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사람들은 '자기검열'을 할까? — 홍콩 사례를 통해 본 민주주의 후퇴와 사회적 영향력
여러분,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괜히 꺼내기 조심스러웠던 순간.
혹은 가족이나 친구가 “그런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던 기억.
이처럼 '자기검열(self-censorship)'은 멀리 있는 독재국 얘기만은 아닙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바로 이 자기검열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지, 특히 민주주의가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를 다룬 매우 중요한 연구입니다. 홍콩의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시민들의 행동 변화, 그중에서도 '말을 아끼는' 방식의 변화에 주목한 연구인데요, 정말 흥미로운 결과가 많았습니다!
📚 기존 연구(Literature)에서 뭐라고 했을까?
자기검열(self-censorship)이라는 말, 많이들 들어보셨죠?
쉽게 말해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표현하지 않고 스스로 감추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정치적인 상황에서 “괜히 말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조심하는 행동이죠. 그런데, 왜 우리는 말을 아끼게 되는 걸까요?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왔어요:
"자기검열은 개인이 위험을 피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즉,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을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불이익(처벌, 낙인, 체포, 해고 등)**과, 그 말을 했을 때 얻는 **이익(속 시원함, 정치적 영향력 등)**을 저울질해서, 손해가 더 크다고 느끼면 말을 하지 않게 된다는 설명이에요. 이걸 학계에서는 **합리적 선택 이론(rational choice theory)**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정치학자 Daniel Bar-Tal(2017)은 사람들이 자기검열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개인의 성향, 사회적 상황, 주변 사람들의 반응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어요.
Elvin Ong(2021)은 사람들이 SNS에서 정치적 표현을 할 때도 "이 글을 올리면 나중에 잡혀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환경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조심하게 된다고 분석했죠.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정치적 리스크 회피’라는 개념도 이 연장선에 있습니다. 특히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모호하고 광범위한 법을 만들어서, 어느 선까지 괜찮고 어디부터 위험한지를 모르게 만들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스스로 더 조심하게 되고, 이런 법적 불확실성은 자기검열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만들어버립니다. (Moustafa 2007; Fu 2017; Stern & Hassid 2012)
✍️ 그런데 이런 설명, 뭔가 빠진 게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이 모든 설명은 마치 사람이 혼자 앉아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자기검열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요. 그런데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죠.
내가 어떤 말을 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 혼자 생각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 엄마가 “그런 얘기 하지 마라”고 말했을 수도 있고,
- 친구들이 예전엔 활발하게 정치 얘기하더니 요즘엔 다들 조용할 수도 있고,
- 회사에서 눈치 보이는 분위기일 수도 있죠.
즉, 우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그에 따라 내 생각이나 행동이 달라지기도 해요. 그런데 놀랍게도, 기존 연구는 이런 사회적 영향력(social influence)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 않았습니다.
🧩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단서들
물론,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런 사회적 요인을 슬쩍 언급하긴 했어요.
예를 들어, Stern & Hassid(2012)는 중국에서 사람들끼리 나누는 ‘설명적인 이야기들(didactic stories)’이 어떻게 행동 기준을 형성하고, 위험한 정치 행동을 피하게 만드는지 설명했어요. 즉, 법이나 정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가 자기검열을 유도할 수 있다는 거죠.
또한, Dana Moss(2016)는 해외 망명자들도 자기검열을 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지적했는데요, 그 이유는 그들의 발언이 자칫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것도 사회적 관계가 자기검열을 만드는 사례죠.
📰 언론인 vs 일반 시민
한편, 기존 연구의 또 다른 한계는 대상이 대부분 언론인이나 미디어 종사자였다는 점이에요.
- Lee & Chan(2009), Yesil(2014), Koo(2022) 등의 연구는 언론인들이 어떻게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지,
- 어떤 방식으로 체제의 눈치를 보는지를 분석했어요.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일반 시민들이 자기검열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 Carter et al.(2024), Robinson & Tannenberg(2019) 같은 연구들은 설문조사나 리스트 실험(list experiment)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이 공개적으로는 체제를 지지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밝혀내기도 했죠.
