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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정치학] Vestergaard(2025) 왜 정당은 그렇게 많은 공약을 하는 걸까? (EJPR)

Dr. Julia 2025. 3. 31. 02:34

 

📘 왜 정당은 그렇게 많은 공약을 하는 걸까?
– 선거 공약을 통한 신뢰 전략의 정치학

정당들이 선거 때마다 수많은 공약을 쏟아냅니다. 그런데 그 공약들 중 일부는 선거 이후 지켜지지 않기도 하고, 실제로 공약을 어긴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벌을 받기도 하죠. 그렇다면 왜 정당은 이렇게 위험부담이 큰 “공약 남발”을 계속하는 걸까요?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의 정치학자 Mathias Bukh Vestergaard는 바로 이 질문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11개 나라의 수십 년간의 정당 선거 공약을 분석해, 정당이 공약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 정당은 왜 공약을 하는가?

정당이 선거 때 내놓는 공약은 단순한 정치적 주장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선거 공약은 정당이 “미래에 반드시 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유권자에게 강한 책임감(responsibility)을 내보이는 약속입니다. 이런 공약은 나중에 지켜지지 않을 경우 유권자에게 강한 실망을 안겨줄 수 있고, 실제로 정당은 공약을 어졌을 때 표를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Matthieß, 2020).

그런데도 왜 정당들은 스스로에게 족쇄가 될 수도 있는 ‘공약’을 대량으로 할까요?

📚 공약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신뢰 신호”다

Vestergaard는 공약이 일종의 “비용이 큰 신호(costly signal)”라고 봅니다. 즉, 정당이 단순히 “우리는 A를 지지한다”는 애매한 표현이 아니라, “A를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이고 강한 의무를 표현할 때, 유권자들은 그 정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권자들은 공약을 보면 정당이 그 정책을 실제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게 되죠 (Bonilla, 2022).

이런 맥락에서, 공약은 유권자에게 정당의 정책 진정성을 전달하는 수단이며, 다른 정당과 차별화된 ‘신뢰의 신호’를 보내는 전략인 셈입니다.

🔁 하지만 공약은 위험도 크다

이론적으로, 공약을 많이 하면 유권자에게 책임감 있는 정당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생깁니다.

  • 선거 후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길어지고 복잡해질 수 있음 (Golder, 2010; Bäck et al., 2024)
  •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나 외부 사건으로 공약 이행이 어려워질 수 있음 (Praprotnik, 2017b)
  • 다른 정당과의 정책 타협이 필요해 공약을 포기하게 될 수 있음 (Martin & Vanberg, 2011)

실제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평균적으로 공약 중 약 1/3은 지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Thomson et al., 2017). 공약이 깨졌을 때 유권자들은 실망하고, 언론 보도도 부정적으로 이어지며,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도 커지죠 (Naurin, Soroka, et al., 2019; Matthieß, 2020; Duval, 2019).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공약을 하는가?

바로 정치 환경의 변화 때문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서구 민주주의에서 나타난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권자들이 정당에 덜 충성하게 되었고, 선거 막판에 지지 정당을 바꾸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Dassonneville, 2022; Mair, 2013).
  • 전통적인 계급 기반 정당 지지 구조가 약화되었습니다 (Dalton, 2002; Inglehart, 1997).
  • 새로운 소규모 정당들이 등장해 기존 정당의 입지를 위협하게 되었습니다 (De Vries & Hobolt, 2020; Meguid, 2005).
  • 정당들이 점점 더 다양한 이슈에서 서로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Green-Pedersen, 2007; Green-Pedersen & Mortensen, 2010).

이러한 변화는 정당이 이전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환경에서 선거 경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유권자들은 충성도가 약하고, 경쟁 정당도 많고, 이슈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정당들은 자신의 정책을 얼마나 진지하게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정당은 **“우리는 이 정책을 정말 실행할 겁니다”**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공약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죠.

 


📉 예전보다 공약이 많아진 이유는?

