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사람들은 ‘그 집단’만 보면 싫어질까?
감정적 양극화와 사회 분열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 이야기
📚 논문: How out-group animosity can shape partisan divisions (PNAS Nexus, 2025)
1️⃣ “그냥 의견이 다른 게 아니라, 싫어진다니까요”
단순한 생각 차이가 아니라, 감정적인 거리감이 커졌습니다
과거에는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떨까요? 같은 학교, 같은 회사, 같은 동네에 살더라도 ‘정치적 반대편’이라고 생각되면 불편함, 혐오감, 심지어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감정은 단순히 의견 충돌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바로 감정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 때문입니다.
💬 감정적 양극화란?
정치적 소속감을 중심으로 한 호감과 혐오의 감정이 양극화되는 현상입니다.
- In-group love (내 집단 애정):
나와 같은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더 따뜻한 감정, 신뢰, 호감을 느끼는 것. - Out-group hate (타 집단 혐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반감, 불신, 분노를 느끼는 것.
이 감정은 사람들이 ‘누가 말했는지’에 따라 같은 정책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마스크 쓰라고 하면 → “맞는 말이야!”
❌ 반대 정당 정치인이 똑같은 말 하면 → “그건 통제야, 거짓말이야!”
같은 메시지라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가 180도 달라지는 현상. 이것이 바로 감정적 양극화의 핵심입니다.
📊 실제 데이터로 본 감정의 분열
미국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정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다양한 부분에서 서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결혼 상대 선택 기준에서 "정치 성향이 다르면 불가능"하다고 답한 비율 증가
- 정치적으로 반대편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
- 스포츠 팀, 커피 취향, 사용하는 단어까지 정당 정체성과 연결
다름을 싫어함 → 감정적 혐오 → 사회적 거리감 → 공동체의 약화
이런 감정적 흐름은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공동체의 응집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모델의 핵심 아이디어: 감정이 ‘선택’을 전염시킨다
정치적 감정이 개인의 결정 하나하나에 스며들며 사회 전체의 선택을 갈라놓는다
이 논문이 특별한 이유는, 이런 감정의 흐름이 사회 전체에서 어떻게 퍼지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인간 감정을 수학 모델로 설명했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반영하는 '사회적 반응 규칙'을 세워 시뮬레이션 없이 분석 가능한 틀을 만들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 “사랑은 따르게, 증오는 반대로”
모델의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사람은 내 편이 한 선택을 보면 따르고 싶고,
반대편이 한 선택을 보면 피하고 싶어진다.”
이 원리는 단순하면서도 매우 강력합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선택했는가’보다 **‘누가 선택했는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일상 예시로 이해하기
예를 들어 ‘라떼’를 마시는 습관을 생각해봅시다.
- 처음엔 그냥 커피 종류일 뿐이었어요.
- 그런데 뉴스에서 “라떼 마시는 건 진보 성향의 상징”이라고 반복되기 시작합니다.
- 그러면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라떼를 피하게 되고,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소비합니다.
- 시간이 흐르면서 라떼 하나도 정치적 상징이 됩니다.
→ 이렇게 정치적 감정은 비정치적인 선택조차 정치적 경계선으로 만들어버립니다.
🧠 이 모델은 그 감정의 '작동 메커니즘'을 수식으로 표현함
사람들이 선택을 바꾸는 방식은 아래와 같은 감정 기반의 규칙에 따릅니다.
- 내 집단 사람들이 선택-1을 많이 했는가?
→ 그럼 나도 따라 할 가능성 높아짐 (in-group love) - 반대 집단 사람들이 선택-1을 많이 했는가?
→ 그럼 나는 그걸 피하려고 함 (out-group hate) - 두 감정의 합이 일정 기준(δ)을 넘으면 → 선택 변경
📌 요약: 이 모델이 설명하는 건 단순한 감정이 아님
- 감정은 개인의 선택을 바꾸고,
- 개별 선택은 사회적 흐름을 만들고,
- 그 흐름은 다시 감정을 강화합니다.
이렇게 감정 → 선택 → 구조 → 감정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바로 사회적 양극화의 메커니즘입니다.
이 모델은 이 과정을 수식으로 정리하고, 다양한 조건에서 어떤 결과(합의, 분열, 반분)가 나오는지를 이론적으로 증명합니다. 특히 증오가 사랑보다 훨씬 강한 분열 유발 요인이라는 점을 수학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모델은 학술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3️⃣ 모델의 작동 방식: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보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를, 감정과 관계를 중심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면?”
