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정당은 그렇게 많은 공약을 하는 걸까?
– 선거 공약을 통한 신뢰 전략의 정치학
정당들이 선거 때마다 수많은 공약을 쏟아냅니다. 그런데 그 공약들 중 일부는 선거 이후 지켜지지 않기도 하고, 실제로 공약을 어긴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벌을 받기도 하죠. 그렇다면 왜 정당은 이렇게 위험부담이 큰 “공약 남발”을 계속하는 걸까요?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의 정치학자 Mathias Bukh Vestergaard는 바로 이 질문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11개 나라의 수십 년간의 정당 선거 공약을 분석해, 정당이 공약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 정당은 왜 공약을 하는가?
정당이 선거 때 내놓는 공약은 단순한 정치적 주장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선거 공약은 정당이 “미래에 반드시 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유권자에게 강한 책임감(responsibility)을 내보이는 약속입니다. 이런 공약은 나중에 지켜지지 않을 경우 유권자에게 강한 실망을 안겨줄 수 있고, 실제로 정당은 공약을 어졌을 때 표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Matthieß, 2020).
그런데도 왜 정당들은 스스로에게 족쇄가 될 수도 있는 ‘공약’을 대량으로 할까요?
📚 공약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신뢰 신호”다
Vestergaard는 공약이 일종의 “비용이 큰 신호(costly signal)”라고 봅니다. 즉, 정당이 단순히 “우리는 A를 지지한다”는 애매한 표현이 아니라, “A를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이고 강한 의무를 표현할 때, 유권자들은 그 정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권자들은 공약을 보면 정당이 그 정책을 실제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게 되죠 (Bonilla, 2022).
이런 맥락에서, 공약은 유권자에게 정당의 정책 진정성을 전달하는 수단이며, 다른 정당과 차별화된 ‘신뢰의 신호’를 보내는 전략인 셈입니다.
🔁 하지만 공약은 위험도 크다
이론적으로, 공약을 많이 하면 유권자에게 책임감 있는 정당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생깁니다.
- 선거 후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길어지고 복잡해질 수 있음 (Golder, 2010; Bäck et al., 2024)
-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나 외부 사건으로 공약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음 (Praprotnik, 2017b)
- 다른 정당과의 정책 타협이 필요해 공약을 포기하게 될 수 있음 (Martin & Vanberg, 2011)
실제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평균적으로 공약 중 약 1/3은 지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Thomson et al., 2017). 공약이 깨졌을 때 유권자들은 실망하고, 언론 보도도 부정적으로 이어지며,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도 커지죠 (Naurin, Soroka, et al., 2019; Matthieß, 2020; Duval, 2019).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공약을 하는가?
바로 정치 환경의 변화 때문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서구 민주주의에서 나타난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권자들이 정당에 덜 충성하게 되었고, 선거 막판에 지지 정당을 바꾸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Dassonneville, 2022; Mair, 2013).
- 전통적인 계급 기반 정당 지지 구조가 약화되었습니다 (Dalton, 2002; Inglehart, 1997).
- 새로운 소규모 정당들이 등장해 기존 정당의 입지를 위협하게 되었습니다 (De Vries & Hobolt, 2020; Meguid, 2005).
- 정당들이 점점 더 다양한 이슈에서 서로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Green-Pedersen, 2007; Green-Pedersen & Mortensen, 2010).
이러한 변화는 정당이 이전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환경에서 선거 경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유권자들은 충성도가 약하고, 경쟁 정당도 많고, 이슈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정당들은 자신의 정책을 얼마나 진지하게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정당은 **“우리는 이 정책을 정말 실행할 겁니다”**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공약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죠.
📉 예전보다 공약이 많아진 이유는?
