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과학 엘리트주의와 과학 포퓰리즘이 공존하는 이유
우리는 과학을 어떻게 바라볼까? 과학자들은 전문 지식을 가진 권위자로 존경받아야 할까, 아니면 일반 대중도 과학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까? 이는 단순한 찬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사람이 이 두 가지 태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과학 엘리트주의(과학자와 전문가의 권위를 인정하는 태도)와 과학 포퓰리즘(과학적 권위를 의심하고 대중의 상식을 강조하는 태도)이 복잡하게 공존하고 있다.
이 연구는 2023년 중국 본토에서 실시한 대규모 온라인 설문조사(N=2,922)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과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중국 사회 내에서 특정 계층이나 세대에 따라 과학에 대한 태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중산층은 과학 엘리트주의와 과학 포퓰리즘을 동시에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고, 젊은 세대일수록 과학 엘리트주의를 덜 신뢰하고 과학 포퓰리즘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컸다.
과학 엘리트주의와 과학 포퓰리즘, 그리고 과학 다원주의란?
이 연구에서는 과학에 대한 태도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 과학 엘리트주의(Scientific Elitism)
- 과학자는 일반인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태도.
-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신뢰하며, 과학적 권위를 인정하는 경향.
- 과학 포퓰리즘(Scientific Populism)
-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지나치게 중시하며 현실과 괴리된다고 생각하는 태도.
-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자주 틀릴 수 있다고 믿으며, 대중의 경험과 상식을 더 신뢰하는 경향.
- 과학 다원주의(Scientific Pluralism)
- 과학 엘리트주의와 과학 포퓰리즘을 동시에 지지하는 태도.
- 과학자들의 권위를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연구를 의심하거나 대중도 과학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믿음.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 태도가 완전히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동시에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과학 연구 자체는 신뢰하지만, 과학자들이 정부와 기업의 입맛에 맞춰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왜 과학 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이 공존할까?
중국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국가 발전의 핵심 인물로 묘사해왔다. 원자력, 우주 기술,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은 중국 사회에서 높은 신뢰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학자들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 여러 스캔들(예: 2018년 유전자 편집 아기 사건)과 정책 논란(예: 환경 이슈, 백신 안전성 문제 등) 때문에 일부 대중은 과학자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는 여러 요인이 이러한 공존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 전통과 현대의 충돌
- 중국 사회는 유교적 전통의 영향으로 권위를 존중하는 문화가 강하지만, 동시에 개혁개방 이후 경제 성장과 인터넷 발달로 인해 비판적 사고도 확산되었다.
- 즉, 한편으로는 과학자를 존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을 의심하는 태도가 함께 존재할 수 있음.
- 사회적 계층과 교육 수준
- 중산층(특히 중간 소득 및 중간 교육 수준의 사람들)은 과학자들을 신뢰하는 동시에 비판적 태도를 함께 보인다.
- 이는 중산층이 상류층보다 경제적 안정성이 낮고, 하류층보다 정보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과학을 바라보는 태도가 복합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
- 세대 차이
- 문화대혁명 이전 세대(1978년 이전 출생자): 과학자에 대한 불신이 강한 편. 문화대혁명 당시 지식인들이 비판받았던 경험 때문.
- 개혁개방 세대(1979~1992년 출생자): 경제 성장을 경험하며 과학자들을 신뢰하는 경향이 높음.
- 새천년 세대(2000년 이후 출생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과학 권위를 의심하는 태도가 강함.
이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방법론)
1. 데이터 수집
연구팀은 2023년 12월, 중국 본토에서 대규모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21,074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발송했으며, 최종적으로 2,922명의 데이터를 분석에 사용했다.
- 표본 구성:
- 성별: 남성 50%, 여성 50%
- 소득 수준: 저소득층 12.8%, 중산층 67.3%, 고소득층 19.8%
- 교육 수준: 초등 교육 4.1%, 고등 교육 78.3%, 대학원 교육 4.8%
- 세대 구분: 문화대혁명 이전 세대 24.6%, 개혁개방 세대 13.3%, 시장경제 세대 32.1%, 새천년 세대 30%
2. 과학에 대한 태도 측정
연구팀은 과학 엘리트주의와 과학 포퓰리즘을 측정하기 위해 5가지 문항을 사용했다.
- 과학 엘리트주의 측정 문항:
- 과학자는 일반인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 과학자의 의견은 일반인의 의견보다 중요하다.
- 모든 과학자가 동의하는 이론이라면 나도 믿을 것이다.
- 과학 포퓰리즘 측정 문항:
4)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너무 신뢰하고 현실 경험을 무시한다.
5)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자주 틀린다.
이 문항들은 7점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연구팀은 주성분 분석(PCA)을 통해 과학 엘리트주의와 과학 포퓰리즘이 별개의 차원임을 확인했다.
3. 통계 분석
연구팀은 여러 통계 기법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 회귀 분석(Regression Analysis):
- 어떤 요인이 과학 엘리트주의와 과학 포퓰리즘을 강화하는지를 분석.
- 성별, 세대, 소득, 교육 수준, 미디어 사용, 과학 관심도 등을 독립 변수로 설정.
- 상호작용 효과 분석(Interaction Effects Analysis):
- 포스트물질주의(Post-materialism, 물질적 가치보다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가치관)와 과학 관심도가 과학 태도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탐색.
결론: 과학에 대한 태도는 단순하지 않다
이 연구는 과학 엘리트주의와 과학 포퓰리즘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한 개인이 두 가지 태도를 동시에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에서는 전통적 가치관과 현대적 사고방식이 결합되면서 다양한 과학 태도가 공존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연구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할 때 대중의 복합적인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순히 "과학을 믿어라" 또는 "과학을 의심하라"는 이분법적인 접근보다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맥락에서 과학을 신뢰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 과학을 비판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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