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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실험] van Prooijen et al (2025) 왜 사람들은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좋아할까? 재미있어서!

Dr. Julia 2025. 5. 26. 00:21

🍿 왜 사람들은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좋아할까? 재미있어서!

요즘 전 세계 정치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포퓰리즘(populism)’입니다. 헝가리의 오르반, 인도의 모디,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아르헨티나의 밀레이까지. 좌우를 막론하고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정치인을 지지할까요? 경제 불안? 엘리트에 대한 불신? 정치 혐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논문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바로 “재미(엔터테인먼트)”입니다.

🎬 정치도 엔터테인먼트다: ‘팝콘 정치’란?

이 논문의 제목은 “Popcorn Politics”, 즉 ‘팝콘 정치’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보듯이, 정치인도 “재밌어야” 지지를 받는다는 주장입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정치인을 얼마나 재밌다고 느끼는지(entertainment appraisals)가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지지하는 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미국인을 대상으로 4개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 이론적 배경: 포퓰리즘은 ‘재밌는 정치’일 수 있다?

포퓰리즘은 단순한 정치 이념이라기보다는 **정치 스타일(political style)**입니다. 사회를 “선한 민중(the people)”과 “부패한 엘리트(the elite)”로 이분하는 관점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자신이 바로 민중의 ‘진짜 대표자’라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포퓰리즘은 **반엘리트주의(anti-elitism)**와 **민중중심주의(people-centrism)**를 핵심 요소로 합니다 (Jagers & Walgrave, 2007; Mudde, 2004; Müller, 2016).

학계에서는 포퓰리즘을 ‘얇은 이념(thin-centered ideology)’이라 부릅니다. 이는 포퓰리즘이 독립적인 이념체계라기보다는, 좌파든 우파든 다양한 이데올로기에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Mudde & Kaltwasser, 2017). 예컨대, 우파 포퓰리즘은 이민 통제와 권위주의를 강조하고, 좌파 포퓰리즘은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경제적 평등을 중시합니다 (Akkerman et al., 2017; Bernhard & Kriesi, 2019; Rooduijn & Akkerman,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는 공통적으로 "부패한 엘리트에 맞서 민중을 대변한다"는 논리를 중심에 둡니다.

🎯 그런데 왜 사람들은 포퓰리스트에게 끌릴까?

기존 연구들은 포퓰리즘 지지의 이유를 주로 '푸시 요인(push factors)', 즉 사람들을 포퓰리즘으로 내모는 부정적 정서로 설명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회적 위협과 불안 (Abadi et al., 2024; Kinvall, 2018)
  • 정치적 냉소와 무기력감 (Papaioannou et al., 2023)
  • 분노와 혐오감 (Magni, 2017; Martinez et al., 2023)
  •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과 저항심 (Schumacher & Rooduijn, 2013)

이런 설명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이와는 다른 시선을 제시합니다. 바로 '풀 요인(pull factors)', 즉 사람들이 포퓰리즘에 매력을 느끼는 긍정적 요소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 포퓰리즘은 감정의 ‘놀이공원’이다?

연구팀은 포퓰리즘이 단순히 ‘불안한 사람들의 분노 표출’이 아니라, **“재미있는 정치 스타일”**이기 때문에 지지를 받는다는 가설을 세웁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극적이고 감정적인 표현, 단순한 메시지, 음모론적 세계관, 카리스마적 스타일, 언론이나 기득권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 등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해 정서적으로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는 마치 TV 드라마나 범죄 추리 소설과 유사합니다. 실제로 포퓰리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는 음모론적 내러티브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더 흥미롭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Van Prooijen, Ligthart et al., 2022). 이런 스토리텔링의 재미는 단지 정치적 메시지의 내용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재미(엔터테인먼트)는 왜 중요한가?

연구진은 entertainment appraisal, 즉 특정 정치인을 얼마나 흥미롭고 주목할 만하다고 느끼는지를 정치적 지지와 연결시켰습니다. 이는 단순히 ‘좋다’ vs ‘싫다’의 감정 평가가 아니라, **얼마나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지(intensity of emotion)**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무서운 영화나 슬픈 드라마를 “재밌다”고 말할 때, 꼭 ‘유쾌하다’는 뜻이 아니듯,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메시지도 반드시 긍정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것이 지루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확 와닿는가입니다.

연구팀은 이처럼 “강렬한 감정적 몰입”이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때로는 타인에게 더 강하게 끌리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Van Boven et al., 2010; Dutton & Aron, 1974). 즉, 포퓰리스트의 쇼맨십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 정치적 매력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요약하자면, 이 논문의 이론적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포퓰리즘은 불안이나 분노에 의존하는 ‘부정의 정치’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재밌는 정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재미의 감정이 지지율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일 수 있다.