오늘날의 정당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공약을 내세웁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당들은 10개 문장 중 1개 정도만 공약이었는데, 2019년이 되면 5개 중 1개 꼴로 공약을 하고 있습니다. 왜 정당들은 공약을 더 많이 하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단순히 정당이 욕심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정치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Vestergaard는 이런 추세를 ‘시간 흐름(time trend)’ 효과로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큰 변화가 공약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① 유권자의 충성도가 약해졌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에 오랫동안 충성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보수당 지지자면 자녀도 보수당을 지지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유권자들이 점점 더 ‘이동성(mobility)’을 보입니다. 선거 때마다 정당을 바꾸고, 심지어 선거 직전 며칠 전에야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Box-Steffensmeier et al., 2015; Irwin & Van Holsteyn, 2008).
이렇게 충성도 낮고 예측 불가능한 유권자들에게 ‘우리 정당을 믿어도 된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기 위해, 정당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공약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Dassonneville, 2022; Mair, 2013).
② 전통적인 정당-유권자 연결이 약화되었다
사회 구조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해줬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 계급은 사회민주당을, 기업가는 자유당을 지지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이런 구조가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Inglehart, 1997; Dalton, 2002; Kriesi et al., 2006). 대신 정당들은 유권자 개개인의 이슈 관심사나 태도에 맞춰 유연한 이슈 경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공약을 더 명확히 내세우게 된 것이죠.
③ 새로운 정당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녹색당, 극우 정당, 지역주의 정당 등 이른바 ‘비주류 정당(niche parties)’의 등장은 기존 주류 정당에게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Meguid, 2005; De Vries & Hobolt, 2020). 이 정당들은 특정 이슈에 강한 입장을 취하며 "우리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기존 정당들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 공약을 더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도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룰 겁니다”라는 메시지를 공약이라는 형식으로 보내는 것이죠.
🧠 왜 공약은 '과잉'이 아니라 '전략'인가?
Vestergaard는 이처럼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정당들이 공약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정당은 유권자에게 더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과거보다 더 많은 공약을 내세운다. 이는 정치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의 환경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공약을 많이 하면 나중에 제약이 많아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은 지금 당장 유권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공약 전략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약이 늘어난 배경에는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라, 불확실한 유권자 행동, 해체된 정당-사회 연결망, 그리고 치열한 정당 경쟁이라는 정치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어떻게 연구했을까?
이 논문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정당이 공약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숫자만 센 것이 아니라, 공약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를 이슈별로 정교하게 분석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Vestergaard는 직접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수십만 개의 문장을 분석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논문은 공약이 어디에, 언제, 왜 사용되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한 연구라고 할 수 있어요.
1️⃣ 데이터 출처: 11개 국가의 선거 공약 모음집
연구자는 총 11개 민주주의 국가(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의 정당들이 지난 수십 년간 발표한 선거 공약집(manifesto)을 분석했습니다. 이 공약집은 정당이 “이번 선거에 당선되면 이런 정책을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공식 문서입니다. 즉, 유권자와의 일종의 계약서 역할을 하죠.
분석에 포함된 데이터는 1984년부터 2019년까지 약 330,850개의 문장(quasi-sentences)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 공약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코딩 과정)
공약을 수작업으로 다 읽고 분류한다? 너무 많은 양이죠. 그래서 연구자는 사람과 인공지능(AI)을 함께 활용했습니다.
✅ Step 1: 코딩 기준 만들기
먼저 ‘공약’이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정의해야 했습니다. Vestergaard는 공약을 이렇게 정의했어요:
“정당이 미래 정책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표현한 문장”, 예:
“우리는 무상교육을 도입할 것입니다.”
“복지예산을 10% 늘릴 것을 약속합니다.”
단순히 “우리는 교육을 지지합니다”처럼 모호한 표현은 제외합니다.
✅ Step 2: 사람의 수작업 코딩
8명의 훈련된 코더가 약 6만 5천 개의 문장을 직접 읽고, 공약인지 아닌지를 하나하나 분류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고품질의 ‘라벨링 데이터’를 만들었죠.
✅ Step 3: AI 모델 훈련시키기 (ELECTRA 사용)
이 수작업 데이터를 이용해 최신 언어 모델인 ELECTRA를 훈련시켰습니다. 훈련된 AI는 이제 330,850개 문장 전체에 대해 공약 여부를 자동 분류할 수 있게 되었어요.