하지만 여기서도 자기검열이 왜 퍼지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행동적인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그냥 “위험해서 안 한다”는 수준을 넘지 못했던 거죠.
🎯 그래서 이 논문이 왜 중요한가요?
이 논문은 기존 연구들이 간과했던 사회적 영향력, 특히
- 주변 사람들의 조언(직접 설득, direct persuasion),
- 조용해진 분위기 자체(관찰 학습, observational learning),
이 자기검열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연구는 단순한 가설 제시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홍콩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이제까지는 “왜 말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혼자 겁나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논문은 “혼자 겁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크다”고 말해준 거예요.
💡 이 논문은 어떤 이론(Theory)을 제시하나요?
이 논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아주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자기검열은 혼자 하는 결정이 아니다. 사회 속에서 퍼지는 집단적 현상이다.”
즉, 자기검열은 개인의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겨나고 확산된다는 게 이 논문이 제시하는 새로운 이론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기검열은 두 가지 방식의 ‘사회적 영향력(social influence)’에 의해 형성됩니다.
1️⃣ 직접 설득 (Direct Persuasion)
이건 아주 직관적인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그런 말 하지 마라, 요즘 위험하다”, 회사 동료가 “정치 얘기 좀 자제해라”고 말할 때,
이런 식의 경고나 조언이 바로 '직접 설득'이에요.
이런 조언은 단순한 충고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이 나에게 기대하는 바(사회적 규범, injunctive norms)를 전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내가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나, 걱정하는 그 사람을 안심시키고 싶기 때문이죠.
이런 강요 아닌 강요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의외로 강력한 효과를 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자녀, 친구, 동료를 통해 비판적 시민들을 설득하거나 단념시키는 전략이 사용되었다는 연구도 있어요 (Deng & O'Brien 2013).
2️⃣ 관찰 학습 (Observational Learning)
이 방식은 좀 더 간접적입니다.
아무도 나에게 직접 “조심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주변 분위기를 보고 눈치를 채는 경우 있잖아요?
- “예전엔 정치 얘기 잘하던 친구가 요즘 조용하네?”
- “회사 게시판에선 이제 아무도 의견 안 올리네?”
- “다들 SNS 프로필 사진 바꿨네?”
이렇게 주변의 '침묵'을 보면서 나도 조용해지는 것, 이게 바로 관찰 학습이에요.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묘사 규범(descriptive norms)’이라고 부릅니다. 즉, 사람들이 ‘남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 그에 맞춰 행동을 조정하는 거예요 (Cialdini et al., 1990).
이 논문은 특히 이 관찰을 통한 자기검열 전염 효과가 매우 강력하다고 주장합니다.
🎯 그래서 이 논문이 말하는 핵심은?
기존 이론:
→ “자기검열은 나 혼자 계산해서 결정하는 거야.” (합리적 선택 모델)
이 논문:
→ “아니야, 자기검열은 주변 사람이 ‘조심해’라고 말하거나, 조심하는 걸 내가 보고 느끼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현상이야.”
게다가 이 논문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사회적 영향력이 사람들의 위험 인식(risk perception)**과 불안감(anxiety)**까지 키워준다고 말합니다. 이 두 가지 감정이 다시 자기검열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는 거죠.
🔍 이 논문은 어떤 방법(Method)으로 연구했을까?
그렇다면, 이 중요한 주장을 어떻게 실증적으로 입증했을까요?
바로 홍콩이라는 현실적인 사례를 활용한 설문조사(survey research)를 통해서입니다.
🏙️ 왜 홍콩인가요?
2019년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Anti-Extradition Movement)'가 대규모로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2020년 6월, 중국 정부는 국가보안법(NSL)을 전격 시행했죠.
이 법은 국가 전복, 분열, 테러,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을 광범위하게 금지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법이 너무 애매하고 포괄적이라는 점이에요.
