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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Wong et al (2024) 홍콩 시민들의 포퓰리즘 태도와 급진주의 태도 (중국정치저널)

Dr. Julia 2025. 5. 20. 08:33

📌 왜 홍콩 시민들은 급진 정치에 이끌리는가?

― 포퓰리즘 정서와 급진 정치행동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살펴본 논문 하나

"포퓰리즘은 이제 더 이상 유럽과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말은 이제 상투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홍콩에서 포퓰리즘이 시민들의 정치 행동, 특히 급진적 로컬리스트 정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는 여전히 드뭅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바로 이 틈을 메우는 귀한 시도입니다.

2025년, Chinese Political Science Review에 실린
**Wong, Zheng, Wan의 「Populist Attitudes and Radical Politics in Hong Kong」**은
홍콩 시민들의 포퓰리즘 정서가 어디에서 비롯되며,
이 정서가 정치적 급진주의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문조사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논문입니다.

논문은 총 1,000명 이상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을 바탕으로,
포퓰리즘의 세 가지 구성요소(반엘리트 정서, 국민주권, 국민의 동질성)를 측정하고,
이들이 로컬리스트 지지나 급진행동 정당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 포퓰리즘은 무엇인가? ― 학자들이 말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

먼저 이 연구는 Cas Mudde(2004)의 “얇은 중심 이념(thin-centred ideology)” 정의를 따릅니다.
Mudde에 따르면 포퓰리즘은 다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1. “순수한 국민(the pure people)”
    → 국민은 동질적이고 도덕적이며, 한 목소리를 낸다고 가정함
  2. “부패한 엘리트(the corrupt elite)”
    → 정치, 경제, 사회의 기존 엘리트 집단은 국민을 배신하고 기득권을 유지한다고 간주
  3. “국민의 일반의지(the general will)”
    → 정치 권력은 소수 엘리트가 아닌 국민 다수의 뜻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

이 정의는 유럽, 미국은 물론 최근에는 아시아 정치 연구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Akkerman et al. 2014; Schulz et al. 2018; Castanho Silva et al. 2020),
이 논문도 동일한 기반 위에서 출발합니다.


🧭 왜 이 연구가 중요한가?

기존 연구들은 포퓰리즘을 대부분 서구 문맥에서 측정해왔습니다.
온라인 설문 기반으로 유럽이나 북미를 중심으로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죠.

하지만 홍콩과 같은 비서구 권위주의적 환경에서는
포퓰리즘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합니다.

게다가, 기존에 홍콩의 포퓰리즘을 다룬 몇몇 논문(Ng & Kennedy 2019; Chew 2023)은
정당이나 로컬리스트 운동을 분석하긴 했지만,
일반 시민의 포퓰리즘 정서를 실증적으로 측정한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 논문은 바로 이 공백을 채웁니다.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Mudde 기반의 포퓰리즘 척도를 적용하고,
정치적 급진주의와의 관계를 탐색합니다.


🧪 연구 설계: 시민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

🎯 조사 방식:

  • 조사 기간: 2020년 12월 ~ 2021년 1월
  • 표본 수: 1,002명
  • 방법: 컴퓨터 지원 전화면접(CATI)
  • 언어: 광둥어 또는 만다린

📌 왜 전화 설문이었을까?
COVID-19로 인해 대면조사가 불가능했고,
온라인 설문은 고령층이나 비디지털 인구를 배제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화 방식이 대표성 있는 자료 수집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

📏 포퓰리즘 측정:

  • 척도: Schulz et al. (2018)의 세 차원 척도
  • 항목: 총 12개 문항 (각 차원별 4문항씩)
    • 반엘리트 정서
    • 국민 주권에 대한 요구
    • 국민의 동질성 믿음
  • 응답 형식: 5점 리커트 척도(1=전혀 동의하지 않음 ~ 5=매우 동의함)

🔍 기타 변수:

  • 상대적 박탈감: “내 삶은 내가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고 있다고 느끼는가?”
  • Declinism: “홍콩의 정치·사회·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느끼는가?”
  • 정치 만족도, 사법 신뢰, 사회 신뢰 등
  • 급진 행동 지지도: 폭력적 수단을 동원한 사회정의 투쟁의 정당성에 대한 동의 여부

🔎 주요 결과: 누가 왜 포퓰리즘에 끌리는가?

1. 경제적 위치나 교육 수준은 중요하지 않았다 (❌ H1, H2 기각)

  • 고소득, 고학력자가 포퓰리즘 정서가 덜하다는 증거는 거의 없음
  • 이는 “포퓰리즘은 루저의 정치”라는 기존 통념을 부분적으로 반박함

2. 사회 퇴보 인식(declinism)은 강력한 포퓰리즘 예측 요인 (✅ H4 지지)

  • 사회가 망가지고 있다는 비관적 인식은
    → 포퓰리즘 척도 전반, 특히 반엘리트 정서와 강하게 연결됨
  • 특히 정치 불신과도 강하게 연결됨

3. 상대적 박탈감은 제한적 효과만 있음 (⭕

  • “나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은
    → ‘국민은 하나의 순수한 집단’이라는 믿음과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

4. 삶의 만족도나 경제 불평등 인식은 영향 없음 (❌)

  • “사는 게 불행해서 포퓰리스트가 된다”는 명제는 홍콩에서는 성립하지 않음
  • 개인의 삶보다는 공공영역의 평가가 더 중요

🗳️ 포퓰리즘과 정치적 급진성의 연결

1. 로컬리스트 지지와 포퓰리즘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 H5 지지)

  • 포퓰리즘 성향이 강할수록
    → 친정부 세력보다는 반체제 로컬리스트 정당을 지지

2. 민주 진영과 로컬리스트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 없음 (❌ H6 기각)

  • 민주 진영이 로컬리스트 전략을 일부 채택하면서
    → 포퓰리스트들의 선택지로 기능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해석

3. 포퓰리즘은 폭력적 행동의 정당화와도 연결 (✅ H7 지지)

  • 포퓰리즘 점수가 높을수록
    → “사회정의를 위해 폭력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응답 비율 증가

🧾 결론: 포퓰리즘은 체제 위기감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 연구가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홍콩 시민의 포퓰리즘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포퓰리즘은 시민의 일상 불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공공영역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이 포퓰리즘은 단지 정서에 그치지 않고,
로컬리스트 정당 지지폭력적 행동 정당화와 같이
현실 정치에서의 급진주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블로그를 마치며: 이 논문이 갖는 의의

이 논문은 단순히 홍콩 사례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 대만,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포퓰리즘을 측정하고,
시민들의 정치 행동과 연결짓는 실증연구를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경제적 불만이 곧 포퓰리즘"이라는 서구 중심적 시각을 넘어,
아시아적 문맥에서 포퓰리즘의 원인과 결과를 재정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앞으로 이 논문의 후속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정치심리와 대중정치에 관심 있는 분들이 꼭 읽어볼 만한 추천 논문으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