🤖 ELECTRA를 활용한 공약 문장 자동 분류: 어떻게 가능한가?
1️⃣ 기본 개념부터 시작: AI가 문장을 “공약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가 인간으로서 “이 문장이 공약이네”라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는,
- "우리는 ~~할 것이다",
- "~~를 추진하겠다",
- "약속한다"
같은 책임감 있고 구체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계(언어 모델)는 그런 판단 기준을 직접 배워야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델 훈련(training)’이라는 과정이에요.
2️⃣ ELECTRA란 무엇인가?
ELECTRA는 구글에서 개발한 자연어처리(NLP) 모델이에요.
GPT처럼 문장을 생성하는 데 특화된 모델이 아니라,
👉 “이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 “이 문장은 어떤 범주에 속하는가?”
를 판단하는 데 강력한 성능을 가진 모델입니다.
특히 ELECTRA는 문장이나 문서의 '분류(classification)' 작업에 강합니다.
3️⃣ 훈련 데이터: 사람이 직접 분류한 65,630개의 문장
Vestergaard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 단계는,
AI 모델에게 **“공약이란 이런 거야”**라고 가르쳐 줄 데이터셋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무려 *65,630개의 문장(quasi-sentence)을 사람이 직접 읽고,
- 이 문장이 공약인지 아닌지,
- 어떤 특징이 있는지
를 정확하게 라벨링(태깅)해 놓았어요.
이걸 ‘훈련용 정답 데이터(labeled training data)’라고 부릅니다.
4️⃣ ELECTRA 모델 훈련시키기: '패턴'을 학습시키는 과정
AI는 사람이 분류한 이 수만 개의 문장을 반복해서 학습하면서,
공약 문장에 어떤 언어적 패턴이 있는지를 스스로 파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 "We will introduce..."
- "Our party is committed to..."
- "We promise to..."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서,
👉 공약 문장에는 미래시제 + 강한 책임감 표현 + 정책 관련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패턴을 학습하게 되는 거죠.
이 학습 과정을 통해 ELECTRA는 수많은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조정하면서,
“새로운 문장이 들어왔을 때 이게 공약일지 아닐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5️⃣ 훈련된 모델로 전체 330,850개 문장 자동 분류
이제 ELECTRA는 훈련이 끝났으니까, 아직 사람이 보지 않은 33만 개 이상의 문장에 대해서도,
✅ 이 문장은 공약이다
❌ 이 문장은 공약이 아니다
라고 **자동으로 예측(classification)**할 수 있습니다.
이걸 통해 연구자는 전례 없이 방대한 양의 문서에서 정당이 공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거예요.
🔍 왜 사람만으로는 할 수 없을까?
330,850개 문장을 사람이 직접 다 분류하려면 수개월~수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게다가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죠.
하지만, AI 모델을 한 번 잘 훈련시켜 놓으면:
- 정확도가 높고,
- 일관성이 있으며,
- 수십만 개 문장을 단 몇 분~몇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어요.
🧠 정리하자면...
ELECTRA는 사람이 분류한 공약 문장을 바탕으로 공약의 언어적 패턴을 학습하고,
훈련 이후에는 수십만 개의 문장에 대해
“이 문장이 공약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자동 분류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이 방식 덕분에 이 논문은 수많은 국가의 수십 년치 정당 문서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고,
“공약 전략”이 어떤 정치 환경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밝힐 수 있었던 거죠.
✅ Step 4: 정확도 검증
사람과 AI가 얼마나 일치했는지도 테스트했는데,
- 크리펜도프 알파(Krippendorff’s α): 0.81 이상
- F1 점수: 0.88 이상
으로, 매우 높은 신뢰도를 보여줬습니다.
3️⃣ 이슈별 공약 비율 계산 방법
단순히 공약 개수를 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공약이 어떤 이슈에서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가도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Comparative Manifesto Project(CMP)가 제공하는 56개의 이슈 분류를 24개 핵심 주제로 묶어 사용했어요.