“어디까지가 위험한 표현인지 모른다” → 사람들은 알아서 더 조심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자기검열이 퍼지는 메커니즘을 분석할 수 있는 최적의 사례로 홍콩을 선택한 거예요.
📋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했나요?
연구팀은 2020년 10월부터 11월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참가자는 총 3,401명, 대부분은 2019년 시위에 참여한 친민주 진영 시민들이었습니다.
설문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 정치적 표현을 줄였는지 (예: SNS에서 정치 글 삭제, 정치 대화 자제 등)
- 가족, 친구, 동료로부터 “조심해라”는 말을 들었는지
- 주변 사람들이 자기검열하는 모습을 얼마나 봤는지
-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한 적이 있는지
- 국가보안법(NSL)이 본인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줬다고 느끼는지
- 불안, 긴장감, 사회적 신뢰, 정치적 관심도 등 심리적 변수들
📐 자기검열을 어떻게 측정했을까?
사실 ‘자기검열’이라는 개념은 측정하기가 꽤 까다로운 주제입니다.
왜냐하면 자기검열은 사람들이 일부러 말을 안 하거나 생각을 숨기는 행위이기 때문에,
“당신은 자기검열하나요?”라고 대놓고 물어본다고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논문은 홍콩 시민들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중심으로
자기검열 여부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 기존 도구 대신 '현실 기반 설문'을 만들다
연구자들은 원래 언론 연구 등에서 사용되는 기존 자기검열 측정 도구들(예: Hayes et al., 2005)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 도구들은 주로 “다른 사람과의 의견 충돌을 피하려고 말을 줄이는가?” 같은 민주주의 사회의 맥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홍콩은 국가보안법(NSL)**이 시행된 후, 사람들이 느끼는 위험은 **의견 충돌이 아니라 ‘법적 처벌의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홍콩 상황에 맞는 새로운 측정 문항 6개를 개발하게 됩니다.
✅ 자기검열 측정 문항 6가지
설문에서는 먼저 이렇게 물어봐요: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정치적 표현과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행동 변화를 보인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아래 6가지 행동 중 해당되는 항목에 “예(1)” 또는 “아니오(0)”로 답하게 합니다.
① | 정치적이거나 시위 관련 콘텐츠를 SNS나 휴대폰에서 삭제했는가? | 디지털 흔적 지우기 |
② |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이나 닉네임을 바꿨는가? | 정치적 연관성 감추기 |
③ | SNS 친구 목록을 정리하거나 언팔/차단했는가? | 정보 노출 대상 축소 |
④ | SNS에서 정치 관련 댓글/게시물 작성을 줄였는가? | 온라인 정치 표현 감소 |
⑤ | 공공장소에서 정치 이야기를 덜 하게 되었는가? | 오프라인 자기검열 |
⑥ | 친구들과 정치적 대화를 회피하게 되었는가? | 친밀한 관계 속 침묵 |
🧮 점수는 어떻게 계산했을까?
- 위 6가지 항목에서 ‘예’라고 응답한 개수를 모두 더해
- **0점에서 6점까지의 자기검열 지수(self-censorship index)**를 만들었습니다.
→ 예: 3개 항목에 “예”라고 답했다면 자기검열 점수는 3점!
이 점수는 결국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 0점: “나는 정치 표현을 하나도 줄이지 않았다”
- 6점: “나는 정치 표현을 거의 완전히 중단했다”
📊 실제 응답 분포는 어땠을까?
- 약 **50%**의 응답자가 “SNS나 공공장소에서 정치 이야기를 줄였다”고 응답
- 약 **33%**는 “정치적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정리했다”고 답함
- 약 **21%**는 “친구들과 정치 얘기를 덜 한다”고 응답
- 전체 평균 자기검열 점수는 약 2.2~2.5점 수준
이 수치는 국가보안법 시행 3개월 후인 시점에서, 많은 홍콩 시민들이
실제로 자기검열 행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 이 측정 도구, 신뢰할 만할까?
연구자들은 이 6개 문항이 내적으로 얼마나 일관성 있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KR-20 계수(Kuder-Richardson Formula 20)**라는 통계 지표를 사용했습니다.