이 관점은 기존의 포퓰리즘 연구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포퓰리스트가 지지를 얻는 건, 그들이 진짜 문제를 말해서일까? 아니면 그냥 더 재밌어서일까?”

 

🔬 실험 1: 트럼프 vs 바이든, 누가 더 재밌을까?

첫 번째 실험에서는 미국의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또는 바이든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각 참가자는 자신이 지지했던 정치인을 얼마나 **재미있게 느끼는지(entertainment appraisal)**지지 수준을 평가했습니다.

📋 구체적인 설계

  • 참가자 수: 509명 (트럼프 투표자 242명, 바이든 투표자 253명)
  • 평가 항목: 흥미로운가, 지루한가(역코딩), 흡입력 있는가 등 총 9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재미 척도’ (신뢰도 α = .96)
  • 지지도 평가: “앞으로 이 정치인을 다시 지지할 수 있는가?” 등 4가지 문항 (신뢰도 α = .87)
  • 추가로 포퓰리즘 성향(예: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도 측정 (Akkerman et al., 2014 척도)

💡 주요 결과

  •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고 평가됨 (M = 4.15 vs 2.58)
  • 두 정치인 모두, 재미있다고 느낄수록 지지도가 높아졌지만,
  • 이 상관관계는 트럼프에게서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남
  • 포퓰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트럼프를 더 재미있게 느꼈고, 그로 인해 지지도도 올라감 (매개효과 확인됨)

📌 요약: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그가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인물인가가 지지도의 핵심 요인이었음. 반면 바이든은 재미 여부가 지지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


🧪 실험 2: 같은 당 내부 비교 – 트럼프 vs 롬니, 샌더스 vs 바이든

“트럼프는 원래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개성이 강하잖아?”라는 반론을 고려해, 연구진은 같은 당 내 정치인들 간 비교를 진행했습니다.

  • 실험 2a (공화당): 트럼프 vs 롬니
  • 실험 2b (민주당): 샌더스 vs 바이든

📋 설계 요약

  • 참가자 수: 공화당 지지자 347명 / 민주당 지지자 348명 (Prolific을 통해 사전 선별)
  • 각 참가자는 트럼프와 롬니, 또는 샌더스와 바이든을 각각 평가 (within-subjects 디자인)
  • 평가 항목: 실험 1과 동일하게 재미 평가(α > .92), 지지도 평가(α > .90), 포퓰리즘 성향(α ≈ .80)

💡 주요 결과

  • 트럼프와 샌더스가 각각 롬니와 바이든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고 평가됨
    • 예: 트럼프 M = 4.18 vs 롬니 M = 2.19 / 샌더스 M = 3.88 vs 바이든 M = 2.66
  • 재미 요소가 클수록 지지도도 높아졌으며, 이 상관관계는 역시 포퓰리스트 후보일수록 더 강력
  •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참가자는 롬니나 바이든보다는 트럼프와 샌더스를 더 지지
  • 특히 트럼프에 대해서는, 포퓰리즘 성향 → 재미 인식 → 지지도로 이어지는 매개 효과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남

📌 요약: 같은 당 내부에서도, 포퓰리즘적 스타일을 가진 정치인이 더 재미있다고 평가되고, 더 많이 지지받음. 단, 민주당에서는 이 차이가 공화당만큼 뚜렷하지 않았고, 샌더스와 바이든 간 차이는 경계선 수준에서 유의미함(p = .067).


🧪 실험 3: 가상의 정치인 연설, 누가 더 끌릴까?

기존 정치인에 대한 평가에는 이미지, 언론 노출, 사전 인상 등 많은 ‘잡음’이 섞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연구팀은 AI가 생성한 가상의 정치 연설문을 이용한 실험을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 설계 개요

  • 참가자 수: 598명 (미국인 / 무작위 조건 배정)
  • 조건: 포퓰리스트 연설 vs 비포퓰리스트 연설
  • 연설 배경: 가상의 나라 ‘자로리아’에서 한 정치인이 실업 문제를 주제로 연설
    • 포퓰리스트 연설: “우리 경제는 부자 엘리트에게 조작당하고 있다!”
    • 비포퓰리스트 연설: “함께 협력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
  • 평가 항목: 연설의 재미(α = .96), 감정 강도(intensity), 감정의 긍정/부정성(valence), 정치인 지지도(α = .92), 포퓰리즘 성향(α = .76)

💡 주요 결과

  • 포퓰리스트 연설이 비포퓰리스트 연설보다 더 재미있고 지지도가 높았음
  • 재미 요소가 지지도를 예측하는 정도는 포퓰리스트 연설에서 훨씬 더 강력
    • 재미 → 감정 강도 상승 → 정치인 지지 상승의 경로 확인됨
  • 감정의 ‘밝기’(positive/negative)는 유의미하지 않았고, **‘강도’**가 중요하게 작용함

📌 요약: 실제 정치인이 아니라, 처음 보는 가상의 정치인이라도 포퓰리즘 스타일을 쓰면 더 재미있게 느껴지고, 더 많이 지지받을 수 있음. 즉, 정치인의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포퓰리즘 스타일 자체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는 것.