예를 들어,
- 군사 관련 문장 → '군사 이슈'
- 정치 부패/행정 효율성 → '관료제 이슈'
- 복지, 교육, 환경 등 총 24개 주요 이슈
각 이슈별로 전체 문장 중 몇 %가 공약인지 계산해 **공약 비율(Share of Commitments)**이라는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계산식은 다음과 같아요:
공약 비율 = (공약 문장 수 ÷ 전체 문장 수) × 100
4️⃣ 어떤 방식으로 분석했을까?
- 분석 단위: 공약집 단위(전체), 그리고 이슈 단위(세부)
- 분석 모델: 음이항 회귀(Negative Binomial Regression)
→ 공약 비율은 비율이지만 사실상 '공약 문장 수'라는 **카운트 데이터(count data)**이기 때문에 이 모델을 사용했습니다. - 설명 변수 (독립변수): 아래 네 가지 (다음 섹션 참고)
- 통제 변수: 정부 경험, 정당이 여당인지 여부, 정치체제(의회제/대통령제), 정부 형태(다당제, 소수정부 등), 이슈별 특성 등
🔍 연구 질문과 네 가지 가설
이제 연구의 핵심인 네 가지 가설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Vestergaard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졌습니다:
“정당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어떤 이슈에 대해 공약을 더 많이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음 4가지 이론적 가설을 세웠습니다.
🕰️ 가설 1. 시간 효과 (Time Trend Hypothesis)
"정당은 시간이 갈수록 공약을 더 많이 한다."
앞서 본 것처럼, 정치 환경이 복잡해지고 유권자가 덜 충성스러워지면서, 정당은 신뢰를 얻기 위해 공약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는 이론적 배경이 있습니다.
📌 변수: 선거 연도
📌 측정: 공약 비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지 분석
🏛️ 가설 2. 정당 경쟁 효과 (System-Level Hypothesis)
"경쟁 정당이 많을수록 공약을 더 많이 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정당은 자신의 정책에 대해 더 명확히 약속해 유권자의 선택을 유도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 변수: 유효 정당 수 (Effective Number of Parties, Laakso & Taagepera 지수)
📌 측정: 정당 수가 많을수록 공약 비율이 높아지는지
🧭 가설 3. 정당 유형 효과 (Party-Level Hypothesis)
"주류 정당이 비주류 정당보다 공약을 더 많이 한다."
주류 정당(예: 사회민주당, 자유당)은 정책을 실제로 집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책 수행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공약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 변수: 주류 vs 비주류 정당 (CMP의 정당 계보 분류 기준)
📌 측정: 주류 정당일수록 공약 비율이 높은지
🧨 가설 4. 이슈 강조 변화 효과 (Issue-Level Hypothesis)
"특정 이슈에 대한 강조도가 증가하면, 해당 이슈에 더 많은 공약을 한다."
정당이 기존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슈를 새롭게 강조하게 될 경우, 신뢰를 얻기 위해 구체적인 공약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 변수: 이슈의 saliency 변화 (현재 선거 - 이전 선거 강조도 차이)
📌 측정: 강조도가 높아진 이슈일수록 공약 비율이 증가하는지
참고로, 강조도(saliency)는 log를 적용한 정규화 지표를 사용해, 작은 강조 변화도 의미 있게 측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Lowe et al., 2011 방식).
이 네 가지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Vestergaard는 공약 데이터를 정당-선거-이슈 수준에서 결합하고, 음이항 회귀모델을 적용해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정치 제도, 정당 경험, 이슈 고유 특성 등을 모두 통제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 주요 결과 요약
앞서 설명한 네 가지 가설을 바탕으로, 연구자는 두 가지 수준에서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 모델 1 (정당-공약집 단위): 선거 공약집 전체에서 공약이 차지하는 비율
- 모델 2 (정당-이슈 단위): 특정 이슈에서 공약이 차지하는 비율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하나씩 살펴볼게요!