- KR-20 = 0.71
→ 보통 0.7 이상이면 신뢰 가능한 지표로 평가되므로, 이 자기검열 지수는 통계적으로도 안정적인 측정도구입니다.
(참고로, KR-20은 ‘예/아니오’로 구성된 이항형 변수에 특화된 신뢰도 분석 방법이에요.)
✍️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치적 표현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실제 행동을 중심으로 측정하고, 이를 점수화한 지표다.”
이 지표는 단순히 “자기검열을 했나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실제 행동 변화를 기반으로 자기검열 정도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측정한다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 왜 이 측정이 중요할까?
이 자기검열 지수는 연구의 핵심 종속변수로 사용됩니다. 즉:
- 가족이나 친구의 조언,
- 주변 분위기,
- 위험 인식이나 불안감 등
이런 변수들이 얼마나 자기검열 행동을 유발하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이 되는 지표예요.
➡️ 말하자면, 이 6개의 질문이 이 논문의 실증적 기반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셈입니다.
🔁 중간 변수(매개 변수, Mediators)는 뭐였나요?
자기검열을 유도하는 ‘사회적 영향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매개 변수들도 조사했습니다:
- NSL이 나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위험 인식 proxy)
- 내 주변에 체포될 위험이 있는 지인이 얼마나 되는지
- 불안 수준(Anxiety Index): 초조함, 집중 어려움, 사회적 회피 등의 정서 상태를 측정
이 변수들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이 단순히 "네 말 조심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신적·정서적 자극을 통해 자기검열 행동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분석했어요.
🧪 분석 방식 한눈에 보기
이 논문은 수천 명의 데이터를 다루는 실증 연구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정교한 통계 분석 방법이 사용되었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여기선 전문 용어는 최소화하고, **“무슨 방식으로 어떤 걸 검증했는가”**를 하나씩 천천히 풀어볼게요.
1️⃣ 자기검열 수준은 어떻게 측정했을까?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정치 표현을 줄이거나 삭제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6개의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예시는 다음과 같아요:
- “정치 관련 게시글을 SNS에서 지운 적 있나요?”
- “정치적 의견을 친구들과 나누는 빈도가 줄었나요?”
-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바꾼 적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 **‘예/아니요’**로 답하게 한 뒤, ‘예’라고 답한 개수를 더해 0~6점 사이의 자기검열 점수를 만든 거예요.
이게 바로 종속변수(outcome variable), 즉 연구의 핵심 결과값입니다.
2️⃣ 어떤 분석 방법을 썼을까?
📌 (1) 음이항 회귀분석 (Negative Binomial Regression)
자기검열 점수는 ‘0~6개의 행동 중 몇 개를 했는가’처럼 정수로 된 ‘횟수형(count data)’ 변수예요.
그런데 이런 정수형 데이터는 일반적인 선형회귀(Linear Regression)로 분석하면 오류가 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음이항 회귀분석(Negative Binomial Regression)**을 사용했어요. 이건:
- 데이터가 정수 형태(count)일 때 적합하고,
- 특히 값이 0인 사람이 많거나 분산이 큰 경우에 유용한 방식입니다.
💡 쉽게 말하면:
“자기검열 행동을 몇 개나 했는지를 예측할 때 가장 정확한 통계 모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2) 매개효과 분석 (Mediation Analysis)
이 연구에서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단지 “A → B”를 보는 게 아니라, “A가 B에 영향을 주는 경로”, 즉 중간 메커니즘을 밝혀낸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 가족이 “조심해”라고 말함 → 불안감 증가 → 자기검열
이런 식으로 중간에 감정·인식 변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 거죠.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는 있어요. 일반적인 매개분석(mediation analysis)은 **연속형 변수(예: 1~100점 사이)**에 적합한 방식인데,
이 연구의 자기검열 지수는 0~6개의 정수형 count 데이터였기 때문에, 일반 매개분석을 그대로 쓰면 안 됩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Cheng et al. (2018)**이 개발한 maczic이라는 R 패키지를 사용했습니다. 이건:
- **count 데이터나 0이 많은 데이터(zero-inflated count data)**에 적합한 매개분석 도구고,
- 세 가지 회귀식을 한꺼번에 돌려서 직접 효과 vs 간접 효과를 분리해 보여줍니다.