앞에서 설명한 대로, 이 논문은 감정적 양극화가 어떻게 사회 전체에 퍼지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수학 모델”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생각보다 단순한 규칙들을 조합한 것이고, 핵심은 다음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내 편이 하는 건 따라 하고, 반대편이 하는 건 피하고 싶다.”
그럼 이제, 이 모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뜯어볼게요.
🧍♀️ 1단계: 사람들을 설정해보자
먼저 사회 안에 여러 명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이 사람들은 네트워크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각각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 고정 속성 (정당 소속)
- 예: 민주당(파란색) 또는 공화당(빨간색)
- 이건 바뀌지 않아요. 태어날 때부터 속한 정당이라고 보면 됩니다.
- 변동 속성 (현재 선택)
- 예: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안 쓰고 있는지
- 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을 보고 바꾸는 겁니다.
🕸️ 2단계: 이 사람들은 누구랑 연결되어 있을까?
이 사람들은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친구, 가족, 동료 등과 연결되어 있고, 자신의 선택을 바꿀 때 이 연결된 사람들을 참고합니다.
- 연결된 사람들은 "이웃"이라고 부릅니다.
- 이웃 중에는 같은 정당 소속도 있고, 반대 정당 소속도 있어요.
→ 이 모델은 바로 이런 이웃의 선택을 관찰하며 나의 선택을 업데이트하는 구조입니다.
🔁 3단계: 시간은 이렇게 흐른다
시간은 디지털 시계처럼 한 칸씩 ‘똑딱똑딱’ 움직입니다.
매 순간마다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요:
- 사람들 중 무작위로 한 명이 선택됩니다.
- 이 사람이 자신과 연결된 이웃들의 선택을 살펴봅니다.
- 그 선택을 바탕으로, 자기가 현재 선택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바꿀지를 결정합니다.
→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전체 사회의 모습이 서서히 변해가는 거예요.
🤯 4단계: 어떤 이웃이 영향을 줄까?
이제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이웃이 똑같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누가 내 편인지, 반대편인지에 따라 반응이 정반대예요.
✅ 같은 정당(내 집단 in-group) 이웃이 어떤 선택을 했을 때:
- “나랑 같은 정당 사람이 저렇게 했네? 그럼 나도 따라 해야겠다!”
❌ 반대 정당(타 집단 out-group) 이웃이 같은 선택을 했을 때:
- “저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정당이잖아. 걔가 저걸 선택했다면 난 반대로 해야지!”
→ 바로 여기서 in-group love와 out-group hate가 작동합니다.
🔢 5단계: 수식 없이 감정 작용을 직관적으로 보기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 빨간 당 소속인 철수는 마스크를 쓸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 철수는 연결된 사람들을 살펴봅니다.
- 🔴 빨간 당 친구 8명 중 6명이 마스크를 씀 → “따라야 할 이유 있음”
- 🔵 파란 당 친구 5명 중 4명이 마스크를 씀 → “저런! 그럼 난 안 써야지”
철수는 이 둘의 영향을 감정적 강도로 가중 평균해서,
“마스크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합니다.
이때 철수가 바꾸는 기준(‘얼마나 강한 자극이 있어야 행동을 바꿀지’)도 변수로 포함되어 있는데, 그걸 **δ(델타)**라고 불러요.
이건 일종의 ‘고집 센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핵심 요약 – 모델의 흐름을 간단히 그려보자
- 모든 사람은 특정 정당에 속해 있음 (빨간색 or 파란색)
- 모두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하고 있음 (예: 마스크 착용 or 비착용)
- 시간마다 한 명씩 주변 사람을 보고 선택을 다시 생각함
- 내 집단은 따라 하고 싶고, 반대 집단은 피하고 싶음
- 감정의 세기가 강할수록 선택이 더 빠르게 바뀜
- 이 변화가 계속 반복되면서 사회 전체가 특정 패턴(합의, 분열 등)으로 흘러감
🧩 이 단순한 원리가 왜 강력할까?
이 모델의 위력은 ‘복잡하지 않음’에 있습니다.