오늘날의 정당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공약을 내세웁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당들은 10개 문장 중 1개 정도만 공약이었는데, 2019년이 되면 5개 중 1개 꼴로 공약을 하고 있습니다. 왜 정당들은 공약을 더 많이 하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단순히 정당이 욕심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정치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Vestergaard는 이런 추세를 ‘시간 흐름(time trend)’ 효과로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큰 변화가 공약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합니다.


① 유권자의 충성도가 약해졌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에 오랫동안 충성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보수당 지지자면 자녀도 보수당을 지지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유권자들이 점점 더 ‘이동성(mobility)’을 보입니다. 선거 때마다 정당을 바꾸고, 심지어 선거 직전 며칠 전에야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Box-Steffensmeier et al., 2015; Irwin & Van Holsteyn, 2008).

이렇게 충성도 낮고 예측 불가능한 유권자들에게 ‘우리 정당을 믿어도 된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기 위해, 정당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공약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Dassonneville, 2022; Mair, 2013).


② 전통적인 정당-유권자 연결이 약화되었다

사회 구조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해줬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 계급은 사회민주당을, 기업가는 자유당을 지지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이런 구조가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Inglehart, 1997; Dalton, 2002; Kriesi et al., 2006). 대신 정당들은 유권자 개개인의 이슈 관심사나 태도에 맞춰 유연한 이슈 경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공약을 더 명확히 내세우게 된 것이죠.


③ 새로운 정당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녹색당, 극우 정당, 지역주의 정당 등 이른바 ‘비주류 정당(niche parties)’의 등장은 기존 주류 정당에게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Meguid, 2005; De Vries & Hobolt, 2020). 이 정당들은 특정 이슈에 강한 입장을 취하며 "우리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기존 정당들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 공약을 더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도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룰 겁니다”라는 메시지를 공약이라는 형식으로 보내는 것이죠.


🧠 왜 공약은 '과잉'이 아니라 '전략'인가?

Vestergaard는 이처럼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정당들이 공약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정당은 유권자에게 더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과거보다 더 많은 공약을 내세운다. 이는 정치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의 환경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공약을 많이 하면 나중에 제약이 많아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은 지금 당장 유권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공약 전략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공약이 늘어난 배경에는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라, 불확실한 유권자 행동, 해체된 정당-사회 연결망, 그리고 치열한 정당 경쟁이라는 정치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어떻게 연구했을까?

이 논문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정당이 공약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숫자만 센 것이 아니라, 공약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를 이슈별로 정교하게 분석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Vestergaard는 직접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고,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수십만 개의 문장을 분석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논문은 공약이 어디에, 언제, 왜 사용되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한 연구라고 할 수 있어요.

1️⃣ 데이터 출처: 11개 국가의 선거 공약 모음집

연구자는 총 11개 민주주의 국가(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의 정당들이 지난 수십 년간 발표한 선거 공약집(manifesto)을 분석했습니다. 이 공약집은 정당이 “이번 선거에 당선되면 이런 정책을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공식 문서입니다. 즉, 유권자와의 일종의 계약서 역할을 하죠.

분석에 포함된 데이터는 1984년부터 2019년까지 약 330,850개의 문장(quasi-sentences)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 공약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코딩 과정)

공약을 수작업으로 다 읽고 분류한다? 너무 많은 양이죠. 그래서 연구자는 사람과 인공지능(AI)을 함께 활용했습니다.

Step 1: 코딩 기준 만들기
먼저 ‘공약’이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정의해야 했습니다. Vestergaard는 공약을 이렇게 정의했어요:

“정당이 미래 정책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표현한 문장”, 예:
“우리는 무상교육을 도입할 것입니다.”
“복지예산을 10% 늘릴 것을 약속합니다.”

단순히 “우리는 교육을 지지합니다”처럼 모호한 표현은 제외합니다.

Step 2: 사람의 수작업 코딩
8명의 훈련된 코더가 약 6만 5천 개의 문장을 직접 읽고, 공약인지 아닌지를 하나하나 분류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고품질의 ‘라벨링 데이터’를 만들었죠.

