al., 1944; Stehr et al., 2015). - 플랫폼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 다양한 SNS 채널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플랫폼 알고리즘을 이해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최대한 퍼뜨립니다 (Maly, 2020).
🔬 연구 방법론: 이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연구했을까?
Sophia Rothut는 지금까지의 개념 혼란을 정리하고자 체계적 문헌 리뷰(Systematic Literature Review) 방법을 사용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PSMI 연구의 '정리된 지도'를 그리기 위한 첫 단계로, 굉장히 구조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 분석 대상: 110편의 학술 논문
- 먼저, 4개의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 쿼리를 설계했습니다.
- 검색 쿼리는 다음 두 가지 블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 (1a) 정치 관련 키워드 (예: politics, democracy, activism)
- (1b) 급진주의/극단주의 관련 키워드 (예: far-right, radical, extremist)
- (2) 인플루언서 관련 키워드 (예: influencer, creator, SMI 등)
- 총 1,464개의 논문을 수집한 뒤, 제목과 초록을 기준으로 선별 작업을 실시하여 최종적으로 110편의 논문을 분석 대상으로 확정했습니다.
2️⃣ 자료 분석 방식: 정량 + 정성 통합적 접근
- 카테고리화된 코딩 스킴을 사용해 각 논문을 다음 세 가지 차원에서 분류했습니다:
- Source: PSMI가 누구인가? (정의, 특성, 이론적 접근 등)
- Message: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하는가?
- Audience: 누가 이 콘텐츠를 소비하며 어떤 영향을 받는가?
- 이 카테고리 체계는 Hudders et al. (2021)이 제안한 광고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차용한 구조입니다 (Stern, 1994 참조).
- 정량적 분석: 연구 주제, 연구 설계, 사용된 이론, 플랫폼 유형 등을 수치화하여 전체적인 경향을 파악했습니다.
- 예: Twitter를 연구한 논문 수 = 47편 / TikTok 관련 논문은 단 2편
- 정성적 분석: 논문 전체를 꼼꼼히 읽어 이론적 틀, 개념 정의, 메시지 전략 등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 코딩 신뢰도 확보: 일부(n=22)는 다른 연구자와 **이중 코딩(intercoder reliability)**을 수행하여 평균 94%의 일치율, Krippendorff's α는 0.79~1.00을 기록했습니다.
- 전체 분석 자료는 OSF(Open Science Foundation)에 공개되어 있어 재현성도 높습니다. → 링크: https://osf.io/udmv4
📊 연구 결과 정리: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다뤘는가?
- 중심적으로 PSMI만 다룬 논문: 40편 (36%)
- 극단주의(주로 극우) PSMI를 다룬 논문: 18편 (16%)
- 메시지 중심 연구: 52편 (가장 많음)
- 청중 중심 연구: 단 17편 (아직 매우 부족함)
- 컴퓨테이셔널 방법 사용: 34편 (네트워크 분석, NLP 기반 콘텐츠 분석 등)
📝 마무리: 이들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다
Rothut는 PSMI를 단순히 ‘정치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디지털 시대의 **의견 지도자(opinion leader)**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팔로워와의 준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정체성과 신뢰를 쌓고, 점점 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죠.
또한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축으로 연구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이들은 누구이며(source), 어떤 배경과 정체성을 갖는가?
-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message) 전달하는가?
- 누가 이를 소비하며(audience) 어떤 영향을 받는가?
이 세 가지 틀은 앞으로 PSMI를 연구할 학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분석 프레임으로,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