✅ 가설 1: 시간이 흐를수록 공약이 증가한다 → 지지됨
- 연도(year)가 1년 늘어날 때마다 공약 비율이 약 2% 증가했습니다.
- 예를 들어, 1984년에는 공약이 10% 정도였지만, 2019년에는 약 **20%**로 거의 두 배 늘어났습니다.
- 이는 **정치 환경 변화(유권자 이동성 증가, 이슈 경쟁 심화)**에 따라 정당들이 신뢰를 얻기 위해 공약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 해석: “정당은 과거보다 공약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한다.”
❌ 가설 2: 정당 수가 많을수록 공약이 많다 → 반박됨
- 기대와 달리, 정당 수가 많아질수록(=정당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공약 비율이 감소했습니다.
- 유효 정당 수가 2개일 땐 쿼지센텐스의 약 30%가 공약이었지만, 6개 이상일 땐 10% 이하로 줄어듭니다.
📉 해석: “정당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각 정당은 이후 협상에서의 정책 유연성을 위해 공약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 결과는 예상과 달라 연구자도 논문 후반에서 자세히 토론하고 있습니다.
✅ 가설 3: 주류 정당이 비주류 정당보다 공약을 많이 한다 → 지지됨
- 주류 정당이 비주류 정당보다 공약 비율이 약 36~39% 더 높음
- 비주류 정당은 평균 13.4% 정도, 주류 정당은 **18.7%**로 나타남
📌 주류 정당이란?
사회민주당, 자유당, 보수당 등 정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정당
📈 해석: “주류 정당은 정책을 실제 집행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공약을 내세워 자신의 정책 신뢰도를 높이려 한다.”
✅ 가설 4: 특정 이슈를 새롭게 강조할수록, 그 이슈에 공약을 많이 한다 → 지지됨
- 공약 비율은 해당 이슈에 대한 **강조 변화(saliency change)**와 비례
- 예: 어떤 정당이 환경 이슈를 이전보다 더 강조했다면, 단순히 언급하는 걸 넘어서 공약 비율도 증가
📊 비율 변화 예시:
이슈 강조도가 낮을 땐 약 11%, 강조도가 높을 땐 20% 이상
📈 해석: “정당이 새로 주목하기 시작한 이슈일수록, 그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 많은 공약을 한다.”
🧭 결론: 정당의 공약은 왜 중요한가?
이 논문은 단순히 “정당이 공약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넘어서, **“언제, 왜, 어떤 조건에서 더 많이 공약을 하는가”**에 대한 정교한 해석을 제시합니다.
핵심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정당은 신뢰를 얻고 싶을 때 공약을 한다.
하지만 이 공약은 항상 ‘정책적 이득’만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공약은 정책 유연성을 제한하는 족쇄가 되기도 하고, 실행하지 못할 경우 비판과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은 “지금 이 순간” 유권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때, **공약 전략(policy-committing strategy)**을 선택합니다.
🧠 학문적, 민주주의적으로 왜 중요한가?
- 정당 전략 연구의 확장
기존에는 "정당이 어떤 이슈를 강조하는가"만 분석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말하느냐"—즉, 단순한 언급인지, 진짜 공약인지—도 중요한 분석 요소가 되었음 - 정책 신뢰성과 민주주의 책임성
공약은 유권자가 정당을 책임 묻기(accountability) 위한 수단입니다. 공약이 많은 정당일수록 유권자가 감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죠. - 다당제의 어려움
흥미롭게도, 정당 수가 많아질수록 공약이 줄어드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유권자들이 다당제 환경에서 정당에 책임을 묻기 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책임 메커니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 요약 정리
시간 흐름 | ✅ 지지됨 | 최근일수록 공약 증가 |
정당 수 증가 | ❌ 반박됨 | 경쟁 많을수록 공약 줄어듦 |
주류 vs 비주류 | ✅ 지지됨 | 주류 정당이 더 많은 공약 |
이슈 강조 변화 | ✅ 지지됨 | 새 이슈일수록 공약 더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