이 세 실험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사람들은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더 재밌고 감정적으로 몰입되기 때문이다.”

정치가 점점 더 감정적이고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소비되는 시대, 포퓰리즘은 대중을 끌어당기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전략”일 수 있다는 통찰을 주는 연구입니다.

 

🧪 실험 3: 가상의 정치인 연설, 누가 더 끌릴까?

앞선 실험 1과 2에서는 트럼프, 샌더스, 바이든, 롬니 같은 실존 정치인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와 ‘지지도’의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한계가 있었죠.

“사람들이 원래 트럼프나 샌더스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느낀 거 아닌가?”

즉, 이미 유명한 인물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와 편견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입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정치인’**을 등장시켜 완전히 새로운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 실험 디자인: ‘자로리아’라는 가상의 나라

참가자들에게는 ‘자로리아(Zaloria)’라는 가상의 민주 국가를 소개합니다. 이 나라는 요즘 실업률이 높고, 일자리가 불안정한 사회 문제를 겪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자로리아 정치인이 한 연설문을 읽게 됩니다. 이 연설문은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1. 포퓰리스트 연설: 엘리트 계층을 비난하고, 민중을 위한 전투자로서 정치인이 등장
    • 예: “우리 경제는 부유한 엘리트에게 조작당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같은 서민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2. 비포퓰리스트 연설: 협력과 정책 중심의 실용적인 접근
    • 예: “우리는 함께 협력하여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 두 연설 모두 ChatGPT로 생성되었으며, 연구진이 내용을 꼼꼼히 수정해 포퓰리즘 스타일의 특징(반엘리트, 민중 중심 등)이 잘 드러나도록 구성했습니다.


📋 실험 구성 및 측정 항목

  • 참가자 수: 총 598명 (미국 Prolific 사용자)
  • 조건: 무작위로 포퓰리스트 연설 vs 비포퓰리스트 연설 중 하나 배정
  • 주요 측정 항목:
    • 연설의 재미 정도 (entertainment appraisal)
      → “이 연설은 흥미로웠는가?”, “지루했는가(역코딩)?” 등 9개 문항, 신뢰도 α = .96
    • 정치인 지지도
      → “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등 5개 문항, α = .92
    • 감정의 강도(intensity)감정의 방향(valence)
      → 0~100점 슬라이더로 측정: 얼마나 강렬했는가? 얼마나 긍정적/부정적이었는가?
    • 포퓰리즘 성향 (Akkerman 척도)
      → 예: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엘리트는 국민을 무시한다” (α = .76)

✅ 주요 결과 정리

🎯 1. 포퓰리스트 연설이 더 ‘재미있다’

  • 포퓰리스트 연설은 비포퓰리스트 연설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포퓰리스트 평균: M = 3.36, SD = 0.64
    • 비포퓰리스트 평균: M = 2.97, SD = 1.05
    • 차이 유의미함 (p < .001)

❤️ 2. 연설을 재미있게 느낄수록 정치인에 대한 지지도도 상승

  • 두 연설 모두에서 ‘재미 점수’가 높을수록 정치인을 더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 그 관계는 포퓰리스트 연설일 때 훨씬 강력하게 나타났습니다.
    • 포퓰리스트 연설의 경우: B = 0.72
    • 비포퓰리스트 연설의 경우: B = 0.55
    • 즉, 같은 재미 점수라도 포퓰리스트일 때 더 많은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 3. 감정의 ‘강도’가 핵심이다

  • 포퓰리스트 연설을 읽은 참가자들은 감정 강도가 더 높았습니다.
    • 포퓰리스트 연설: 평균 강도 M = 53.1
    • 비포퓰리스트 연설: 평균 강도 M = 41.5
  • 반면 감정의 **밝기(긍정/부정 여부)**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 즉, 슬프든 화나든 기쁘든 얼마나 강렬하게 느꼈는가가 더 중요했습니다.

🔄 4. 감정 강도는 ‘재미 → 지지’의 매개 역할을 한다

  • 재미 요소 → 감정 강도 상승 → 정치인 지지 상승의 경로가 포퓰리스트 연설에서만 유의미하게 확인됨
  • 반면, 비포퓰리스트 연설에서는 이 경로가 나타나지 않음

🧩 정리: 익명의 정치인도, 포퓰리스트 말투면 지지받는다?

이 실험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정치인이더라도, 포퓰리즘 스타일로 말하면 더 재미있고 더 지지받는다.”

즉, 단순히 트럼프라서, 샌더스라서 재미있게 느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는 메시지 스타일 자체가 재미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포퓰리즘 스타일은 사람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고, 그 결과 지지로 이어지는 감정 기반 정치의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