Step 3: AI 모델 훈련시키기 (ELECTRA 사용)
이 수작업 데이터를 이용해 최신 언어 모델인 ELECTRA를 훈련시켰습니다. 훈련된 AI는 이제 330,850개 문장 전체에 대해 공약 여부를 자동 분류할 수 있게 되었어요.

🤖 ELECTRA를 활용한 공약 문장 자동 분류: 어떻게 가능한가?

1️⃣ 기본 개념부터 시작: AI가 문장을 “공약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가 인간으로서 “이 문장이 공약이네”라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는,

  • "우리는 ~~할 것이다",
  • "~~를 추진하겠다",
  • "약속한다"
    같은 책임감 있고 구체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계(언어 모델)는 그런 판단 기준을 직접 배워야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델 훈련(training)’이라는 과정이에요.

 

2️⃣ ELECTRA란 무엇인가?

ELECTRA는 구글에서 개발한 자연어처리(NLP) 모델이에요.
GPT처럼 문장을 생성하는 데 특화된 모델이 아니라,
👉 “이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 “이 문장은 어떤 범주에 속하는가?”
를 판단하는 데 강력한 성능을 가진 모델입니다.

특히 ELECTRA는 문장이나 문서의 '분류(classification)' 작업에 강합니다.

 

3️⃣ 훈련 데이터: 사람이 직접 분류한 65,630개의 문장

Vestergaard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 단계는,
AI 모델에게 **“공약이란 이런 거야”**라고 가르쳐 줄 데이터셋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무려 *65,630개의 문장(quasi-sentence)을 사람이 직접 읽고,

  • 이 문장이 공약인지 아닌지,
  •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확하게 라벨링(태깅)해 놓았어요.

이걸 ‘훈련용 정답 데이터(labeled training data)’라고 부릅니다.

 

4️⃣ ELECTRA 모델 훈련시키기: '패턴'을 학습시키는 과정

AI는 사람이 분류한 이 수만 개의 문장을 반복해서 학습하면서,
공약 문장에 어떤 언어적 패턴이 있는지를 스스로 파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 "We will introduce..."
  • "Our party is committed to..."
  • "We promise to..."

같은 표현이 반복되면서,
👉 공약 문장에는 미래시제 + 강한 책임감 표현 + 정책 관련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패턴을 학습하게 되는 거죠.

이 학습 과정을 통해 ELECTRA는 수많은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조정하면서,
“새로운 문장이 들어왔을 때 이게 공약일지 아닐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5️⃣ 훈련된 모델로 전체 330,850개 문장 자동 분류

이제 ELECTRA는 훈련이 끝났으니까, 아직 사람이 보지 않은 33만 개 이상의 문장에 대해서도,
✅ 이 문장은 공약이다
❌ 이 문장은 공약이 아니다
라고 **자동으로 예측(classification)**할 수 있습니다.

이걸 통해 연구자는 전례 없이 방대한 양의 문서에서 정당이 공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거예요.

 

🔍 왜 사람만으로는 할 수 없을까?

330,850개 문장을 사람이 직접 다 분류하려면 수개월~수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게다가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죠.

하지만, AI 모델을 한 번 잘 훈련시켜 놓으면:

  • 정확도가 높고,
  • 일관성이 있으며,
  • 수십만 개 문장을 단 몇 분~몇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어요.

 

🧠 정리하자면...

ELECTRA는 사람이 분류한 공약 문장을 바탕으로 공약의 언어적 패턴을 학습하고,
훈련 이후에는 수십만 개의 문장에 대해
“이 문장이 공약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자동 분류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이 방식 덕분에 이 논문은 수많은 국가의 수십 년치 정당 문서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고,
“공약 전략”이 어떤 정치 환경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밝힐 수 있었던 거죠.

Step 4: 정확도 검증
사람과 AI가 얼마나 일치했는지도 테스트했는데,

  • 크리펜도프 알파(Krippendorff’s α): 0.81 이상
  • F1 점수: 0.88 이상
    으로, 매우 높은 신뢰도를 보여줬습니다.

