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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ey/정치학] Goidel and Goidel (2025)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권위주의를 부른다고? (R&P)

Dr. Julia 2025. 4. 23. 05:03

💡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권위주의를 부른다고?

미국은 권위주의 정권의 기억이 없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런데도 왜 어떤 사람들은 ‘강한 지도자’, ‘법과 제도 무시’, 심지어 ‘정치적 폭력’까지 지지하게 될까요? 2025년 Spencer Goidel과 Kirby Goidel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로 “향수(nostalgia)”라는 감정이 권위주의적 태도를 유발할 수 있는지를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 연구 배경: 향수와 권위주의는 무슨 관계일까?

향수(nostalgia)와 권위주의(authoritarianism) 사이의 연결은 사실 새로운 주제는 아닙니다. 특히 비교정치학에서는 이미 여러 신흥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이 두 요소가 어떻게 결합되어 나타나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권위주의적 향수(authoritarian nostalgia)”입니다.

예컨대 동독, 폴란드,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구소련권 국가들에서는 민주화 이후 체제 전환의 혼란과 경제적 불안정을 경험한 시민들이 과거 권위주의 체제를 그리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Boyer, 2006; Prusik & Lewicka, 2016; Nikolayenko, 2008; Cernat, 2010). 이처럼 과거 정권이 경제적 안정이나 치안 유지 등의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경우, 시민들은 그 체제를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Kang, 2016; Kim-Leffingwell, 2023b).

특히, 경제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졌던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성장기를 보낸 세대는 민주주의 하의 불평등이나 정책 실패를 비교 기준 삼아 ‘과거가 더 나았다’는 집단적 기억을 형성하기도 합니다(Kim, 2014; Ekman & Linde, 2005). 이러한 현상은 필리핀에서 마르코스 가문, 한국에서 박정희-박근혜 계보를 통해 구체화된 사례로 나타났습니다(Teehankee, 2023; Kim-Leffingwell, 2023a).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권위주의적 향수가 반드시 ‘실제 경험된 과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과거는 정치적 캠페인을 통해 ‘신화화된 기억(mythologized memory)’으로 재구성되기도 합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 중에는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의 억압을 경험한 세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경제성장의 황금기로 회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Kang, 2016). 즉, 향수는 반드시 긍정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재 체제에 대한 실망이나 상대적 박탈감에서 강화될 수 있습니다(Prusik & Lewicka, 2016; Cernat, 2010).

그렇다면 권위주의 과거가 없는 미국과 같은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향수가 권위주의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본 연구는 이 질문에서 출발하여,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향수가 권위주의적 태도와 연결되는지를 분석합니다. 실제로 Bonikowski & Stuhler (2022)는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향수가 점차 권위주의 담론과 결합되는 양상을 보여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은 향수를 자극하면서 배제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적 요소를 결합한 사례라고 평가합니다.


🧠 이론: 향수가 어떻게 권위주의를 부추기는가

향수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정치적 세계관과 태도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심리적 요인입니다(Sedikides & Wildschut, 2016; Juhl & Biskas, 2023). 본 연구에서 저자들은 특히 **집단적 회복적 향수(collective restorative nostalgia)**라는 개념에 주목합니다. 이는 단순히 ‘그리운 기억’을 넘어서, 특정 시대를 정치적으로 이상화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욕망을 동반하는 감정입니다(Boym, 2007; Lammers & Baldwin, 2020).

이러한 향수는 정치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메커니즘을 통해 권위주의적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 강한 지도자에 대한 선호 증가
    향수를 강하게 느끼는 유권자들은 현재 정치 체제가 부패하거나 무능하다고 판단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칙을 무시할 줄 아는’ 결단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Cohen & Smith, 2016; Crimston et al., 2022). 이는 전통적인 권위주의 정의(Linz, 2000)와도 맞물리며, 법적 절차나 견제 장치보다는 효율성과 단호함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2. 정치 폭력의 정당화
    향수는 종종 ‘누군가의 잘못으로 현재가 나빠졌다’는 감정과 연결됩니다(Muller, 2021). 이 과정에서 향수를 자극하는 정치인은 내부의 엘리트나 외부의 적을 탓하며, 제도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에 따라 일부 유권자들은 폭력이나 위법적 조치를 ‘정당한 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Kalmoe & Mason, 2022; Reyna et al., 2022b).

이러한 경향은 단지 보수주의 성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좌우 이념과 무관하게 ‘현재 상태에 대한 불만’과 ‘이상화된 과거에 대한 열망’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권위주의적 반응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ngelhardt et al., 2023).

결국 향수는 그 자체로는 무해할 수 있지만, 특정한 정치적 맥락에서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행동 양식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선거 캠페인에서 이 감정이 전략적으로 동원될 때,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을 잠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Bonikowski & Stuhler, 2022; Elgenius & Rydgren, 2022).

 

🧪 방법론: 2022년 미국 유권자 1,000명 분석

이 연구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닙니다. 향수가 권위주의적 정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교한 설문 설계와 통계적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경험적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국 대표성(national representativeness)**을 확보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구체적인 심리 지표와 정치 태도 간의 관계를 밝혀냈습니다.

