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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Bonansinga et al (2025) 좌파 포퓰리즘도 불안을 이야기한다 (PSR)

Dr. Julia 2025. 3. 25. 05:27

 

📌 포데모스(Podemos), 불안(insecurity)을 이야기하다: 스페인 좌파 포퓰리즘의 새로운 해석

여러분은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흔히 포퓰리즘은 트럼프나 극우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이 통념을 뒤집습니다. 바로 스페인의 좌파 정당 포데모스(Podemos)가 어떻게 “불안감”을 핵심 정치 자원으로 삼았는지를 다룬 연구입니다. 논문 제목은 The Role of Insecurity in Left Populist Ideology: A Review of Podemos (Bonansinga & Kielty, 2025)입니다.

왜 이 논문이 흥미로울까?

기존의 연구들은 포퓰리즘과 불안(insecurity) 사이의 관계를 주로 극우 정치에 한정해서 설명했습니다. 난민, 범죄, 외국인 혐오와 같은 이슈들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저자들은 "좌파 포퓰리즘도 불안을 이야기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포데모스는 경제 위기, 민주주의의 후퇴, 사회적 배제 같은 문제들을 ‘불안’의 언어로 풀어내며, 엘리트를 적으로 만들고 자신들을 ‘구원자’로 포지셔닝했다는 겁니다.

이 논문은 포데모스의 담론을 ‘불안’이라는 새로운 렌즈로 분석하며, 좌파 포퓰리즘도 단순히 복지나 소득 분배만 말하는 게 아니라, 존재론적 위기감(ontological insecurity)을 공유하며, 대중과 감정적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합니다.


포퓰리즘과 불안의 연결고리

논문은 먼저 “포퓰리즘은 본질적으로 불안한 시대의 정치 스타일”이라고 정의합니다. 포퓰리즘은 '배신당한 국민'과 '악한 엘리트'의 대립 구도를 만들며, 기존 정치 질서를 위협하는 감정을 자극합니다. 불안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포퓰리스트는 이런 불안을 통해 “우리는 위협받고 있다”는 감정을 만들어내고, 엘리트를 적으로 몰아가죠.

기존 연구들은 주로 극우 포퓰리즘(예: 이민자 공포, 치안 불안)에 집중했지만, 이 논문은 좌파 포퓰리즘도 불안을 기반으로 작동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포데모스는 “불안감을 말하는 좌파(security-speaking Left)”의 대표 사례로 다루어집니다.


포데모스의 등장: 불안에서 태어난 정당

포데모스는 2011년 스페인을 휩쓴 ‘인디그나도스(Indignados, 분노한 사람들)’ 시위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스페인은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고, 기존 양당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포데모스는 이러한 분노와 불안을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면서 기존 좌우 구도를 벗어나, ‘위에서 억압하는 엘리트 vs 아래에서 고통받는 국민’이라는 수직적 구도를 강조했습니다. 논문은 이 ‘위-아래’ 구조가 불안감을 핵심 자원으로 삼았다고 분석합니다.


엘리트를 어떻게 적으로 만들었을까? (Enemification)

포데모스는 국내외의 엘리트를 모두 “카스타(la casta)”라는 용어로 부르며, 한 덩어리의 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이들은 국민의 삶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며,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는 존재로 그려졌죠.

예를 들어,

  • 국내 엘리트는 1978년 프랑코 독재 이후 이어진 정치체제를 '거짓 민주주의'로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두 정당이 번갈아 집권하며 국민을 배제했다는 거죠.
  • 국제 엘리트로는 EU, NATO, 미국이 언급됐습니다. 이들은 스페인의 주권을 침해하고, 긴축 정책으로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든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엘리트 묘사는 “국민의 불안한 삶은 결국 그들의 책임”이라는 서사를 강화하며, 포데모스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진짜 대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해줍니다.


국민을 하나로 묶는 감정: 수치심과 희망

포데모스는 국민을 단순히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집단이 아니라, 엘리트에 의해 ‘모욕당한(humiliated)’ 집단으로 묘사합니다. 이 감정은 개인적 좌절을 집단적 분노로 바꿔주는 힘을 가졌죠. 엘리트는 국민을 무시하고, 외면하고, 배신한 존재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포데모스는 “희망의 정치”도 동시에 이야기합니다. 절망만으로는 정치적 동원이 어렵기 때문이죠. 포데모스는 국민이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직접민주주의, 국민참여, 유럽개혁 등을 약속합니다. 이처럼 수치심과 희망이라는 감정은 포데모스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결론: 좌파 포퓰리즘도 ‘불안’을 이야기한다

이 논문은 좌파 포퓰리즘, 특히 포데모스가 단순히 경제정책이나 복지 이슈만을 이야기하는 정당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포데모스는 정치적·사회적·존재론적 불안에 대한 서사를 중심으로 ‘엘리트는 위협, 우리는 피해자’라는 구도를 만들고, 자신들을 ‘구원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포퓰리즘을 이해하는 방식을 확장시켜 줍니다. 극우든, 좌파든 ‘불안’이라는 감정은 대중정치의 핵심 자원이며, 포퓰리즘의 공통된 감정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 요약 정리

  • 포데모스는 불안감을 핵심 정치 자원으로 사용한 좌파 포퓰리즘의 대표 사례
  • 엘리트를 ‘카스타’로 묘사하며, 국내외 엘리트를 모두 적으로 설정
  • 수치심과 희망이라는 감정을 통해 대중을 결집
  • 기존 좌우 구도를 넘어, ‘위(엘리트)-아래(국민)’의 수직 구도를 제시
  • 좌파도 충분히 ‘불안’을 말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음을 입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