💡 간단히 말해:
“사회적 영향이 불안이나 위험 인식이라는 심리 과정을 거쳐 자기검열로 이어지는지를 추적하는 고급 통계 도구”예요.
📌 (3) 로지스틱 회귀분석 (Logistic Regression)
또 하나의 분석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조심하라고 조언했는가?”**를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이건 ‘했다(1)’ vs ‘안 했다(0)’라는 이진형(binary) 변수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여기에 **로지스틱 회귀(logistic regression)**를 사용했어요.
로지스틱 회귀는 결과가 예/아니오로 나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계 분석 기법입니다.
3️⃣ 변수들은 어떻게 구분했을까?
정리해보면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 종속변수 | 자기검열 점수(0~6) / 조언 여부(예/아니오) | 음이항 회귀 / 로지스틱 회귀 |
✅ 독립변수 | 가족·친구·동료로부터 조언을 받았는가, 주변의 자기검열 인식 등 | 주요 설명 변수 |
✅ 매개변수 | NSL의 영향력 인식, 불안 점수, 체포 위험을 받는 지인 수 | mediation 분석에 사용 |
🧮 통계적으로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 자기검열 지수의 내적 신뢰도는 KR-20 = 0.71
→ 꽤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지수예요 (KR-20은 이항형 변수에 적합한 신뢰도 지표) - 매개효과 분석에서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기법 사용
→ 통계적 유의성을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규분포 가정을 피할 수 있어 신뢰도 높음
✍️ 요약하면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자기검열 행동 수 | 음이항 회귀분석 | 정수형(count data), 분산 큼 |
조언 여부 | 로지스틱 회귀 | 예/아니오의 이진형 변수 |
중간 메커니즘(불안, 위험 인식 등) | 매개효과 분석 (maczic) | count형 종속변수에 적합한 매개 모델 |
유의성 검정 | 부트스트래핑 | 통계적 신뢰도 향상 |
🧠 그래서 중요한 건 뭐냐면요…
이 논문은 단순히 “조언을 받으면 자기검열한다”라는 상식적인 가설을 검증하는 데 그치지 않았어요.
그 과정을 매우 정밀한 분석 방법으로 검증하면서,
- 어떤 조언이 더 영향력 있는지,
- 어떤 감정이 중간에서 작동하는지,
- 어떻게 사회적 문화로 번지는지를
‘숫자’와 ‘통계 모델’로 입증해냈다는 점에서 큰 학술적 기여를 합니다.
📊 이 논문,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제까지의 이론과 연구 설계가 아무리 멋져도, 결과가 명확하지 않으면 힘이 없겠죠?
이 논문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정말 중요한 사실들을 보여줍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기검열을 시작한다.”
자세히 풀어보면 다음과 같은 주요 결과들이 나왔어요.
✅ 1. 가족이나 동료의 ‘조심하라는 조언’은 실제로 자기검열을 유발했다
설문에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학교 동료(=‘또래’)로부터 “요즘은 정치 얘기 조심해”라는 조언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자기검열 행동을 보였습니다.
특히:
- 가족으로부터 조언을 받은 경우 → 자기검열 점수가 약 16% 증가
- **또래 집단(동료나 학우)**로부터 조언을 받은 경우 → 약 11% 증가
- 반면, 친구의 조언은 효과가 유의미하지 않았어요
➡️ 즉,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신중한 경고’처럼 느껴지는 가족/또래의 조언이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친구들은 감정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위험을 더 객관적으로 전달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 2. 주변 사람들의 침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자기검열이 확산됐다
이건 정말 주목할 만한 결과예요.
“내 주변 사람들 중에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도 자기검열을 더 많이 한다.”
