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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질적방법론] Nilan (2025) 왜 청년과 극우 포퓰리즘을 연구해야 할까?

Dr. Julia 2025. 5. 26. 00:09

🧠 왜 청년과 극우 포퓰리즘을 연구해야 할까?

극우 포퓰리즘에 이끌리는 청년들을 연구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호주 뉴캐슬대학교의 청년사회학자 Pam Nilan은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이 이 민감하고 복잡한 주제를 다룰 때 어떤 도전과 고민을 겪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특히 디지털 세대 청년 남성들과 직접 대화하며 질적 연구를 수행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럼에도 왜 꼭 필요한지를 이야기합니다.

 

📌 극우 포퓰리즘과 청년: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나?

요즘 왜 그렇게 많은 청년들이 극우 포퓰리즘에 끌리는 걸까요? 특히 백인 남성 청년들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Pam Nilan은 이 질문에 대해 구조적, 세대적, 감정적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단순히 ‘청년이 원래 반항적이니까’가 아니라, 청년 세대가 처한 불안정한 현실, 정체성 위기, 그리고 온라인 환경이 극우 담론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짚어냅니다.


🔹 1.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삶

Nilan은 청년들이 극우 포퓰리즘에 끌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로 경제적 불안정을 꼽습니다. 학위를 따고도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 집을 사기는커녕 독립조차 힘든 구조, 청년들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에 던져진 느낌을 받게 만드는 조건들이 쌓여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불안이 단순한 좌절감을 넘어 “잃어버린 권리”에 대한 감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젊은 백인 남성들은 이전 세대가 당연하게 누렸던 ‘남성의 특권’, ‘백인의 우위’가 약화되고 있다고 느끼며, 이를 자신에 대한 부당한 박탈로 받아들입니다 (Mudde 2014; Kimmel 2010).

이러한 심리 상태를 Michael Kimmel(2007)은 “aggrieved entitlement (억울한 특권의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신이 잃은 것이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빼앗긴 것이라 믿는 감정, 바로 그것이 극우 담론과 강하게 연결됩니다.


🔹 2. “황금기”에 대한 향수와 회귀 욕망

Ronald Inglehart와 Pippa Norris(2017)는 극우 포퓰리즘이 ‘신화적 과거’를 강조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시절에는 사회가 덜 다양했고, 전통적인 성 역할이 분명했으며, 국가가 더 강하게 보호받았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런 담론은 지금의 혼란스럽고 변화 많은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일종의 정체성의 피난처가 되어 줍니다.

결국 극우 담론은 단순히 과격한 정치적 주장이라기보다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며, 안정성과 질서를 갈망하는 청년기의 내면과도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 3. 디지털 환경과 알고리즘의 영향

Nilan은 디지털 플랫폼이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특히 TikTok, Discord, Reddit, YouTube 등은 청년들이 거의 하루 종일 접속해 있는 공간입니다. 이 안에서 청년들은 친구, 유튜버, 밈(meme), 알고리즘을 통해 극우적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강화됩니다 (Zhang and Davis 2022; Åkerlund 2020).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 에코 챔버 효과: 비슷한 의견만 반복적으로 접하며,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보 환경.
  • 알고리즘 확산 효과: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극단적 콘텐츠가 추천되는 구조.

실제로 독일에서는 29세 이하 청년층 사이에서 AfD(독일 극우 포퓰리즘 정당)가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그 배경에는 틱톡에서의 영향력이 지목되었습니다 (Deutsche Welle 2024).


🔹 4. 포퓰리즘 담론의 이분법적 구조

극우 포퓰리즘은 **‘순수한 국민 대 부패한 엘리트’**라는 이분법 구조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 구조는 세상을 흑백 논리로 나누고, 청년들이 분노의 대상을 외부로 돌릴 수 있도록 합니다. 사회적 복잡성은 제거되고,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단순한 틀을 통해 청년들에게 해석 가능한 세계를 제공합니다.

이때 ‘그들’은 다양합니다. 이민자, 페미니스트, 진보 정치인, 성소수자, 여성 교수, 다양성과 포용을 말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 대상은 보통 ‘자신이 아닌 타자’로서, 분노와 조롱의 대상으로 설정됩니다.


✅ 정리하면...

청년들이 극우 포퓰리즘에 이끌리는 것은 단순히 ‘반항’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음의 복합적 맥락 속에서 발생합니다:

  • 🔸 불안정한 경제 구조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 🔸 전통적 성역할 및 인종적 위계의 해체에 대한 반감
  • 🔸 온라인 환경에서의 알고리즘 기반 노출과 강화
  • 🔸 단순한 이분법적 내러티브에 기반한 해석 프레임 제공

이 모든 요소들이 결합되어, 일부 청년들이 극우 포퓰리즘을 자신의 분노와 소외감,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언어이자 정치적 플랫폼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Pam Nilan은 이러한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만, 청년과 극우 포퓰리즘의 연결 고리를 제대로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 연구는 어떻게 했을까? — 방법론적 고민들

청년과 극우 포퓰리즘이라는 주제를 직접 마주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입니다. Pam Nilan은 이 논문에서 ‘청년과 극우’라는 주제를 얼마나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리고 연구자의 정체성과 방법론이 얼마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지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 질적 연구자의 고민: 말 걸기도 어렵다

먼저 가장 큰 장벽은 접근성입니다. 극우 성향의 청년 남성들은 외부인, 특히 나이 많고, 여성이며, 진보적인 배경을 가진 연구자를 경계하거나 거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연구자가 ‘엘리트’, ‘페미니스트’로 보인다면 대화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인터뷰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위협이나 조롱의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여성 연구자나 언론인이 극우 커뮤니티로부터 도스킹(doxing: 개인 정보 유출)이나 협박을 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논문에서는 연구자 지인이 자신의 집 주소가 유출되어 이사까지 해야 했던 사례도 언급됩니다.

