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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분석/정치학] Rothut (2025) ‘정치 인플루언서(PSMI)’란 누구인가?

Dr. Julia 2025. 6. 26. 13:06

🔍 오늘의 주제: ‘정치 인플루언서(PSMI)’란 누구이며,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늘 소개할 논문은 LMU Munich의 Sophia Rothut 교수가 쓴 논문으로,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Promoting Politics: Political Social Media Influencers, Their Online Engagement, and Implications for Democracy” (2025,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이 논문은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는 정치 콘텐츠 기반 인플루언서들, 즉 Political Social Media Influencers (PSMIs)의 개념을 정리하고, 이들이 어떻게 정치 담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입니다. 특히 인플루언서 중에서도 중도적이거나 민주주의적 성향을 띤 이들과 더불어 극우 또는 극단주의 성향의 인플루언서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화에 영향을 주는지도 깊이 다루고 있어요.

🧩 선행연구 정리: 정치 인플루언서(PSMI) 연구, 어디까지 와 있나?

정치 인플루언서(PSMI: Political Social Media Influencer)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놀랍게도 2014년에서야 처음 등장했습니다 (Dubois & Gaffney, 2014).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디지털 공간에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폭증하면서, 이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논문들이 2022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아직까지도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 정의가 불명확하다: 어떤 연구는 ‘정치 관련 콘텐츠를 자주 다루는 사람’만을 PSMI로 간주하는 반면, 어떤 연구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다가 간헐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포함합니다 (Bause, 2021; Harff & Schmuck, 2023).
  • 극단주의 PSMI에 대한 연구가 매우 적다: 110편 중 오직 18편(16%)만이 극우 또는 극좌 PSMI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대부분은 극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Frischlich, 2021; Wurst, 2022).
  • 연구의 초점이 불균형하다: 메시지(message)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가장 많았고(n=52), 그 다음이 소스(source, n=29), 청중(audience, n=17) 순이었습니다. 특히 청중 중심 연구는 매우 드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Rothut는 기존 문헌을 세 가지 카테고리—source, message, audience—로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이 방식은 광고 분야에서 Stern(1994)이 제안한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차용한 것으로, 이후 Hudders et al. (2021)의 SMI(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연구에서 응용된 바 있습니다.

또한 팬데믹 시기에는 PSMI가 **허위 정보(misinformation)**를 확산시키는 주요 경로로도 작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Baker, 2022; Monaci & Persico, 2022).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적인 존재로 분석됩니다 (Topf & Williams, 2021).

최근 연구에서는 정치 참여의 디지털화와 함께, 인플루언서가 정치 동원(mobilization), 정치적 관심(interest), 그리고 민주주의적 가치 형성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실증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Dekoninck & Schmuck, 2022; Naderer, 2023; Wasike, 2023).


🧠 이론적 틀: PSMI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Sophia Rothut의 논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적 기여는, 정치 인플루언서를 단순한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의견지도자(opinion leader)**로 이해하는 시각입니다. 이때 활용된 이론적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 ‘의견지도자’ 이론 (Opinion Leadership)

가장 많이 활용된 이론은 **Lazarsfeld, Berelson & Gaudet (1944)**의 ‘의견지도자’ 개념입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대중매체보다 신뢰하는 사람의 말을 더 잘 따른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며, 커뮤니케이션이 ‘1단계(대중매체) → 2단계(의견지도자) → 대중’이라는 **이단계 흐름(two-step flow)**을 갖는다고 설명합니다.

PSMI는 바로 이 2단계에서 작동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의견지도자로 기능합니다.

“PSMI는 개인 팔로워에게 신뢰를 얻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디지털 의견지도자이다.” (Rothut, 2025)

특히 소셜미디어에서의 관계 형성 방식은 기존의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긴밀하고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2. 🫂 준사회적 관계(PSR: Parasocial Relationship)와 상호작용(PSI)

**Horton & Wohl (1956)**이 처음 소개한 준사회적 관계(PSR) 개념은, TV나 미디어 속 인물과 시청자가 심리적으로 친구 같은 관계를 느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 개념은 SNS 시대에 더욱 현실화되었죠.

이 PSR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도 더 쉽게 수용되며, 특정 인플루언서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Cheng et al., 2023). 이러한 맥락에서 **Stehr et al. (2015)**는 ‘준사회적 의견지도자(parasocial opinion leader)’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즉, PSR과 opinion leader가 결합한 형태입니다.

3. 🔍 신뢰와 정체성의 중요성

  • 신뢰성(Credibility): 콘텐츠 내용보다도 인플루언서 개인에 대한 신뢰가 메시지 수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Harff & Schmuck, 2023).
  • 유사성(Similarity): 팔로워는 자신과 유사한 가치관, 정체성, 배경을 지닌 인플루언서에게 더 쉽게 몰입합니다 (Naderer, 2023).
  • 친밀감(Intimacy): 사적인 일상 공개는 정치 메시지를 더 친근하게 만들며, 신뢰와 수용 가능성을 높입니다 (Suuronen et al., 2022).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Elaboration Likelihood Model (Petty & Cacioppo, 1986)**의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 설득 메커니즘과 연결됩니다. 즉, 정치에 원래 관심이 없던 사람도, 친숙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된 인플루언서를 통해 정치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거죠.