3️⃣ 이슈별 공약 비율 계산 방법

단순히 공약 개수를 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공약이 어떤 이슈에서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가도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Comparative Manifesto Project(CMP)가 제공하는 56개의 이슈 분류를 24개 핵심 주제로 묶어 사용했어요.

예를 들어,

  • 군사 관련 문장 → '군사 이슈'
  • 정치 부패/행정 효율성 → '관료제 이슈'
  • 복지, 교육, 환경 등 총 24개 주요 이슈

각 이슈별로 전체 문장 중 몇 %가 공약인지 계산해 **공약 비율(Share of Commitments)**이라는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계산식은 다음과 같아요:
공약 비율 = (공약 문장 수 ÷ 전체 문장 수) × 100


4️⃣ 어떤 방식으로 분석했을까?

  • 분석 단위: 공약집 단위(전체), 그리고 이슈 단위(세부)
  • 분석 모델: 음이항 회귀(Negative Binomial Regression)
    → 공약 비율은 비율이지만 사실상 '공약 문장 수'라는 **카운트 데이터(count data)**이기 때문에 이 모델을 사용했습니다.
  • 설명 변수 (독립변수): 아래 네 가지 (다음 섹션 참고)
  • 통제 변수: 정부 경험, 정당이 여당인지 여부, 정치체제(의회제/대통령제), 정부 형태(다당제, 소수정부 등), 이슈별 특성 등

🔍 연구 질문과 네 가지 가설

이제 연구의 핵심인 네 가지 가설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Vestergaard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졌습니다:

“정당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어떤 이슈에 대해 공약을 더 많이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음 4가지 이론적 가설을 세웠습니다.


🕰️ 가설 1. 시간 효과 (Time Trend Hypothesis)

"정당은 시간이 갈수록 공약을 더 많이 한다."

앞서 본 것처럼, 정치 환경이 복잡해지고 유권자가 덜 충성스러워지면서, 정당은 신뢰를 얻기 위해 공약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는 이론적 배경이 있습니다.

📌 변수: 선거 연도
📌 측정: 공약 비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지 분석


🏛️ 가설 2. 정당 경쟁 효과 (System-Level Hypothesis)

"경쟁 정당이 많을수록 공약을 더 많이 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정당은 자신의 정책에 대해 더 명확히 약속해 유권자의 선택을 유도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 변수: 유효 정당 수 (Effective Number of Parties, Laakso & Taagepera 지수)
📌 측정: 정당 수가 많을수록 공약 비율이 높아지는지


🧭 가설 3. 정당 유형 효과 (Party-Level Hypothesis)

"주류 정당이 비주류 정당보다 공약을 더 많이 한다."

주류 정당(예: 사회민주당, 자유당)은 정책을 실제로 집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책 수행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공약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 변수: 주류 vs 비주류 정당 (CMP의 정당 계보 분류 기준)
📌 측정: 주류 정당일수록 공약 비율이 높은지


🧨 가설 4. 이슈 강조 변화 효과 (Issue-Level Hypothesis)

"특정 이슈에 대한 강조도가 증가하면, 해당 이슈에 더 많은 공약을 한다."

정당이 기존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슈를 새롭게 강조하게 될 경우, 신뢰를 얻기 위해 구체적인 공약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 변수: 이슈의 saliency 변화 (현재 선거 - 이전 선거 강조도 차이)
📌 측정: 강조도가 높아진 이슈일수록 공약 비율이 증가하는지

참고로, 강조도(saliency)는 log를 적용한 정규화 지표를 사용해, 작은 강조 변화도 의미 있게 측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Lowe et al., 2011 방식).


이 네 가지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Vestergaard는 공약 데이터를 정당-선거-이슈 수준에서 결합하고, 음이항 회귀모델을 적용해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정치 제도, 정당 경험, 이슈 고유 특성 등을 모두 통제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 주요 결과 요약

앞서 설명한 네 가지 가설을 바탕으로, 연구자는 두 가지 수준에서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 모델 1 (정당-공약집 단위): 선거 공약집 전체에서 공약이 차지하는 비율
  • 모델 2 (정당-이슈 단위): 특정 이슈에서 공약이 차지하는 비율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하나씩 살펴볼게요!


