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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 Moffitt (2015) - 포퓰리즘과 위기의 관계

Dr. Julia 2025. 1. 13. 07:15

이번 포스팅에서는 포퓰리즘과 위기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논문들 몇개를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

 

위기와 포퓰리즘의 교차점: 벤자민 모피트의 How to Perform Crisis

포퓰리즘 연구에서 ‘위기’는 핵심 개념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벤자민 모피트(Benjamin Moffitt)는 그의 논문 How to Perform Crisis에서 포퓰리즘과 위기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며, 위기가 단순히 포퓰리즘을 촉발하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포퓰리스트들이 적극적으로 위기를 ‘연출’하며 활용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중요한 시각을 제시하며, 포퓰리즘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본 리뷰에서는 모피트의 논문을 중심으로 포퓰리즘과 위기의 교차점을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기: 외부 요인에서 내부적 요소로

기존의 포퓰리즘 연구는 위기를 포퓰리즘의 외부적 촉발 요인으로 간주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에르네스토 라클라우(Ernesto Laclau)는 위기를 포퓰리즘의 ‘필수 전제 조건’으로 보며, “대표성의 위기가 포퓰리즘의 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사례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위기나 경제적 불안정이 포퓰리즘의 부상을 촉진한다는 점은 이러한 접근을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모피트는 이러한 관점을 뒤집어, 위기를 외부적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포퓰리스트들이 의도적으로 ‘위기를 연출하고 조작’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포퓰리즘은 단순히 위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자체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포퓰리즘을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정치적 행위로 봐야 함을 시사합니다.


위기 연출의 여섯 단계

모피트는 포퓰리스트들이 위기를 연출하는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이 과정은 포퓰리즘의 핵심적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며, 세계 여러 지역의 사례를 통해 그 실체를 입증합니다.

  1. 실패 식별하기: 포퓰리스트들은 경제적 불평등, 이민 정책 실패, 정치적 부패 등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선택하여 이를 사회적 실패로 강조합니다.
    • 예: 네덜란드의 기르트 빌더스(Geert Wilders)는 무슬림 이민 문제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기존 사회의 불안정성을 하나의 주요 위기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사례입니다.
  2. 위기로 격상하기: 개별적인 실패를 연결하여 이를 구조적 위기로 확대합니다. 동시에 시간적 압박을 추가해 즉각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 예: 폴린 핸슨(Pauline Hanson)은 호주 내 아시아 이민을 “10년 내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묘사하며 위기의 긴박함을 부각시켰습니다.
  3. '국민 대 적' 구도 설정하기: 위기를 특정 집단이나 엘리트의 책임으로 돌리며, ‘국민’과 ‘적’ 간의 명확한 대립 구도를 만듭니다.
    • 예: 라틴아메리카에서 우고 차베스(Hugo Chávez)는 기존 엘리트와 미국을 ‘국가 위기의 주범’으로 규정하며, 자신을 국민의 구원자로 포지셔닝했습니다.
  4. 미디어 활용하기: 위기를 대중화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미디어를 적극 활용합니다. 포퓰리스트들은 종종 자극적인 언어와 행위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끌어냅니다.
    • 예: 차베스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Aló Presidente!*은 그의 위기 연출 전략의 핵심 도구로 작용했습니다.
  5. 단순한 해결책 제시하기: 포퓰리스트들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합니다.
    • 예: 빌더스는 “이민 금지”와 같은 단순한 정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단순한 해법은 대중에게 강한 호소력을 발휘합니다.
  6. 위기 지속시키기: 위기가 해결되지 않도록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 위기를 확장합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의 주목과 지지를 유지합니다.
    • 예: 차베스는 국내 문제에서 시작해 미국과의 제국주의 대립으로 위기를 확대하며 장기적인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위기와 포퓰리즘의 본질적 관계

모피트는 위기가 단순히 포퓰리즘의 촉발제가 아니라, 포퓰리즘 자체의 본질적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위기의 ‘공연성(performativity)’을 강조하며, 포퓰리스트들이 대중을 동원하기 위해 위기를 적극적으로 연출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특히, 위기 연출은 대중과 엘리트, 또는 ‘위기의 주범’ 간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강조하며, 포퓰리스트들의 권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포퓰리스트들은 이러한 연출을 통해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환경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복잡한 절차와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약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결론: 포퓰리즘과 위기의 교훈

모피트의 논문은 현대 정치에서 포퓰리즘과 위기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위기가 단순히 외부적 사건이 아닌 포퓰리스트들의 전략적 도구임을 입증합니다. 위기의 공연성을 이해하면, 포퓰리즘이 단순한 대중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정치적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포퓰리즘이 어떻게 확산되고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또한, 위기의 연출과 확산이 민주주의와 정치적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모피트의 연구는 단순히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메커니즘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현대 정치의 역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논의를 넘어, 민주주의의 미래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