👥 해결책: 인터뷰어의 ‘일치성’ 확보

그래서 Nilan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할 인터뷰어를 선정할 때 아주 세심한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핵심은 응답자와 최대한 ‘유사한 사람’이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matched interviews’ 방식입니다.

  • 연령대는 20~30대 남성
  • 외모는 중립적(눈에 띄지 않는 머리 스타일, 단정한 복장, 문신 없음)
  • 말투와 태도는 침착하고 공손하며 중립적

이러한 기준에 따라 선발된 젊은 남성 인터뷰어들이, Zoom을 통해 극우 성향의 응답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 질문은 직접적인 공격 없이도 담론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조용한 공감’으로 유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인터뷰에서 드러난 목소리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 "나는 백인 남성이라서 제일 불리해요"

인터뷰 응답자 중 다수는 “백인 남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이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남성이라는 이유로 손해 본다”, “이제 여성들이 위에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요즘은 백인 남성 25세 미만이면 제일 불리한 존재예요.”
— Ethan, 24세, 농업 전공 대학생

“왜 남자의 자리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 안 하나요? 요즘은 여성이 모든 걸 장악했어요. 남자들은 다 외롭죠.”
— Scott, 30세, 트럭 운전사

이들은 페미니즘은 이미 지나쳤다, 지금은 오히려 남성이 피해자다라는 담론을 강조했습니다.

💬 “폭력은 남자의 본능이에요”

다수의 응답자들은 ‘남성성’을 이야기하면서 폭력성은 남성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남자는 필요할 때 폭력을 써왔어요. 그건 그냥 남자의 본능이에요.”
— Paul, 30대 중반, 엔지니어링 관리자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이 많잖아요. 그래서 원래 폭력적인 거예요. 그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 Ian, 30대 중반, 보건직 종사자

특히 Ian은 남성의 폭력성을 통제하거나 해소하는 방식에 대해 길게 설명하며,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유독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라는 개념에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 “이민자들은 우리 문화를 망치고 있어요”

인종적 편견을 드러낸 응답도 많았습니다. 응답자들은 특히 이민자들과의 문화적 차이, 주거 환경, 사회 예절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인도계 이민자들 보면, 운전도 제대로 못 하고, 예절도 없고, 한 집에 두 가족씩 살고 있어요.”
— Evan, 35세, 조경업 종사자

“배 타고 오는 이민자들을 계속 들여보내는 건 결국 우리 문화를 희석시키는 거죠.”
— Scott, 30세, 트럭 운전사

이처럼 응답자들은 자신들의 일상 경험에서 오는 불편함을 인종이나 문화적 차이로 연결지으며, 그것이 **“우리를 위협하는 그들”**이라는 극우 포퓰리즘 담론과 맞닿게 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 인터뷰어와의 ‘남성성 공유’가 열쇠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민감하고 공격적인 발언들이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터뷰어와 응답자가 나이, 젠더, 말투, 감정선이 유사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응답자가 여성에 대해 분노하며 말할 때, 인터뷰어는 이렇게 대응했습니다:

인터뷰어: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응답자는 톤을 낮추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런 응답을 통해 연구팀은 남성적 피해담론, 젠더 본질주의, 인종적 경계 짓기 같은 극우 포퓰리즘의 핵심 요소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요약 정리

구분내용
접근 방식 응답자와 유사한 남성 보조연구자를 통한 인터뷰
주요 발견 남성 피해의식, 전통적 젠더 인식, 반이민 감정
핵심 통찰 응답자와 감정적 유사성을 공유하는 인터뷰어가 핵심 정보 확보에 유리
연구 윤리 사전 동의서, 익명화, 인터뷰 중 감정 자극 최소화

 

💡 연구자의 통찰: 세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Nilan은 “세대 간 단절(generational gap)”을 중요하게 봅니다. 청년과 연구자 사이에 존재하는 디지털 감각, 언어, 문화적 이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제안합니다:

  • 🎮 ‘디지털 세대’인 청년 리서치 어시스턴트를 적극 활용하자.
  • 👥 인터뷰어와 응답자의 연령·젠더·문화 배경이 유사하면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 🧩 극우 담론이 언제나 고정된 신념이라기보다는 청년기라는 시기적 특성과 연결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자.

🧩 결론: 청년 극우 포퓰리즘을 연구하려면

Pam Nilan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멀리서 지켜보지 말고, 직접 청년들과 이야기하자.” 그 과정이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그들의 언어와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녀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청년들은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해답으로 극우 담론을 택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 블로그 요약 정리

핵심 키워드설명
극우 포퓰리즘 순혈 국민 vs 부패한 엘리트 구도로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디지털 남성 문화 Discord, 게임 채팅, 밈 등에서 퍼지는 남성 중심·백인 중심 담론
세대 차이 연구자와 응답자 간의 디지털 감각과 사회 경험의 차이
방법론 온라인 조사, 게임문화 관찰, 나이·성별 유사한 인터뷰어 활용
청년의 불안 노동시장 불안정, 젠더 역할 변화, 정체성 혼란 등이 배경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