정확히 말하면, ‘자기 주변에서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 수’가 1단계 올라갈 때마다, 자기검열 지수가 약 49%나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관찰 학습’ 효과가 직접적인 조언보다 더 강력했습니다.
➡️ 이건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는 자기검열 문화를 보여주는 결과예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침묵하는 걸 보면 **“아, 지금은 말하면 안 되나 보다”**라고 깨닫게 되는 거죠.
😨 3. 왜 이런 사회적 영향력이 효과가 있을까? (중간 과정 분석)
이 논문이 특별한 점은, 단순히 "이렇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원인과 과정까지 밝혀냈다는 것입니다.
즉, 사회적 영향 → 어떤 심리적 변화 → 자기검열이라는 **경로(메커니즘)**를 분석했어요.
연구진은 세 가지 중간 변수를 실험했는데, 그중 두 가지가 실제로 강하게 작동했습니다:
① NSL에 대한 '위험 인식'
가족이나 동료에게서 경고를 받거나, 주변 사람들이 조용해지면
→ “정말 위험한가 보다”라는 인식이 커지고
→ 자기검열로 이어졌습니다.
② 불안감 (Anxiety)
‘긴장되고, 예민하고, 말 꺼내기 불안한’ 상태가
→ 자기검열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이 두 요소는 직접 설득이든, 관찰이든 관계없이 작동했어요. 즉, 사회적 영향력은 사람의 '마음 상태'를 바꾸고, 그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걸 보여준 거죠.
반면에, “내가 말하면 친구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보호 본능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요.
👨👩👧👦 4. 가족의 조언이 친구보다 효과적인가?
이건 연구자들이 가설로 세웠던 질문인데요, 결과는 이랬어요:
- 가족 > 친구: 차이가 있긴 했지만, 통계적으로 아주 강력하진 않았어요
- 가족 vs 또래: 유의미한 차이 없음
➡️ 즉, 무조건 가족의 말이 더 강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또래나 사회적 거리가 있는 집단의 조언이 더 ‘현실적 위기감’을 전달할 수도 있다는 시사점을 남깁니다. 이건 Granovetter(1973)의 ‘약한 연결고리가 더 다양한 정보를 준다’는 이론과도 연결돼요.
🔁 5. 자기검열은 ‘전염’된다: 조언을 받은 사람은 또다른 사람에게 조언한다
이건 진짜 무섭고 중요한 결과예요.
“자기검열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조심하라’고 말할 가능성도 높다.”
즉, 자기검열은 개인의 방어적 행동을 넘어서, 사회적 행동이 된다는 거예요.
가령…
- “엄마가 나한테 조심하라고 했고” → “나도 동생에게 조심하라고 말하고”
- “친구가 말 줄이더라” → “나도 입 다물고, 다른 친구에게도 조심하라고 함”
이런 식의 사회적 재생산 과정이 밝혀졌습니다.
➡️ 결국, 국가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아도, 사람들끼리 ‘서로 조심하라’고 하면서 권위주의가 퍼지는 기반이 되는 것이죠.
🧠 정리하면?
✅ 직접 설득 | 가족·또래의 경고가 자기검열을 유발 |
👀 관찰 학습 | 주변 사람들이 조용하면 나도 조용해짐 |
😨 중간 메커니즘 | 위험 인식과 불안감이 핵심 경로 |
🔁 전염 효과 | 조언 받은 사람이 또 조언함 = 사회적 확산 |
🧩 가족 vs 친구 | 가족 조언이 좀 더 영향력 있지만 확정적이지 않음 |
✍️ 마무리하며
이 논문은 단순히 "사람들이 무서워서 말 안 해요"라는 수준의 설명에서 벗어나,
사회 속에서 자기검열이 어떻게 태어나고, 퍼지고, 문화로 정착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실증 연구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로 침묵은 너의 선택이었나요?
아니면, 주변의 침묵을 본 당신이 자연스럽게 따라간 결과일까요?”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자기검열이라는 행동이 어떻게 사회 전체를 잠식해가는지 궁금하셨다면,
이 논문은 그에 대한 가장 정밀한 답을 제공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