📌 이론 정리 요약

개념설명주요 인용
Opinion Leadership 정치 메시지를 2단계로 전달하는 영향력 있는 중개자 Lazarsfeld et al. (1944)
PSR/PSI 팔로워가 인플루언서에게 감정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현상 Horton & Wohl (1956); Stehr et al. (2015)
Parasocial Opinion Leader 친밀한 준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정치적 설득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 Stehr et al. (2015)
Similarity & Intimacy 유사성과 친밀함은 정치 메시지의 수용 가능성을 높인다 Naderer (2023); Suuronen et al. (2022)
Trust & Credibility 콘텐츠보다 개인에 대한 신뢰가 핵심 설득 요인 Harff & Schmuck (2023)
ELM 모델 관심 낮은 대중도 주변 경로로 메시지를 수용 Petty & Cacioppo (1986)
 

🧑‍💻 도대체 PSMI란 누구일까? ― '정치 인플루언서'의 개념 정리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틱톡을 보다 보면, 예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화장품을 리뷰하던 인플루언서가 어느 날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입장을 밝히거나, ‘지방자치 조례’ 같은 정책 이슈를 다루는 콘텐츠를 올리기도 하죠. 바로 이런 사람들이 오늘의 주인공, **정치 인플루언서(PSMI)**입니다.

하지만, Rothut가 강조하듯 PSMI는 아직까지도 통일된 정의 없이 모호하게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연구자들은 제각각 다르게 이들을 정의해왔죠.

📌 PSMI의 공통된 핵심 특징들

논문에서 정리된 여러 정의를 바탕으로 보면, PSMI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1. 개인이 중심이다
    대부분은 조직이나 기관이 아닌, SNS상에서 개인으로 활동하는 ‘1인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2. 정치 콘텐츠를 다룬다
    이들은 단순히 패션이나 여행 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합니다. 그 강도는 다음과 같이 다양합니다:
    • 가끔 정치 이야기를 섞는 일상 중심 인플루언서
    • 선택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활동가형 인플루언서
    • 정치 정보 전달을 중심에 두는 교육형 인플루언서
    • 명확한 정치운동 목적을 가진 전투적 활동가형 인플루언서
  3.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치 콘텐츠를 통해 본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알리고, 팔로워와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를 맺습니다.
  4. 정치적 설득력을 지닌 ‘의견 지도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팔로워의 정치적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촉진자가 될 수 있습니다 (Lazarsfeld et al., 1944; Stehr et al., 2015).
  5. 플랫폼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 다양한 SNS 채널을 넘나들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플랫폼 알고리즘을 이해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최대한 퍼뜨립니다 (Maly, 2020).

🔬 연구 방법론: 이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연구했을까?

Sophia Rothut는 지금까지의 개념 혼란을 정리하고자 체계적 문헌 리뷰(Systematic Literature Review) 방법을 사용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PSMI 연구의 '정리된 지도'를 그리기 위한 첫 단계로, 굉장히 구조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 분석 대상: 110편의 학술 논문

  • 먼저, 4개의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 쿼리를 설계했습니다.
  • 검색 쿼리는 다음 두 가지 블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 (1a) 정치 관련 키워드 (예: politics, democracy, activism)
    • (1b) 급진주의/극단주의 관련 키워드 (예: far-right, radical, extremist)
    • (2) 인플루언서 관련 키워드 (예: influencer, creator, SMI 등)
  • 1,464개의 논문을 수집한 뒤, 제목과 초록을 기준으로 선별 작업을 실시하여 최종적으로 110편의 논문을 분석 대상으로 확정했습니다.

2️⃣ 자료 분석 방식: 정량 + 정성 통합적 접근

  • 카테고리화된 코딩 스킴을 사용해 각 논문을 다음 세 가지 차원에서 분류했습니다:
    • Source: PSMI가 누구인가? (정의, 특성, 이론적 접근 등)
    • Message: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하는가?
    • Audience: 누가 이 콘텐츠를 소비하며 어떤 영향을 받는가?
  • 이 카테고리 체계는 Hudders et al. (2021)이 제안한 광고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차용한 구조입니다 (Stern, 1994 참조).
  • 정량적 분석: 연구 주제, 연구 설계, 사용된 이론, 플랫폼 유형 등을 수치화하여 전체적인 경향을 파악했습니다.
    • 예: Twitter를 연구한 논문 수 = 47편 / TikTok 관련 논문은 단 2편
  • 정성적 분석: 논문 전체를 꼼꼼히 읽어 이론적 틀, 개념 정의, 메시지 전략 등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 코딩 신뢰도 확보: 일부(n=22)는 다른 연구자와 **이중 코딩(intercoder reliability)**을 수행하여 평균 94%의 일치율, Krippendorff's α는 0.79~1.00을 기록했습니다.
  • 전체 분석 자료는 OSF(Open Science Foundation)에 공개되어 있어 재현성도 높습니다. → 링크: https://osf.io/udmv4

📊 연구 결과 정리: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다뤘는가?

  • 중심적으로 PSMI만 다룬 논문: 40편 (36%)
  • 극단주의(주로 극우) PSMI를 다룬 논문: 18편 (16%)
  • 메시지 중심 연구: 52편 (가장 많음)
  • 청중 중심 연구: 단 17편 (아직 매우 부족함)
  • 컴퓨테이셔널 방법 사용: 34편 (네트워크 분석, NLP 기반 콘텐츠 분석 등)

📝 마무리: 이들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다

Rothut는 PSMI를 단순히 ‘정치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디지털 시대의 **의견 지도자(opinion leader)**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팔로워와의 준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정체성과 신뢰를 쌓고, 점점 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죠.

또한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축으로 연구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이들은 누구이며(source), 어떤 배경과 정체성을 갖는가?
  2.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message) 전달하는가?
  3. 누가 이를 소비하며(audience) 어떤 영향을 받는가?

이 세 가지 틀은 앞으로 PSMI를 연구할 학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분석 프레임으로,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