✅ 가설 1: 시간이 흐를수록 공약이 증가한다지지됨

  • 연도(year)가 1년 늘어날 때마다 공약 비율이 약 2% 증가했습니다.
  • 예를 들어, 1984년에는 공약이 10% 정도였지만, 2019년에는 약 **20%**로 거의 두 배 늘어났습니다.
  • 이는 **정치 환경 변화(유권자 이동성 증가, 이슈 경쟁 심화)**에 따라 정당들이 신뢰를 얻기 위해 공약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 해석: “정당은 과거보다 공약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한다.”


❌ 가설 2: 정당 수가 많을수록 공약이 많다반박됨

  • 기대와 달리, 정당 수가 많아질수록(=정당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공약 비율이 감소했습니다.
  • 유효 정당 수가 2개일 땐 쿼지센텐스의 약 30%가 공약이었지만, 6개 이상일 땐 10% 이하로 줄어듭니다.

📉 해석: “정당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각 정당은 이후 협상에서의 정책 유연성을 위해 공약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 결과는 예상과 달라 연구자도 논문 후반에서 자세히 토론하고 있습니다.


✅ 가설 3: 주류 정당이 비주류 정당보다 공약을 많이 한다지지됨

  • 주류 정당이 비주류 정당보다 공약 비율이 약 36~39% 더 높음
  • 비주류 정당은 평균 13.4% 정도, 주류 정당은 **18.7%**로 나타남

📌 주류 정당이란?
사회민주당, 자유당, 보수당 등 정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정당

📈 해석: “주류 정당은 정책을 실제 집행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공약을 내세워 자신의 정책 신뢰도를 높이려 한다.”


✅ 가설 4: 특정 이슈를 새롭게 강조할수록, 그 이슈에 공약을 많이 한다지지됨

  • 공약 비율은 해당 이슈에 대한 **강조 변화(saliency change)**와 비례
  • 예: 어떤 정당이 환경 이슈를 이전보다 더 강조했다면, 단순히 언급하는 걸 넘어서 공약 비율도 증가

📊 비율 변화 예시:
이슈 강조도가 낮을 땐 약 11%, 강조도가 높을 땐 20% 이상

📈 해석: “정당이 새로 주목하기 시작한 이슈일수록, 그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 많은 공약을 한다.”


🧭 결론: 정당의 공약은 왜 중요한가?

이 논문은 단순히 “정당이 공약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넘어서, **“언제, 왜, 어떤 조건에서 더 많이 공약을 하는가”**에 대한 정교한 해석을 제시합니다.

핵심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정당은 신뢰를 얻고 싶을 때 공약을 한다.

하지만 이 공약은 항상 ‘정책적 이득’만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공약은 정책 유연성을 제한하는 족쇄가 되기도 하고, 실행하지 못할 경우 비판과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은 “지금 이 순간” 유권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때, **공약 전략(policy-committing strategy)**을 선택합니다.


🧠 학문적, 민주주의적으로 왜 중요한가?

  1. 정당 전략 연구의 확장
    기존에는 "정당이 어떤 이슈를 강조하는가"만 분석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말하느냐"—즉, 단순한 언급인지, 진짜 공약인지—도 중요한 분석 요소가 되었음
  2. 정책 신뢰성과 민주주의 책임성
    공약은 유권자가 정당을 책임 묻기(accountability) 위한 수단입니다. 공약이 많은 정당일수록 유권자가 감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죠.
  3. 다당제의 어려움
    흥미롭게도, 정당 수가 많아질수록 공약이 줄어드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유권자들이 다당제 환경에서 정당에 책임을 묻기 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책임 메커니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 요약 정리

가설결과요약
시간 흐름 ✅ 지지됨 최근일수록 공약 증가
정당 수 증가 ❌ 반박됨 경쟁 많을수록 공약 줄어듦
주류 vs 비주류 ✅ 지지됨 주류 정당이 더 많은 공약
이슈 강조 변화 ✅ 지지됨 새 이슈일수록 공약 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