단 두 가지 감정:
- “우리 편이니까 따라야지”
- “저쪽 편이니까 반대로 가야지”
이 감정이 반복되고, 퍼지고, 서로 맞물리면서…
🎯 사회 전체가 어느새 극단적으로 갈라지게 되는 거죠.
4️⃣ 이걸 수학적으로 어떻게 모델링했을까?
네트워크 설정
- 사람들을 점(node)으로, 사람 간 연결을 선(edge)으로 표현
- 각 사람은:
- 고정 속성: 어느 정당 소속인지 (빨간 집단 or 파란 집단)
- 변하는 속성: 현재 어떤 선택을 했는지 (예: 마스크 착용 여부)
시간의 흐름
- 시간은 k = 0, 1, 2, … 식으로 흘러감 (이산 시간)
- 매 순간, 한 명이 무작위로 선택되고 자신의 선택을 다시 생각함
선택의 규칙
선택을 바꾸는 조건은 다음 수식으로 표현됩니다:

이 수식이 만족되면 → 새로운 선택으로 전환
만족되지 않으면 → 현재 선택 유지
쉽게 요약하면:
- 같은 집단이 선택-1을 많이 하면 → 나도 따라 하고 싶음
- 반대 집단이 선택-1을 많이 하면 → 나는 반대로 가고 싶음
5️⃣ 이 모델로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모델을 분석해 보니, 조건에 따라 다음 네 가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Case 1 | ✅ 합의(Consensus) | 모두 같은 선택 (예: 모두 마스크 착용) |
Case 2 | ❌ 정당 양극화 | 각 정당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함 |
Case 3 | ❌ 역방향 양극화 | 마찬가지로 집단별로 선택이 다름 |
Case 4 | ❓ 비정당적 양극화 | 같은 집단 안에서도 절반은 찬성, 절반은 반대 |
중요한 통찰:
- 증오(β)가 사랑(α)보다 크면 → 사회는 반드시 분열
- 사랑(α)이 아무리 커도 → 집단 크기 차이가 크면 분열 가능
- → 요약: "사랑보다 증오가 더 강한 사회적 동기다."
6️⃣ 이 모델은 시뮬레이션 없이도 수학적으로 분석 가능
연구진은 이 모델을 **확률적 과정(stochastic process)**으로 정의한 다음,
연속 시간의 미분 방정식으로 근사하여 해석했습니다.
주요 기술:
- Mean-field approximation: 전체 네트워크의 평균적인 경향을 고려
- 확률 근사 기법: 무작위적인 개별 행동이 모여 전체 경향을 어떻게 만드는가
- Stochastic block model: 서로 다른 집단 간 연결 확률을 조절하여 친밀도(ρ) 조절
이렇게 해서 감정적 영향(α, β), 집단 크기 비율(r), 사회적 연결 구조(ρ)가 전체 사회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7️⃣ 결론: 연결을 늘리면 더 분열될 수 있다?
기존에는 이렇게 생각했죠:
“반대편 사람들과 많이 연결되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어 분열이 줄겠지?”
하지만 이 연구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 🤝 서로 많이 연결돼도, 감정적 혐오(β)가 크면 오히려 더 많이 싸운다
- 📺 언론과 소셜 미디어가 반대편만 자꾸 보여주면 → 혐오감 상승 → 사회 분열
- ☕ 단순한 선택(커피, 옷, 언어, 스포츠 응원팀)도 정당 정체성과 결부됨
이런 현상은 실제로 미국에서 관찰된 바 있습니다.
예: COVID-19 초기에 민주당과 공화당은 마스크 착용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갈라졌죠.
8️⃣ 이 논문이 말하는 핵심 메시지
📌 감정이 결정을 움직인다.
📌 사랑만으로는 부족하고, 증오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 연결을 많이 한다고 분열이 줄지 않는다. 감정의 균형이 중요하다.
📌 언론과 플랫폼은 중립적 노출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 정리: 이렇게 감정은 사회를 바꾼다
이 연구는 ‘모든 선택은 정치적이다’라는 말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단순한 선택도 **‘누가 먼저 했는가’**에 따라 분열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키우고, 증오를 줄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정치 참여가 아니라,
감정에 기반한 사회 연결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 참고:
Nettasinghe, B., Percus, A. G., & Lerman, K. (2025). How out-group animosity can shape partisan divisions: A model of affective polarization. PNAS Nexus. https://doi.org/10.1093/pnasnexus/pgaf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