✅ 데이터 출처: Cooperative Election Study (CES)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2022년 **Cooperative Election Study (CES)**의 모듈 중 하나로, 연구진이 직접 설계한 질문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CES는 미국 정치학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대표적인 선거 관련 패널 조사로, 매년 수천 명의 미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됩니다.

  • 이 논문에서는 1,000명의 응답자가 포함된 자체 모듈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 설문은 **2022년 9월 29일부터 11월 8일(선거일)**까지, 즉 **선거 직전(pre-election wave)**에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 CES 측에서 제공하는 **가중치(weight)**를 적용하여, 표본이 실제 미국 인구 구조를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했습니다.

📏 변수 측정: 향수(Nostalgia)와 권위주의(Authoritarianism)

연구의 핵심은 향수라는 감정이 권위주의적 태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핵심 변수를 정교하게 설계했습니다.

1. 📌 향수(Nostalgia) 측정

향수는 단일 문항으로 측정할 수 있는 단순한 개념이 아닙니다. 연구진은 6개의 문항을 통해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을 수행하여, 보다 신뢰도 높은 **향수 지표(scale)**를 만들었습니다. 이 문항들은 기존의 향수 심리학 연구들(Batcho, 1995; Routledge et al., 2008)을 기반으로, 미국의 집단적 과거에 대한 회상을 측정하도록 조정되었습니다.

6개 문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요즘 미국의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십니까?”
  2. “과거의 미국을 떠올릴 때 향수를 느끼십니까?”
  3. “1950년대 이후, 미국 문화는 더 좋아졌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더 나빠졌다고 보십니까?”
  4. “정치 시스템은 더 좋아졌습니까, 나빠졌습니까?”
  5. “경제 시스템은 더 좋아졌습니까, 나빠졌습니까?”
  6. “세상은 예전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6개 문항에 대해 **주성분 분석(Principal Components Analysis, PCA)**을 시행하여, 두 개의 요인이 도출되었습니다.

  • 1번 요인: 미국이라는 집단의 과거에 대한 일반적 향수 → 집단적 회복적 향수(collective restorative nostalgia)
  • 2번 요인: 경제, 문화, 정치 등 세부 분야에 대한 기능적 평가

연구진은 이 중 첫 번째 요인만을 주 설명변수로 사용했습니다. 이 요인은 향수 지수로 0~1 사이로 표준화되었으며, 신뢰도(Cronbach’s α)는 0.78로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이 지표는 ‘향수가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데 신뢰성 있는 척도입니다.


2. 📌 권위주의적 태도(Authoritarian Attitudes) 측정

이번 연구에서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4개의 구체적인 정치적 질문을 통해 측정했습니다. 이 문항들은 기존 연구들(Adorno, 1950; Linz, 2000; Engelhardt et al., 2023)을 토대로, 민주적 규범을 거스르는 정치적 태도를 직설적으로 물었습니다.

네 가지 권위주의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회나 선거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강한 대통령이 필요하다”
  2. “미국 경제를 되살리려면 규칙을 무시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3. “법이나 제도보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용감하고 헌신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4. “지금 나라가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애국자들이 폭력이라도 써야 한다”

이 중 1번 문항은 이분형(dichotomous) 변수로, 나머지 3개는 **순서형(ordinal)**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로지스틱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과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분석(ordered logistic regression)**을 각각 실시했습니다.


⚙️ 통제변수(Control Variables)

사회과학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인과적 추론을 위해 다른 영향 요인들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향수와 권위주의 간의 순수한 관계를 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변수를 모두 통제했습니다:

  • 정당 소속 (Democratic, Republican 등)
  • 이념 성향 (liberal-conservative 자가평가)
  • 연령
  • 성별
  • 교육 수준
  • 가족 소득
  • 인종 및 민족 (백인, 흑인, 히스패닉, 기타)

이 변수들의 측정 방식과 범주는 부록 Table A1에 상세히 정리되어 있으며, 모든 회귀 분석에 동일하게 투입되었습니다.


🧮 분석 방법 요약

분석 목적사용된 분석 방법
향수 요인 추출 주성분 분석 (PCA)
권위주의 태도 예측 로지스틱 회귀,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
변수 간 상관도 확인 피어슨 상관계수 (ρ)
대표성 보정 가중치 적용 (CES weights)

또한, 향수 수준이 높을수록 권위주의 항목에 대한 응답 확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시각화한 예측확률 그래프(Figure 2)도 제시하였습니다. 이 그래프는 독립변수(향수)가 종속변수(권위주의) 각 항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 요약

  • 이 연구는 단순한 "향수가 많으면 트럼프를 좋아한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 신뢰도 높은 향수 척도를 만들고, 민주주의 규범에 반하는 정치 태도를 구체적으로 측정한 후,
  • 그 둘의 관계를 정밀한 통계 분석을 통해 밝혀낸 경험적 연구입니다.

향수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현대 민주주의의 안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심리적 요인이라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 매우 중요한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 결과: 향수가 높을수록 권위주의 태도도 높다

아래 결과는 향수가 권위주의 태도와 유의미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과 변수향수의 영향 (계수)유의수준
강한 대통령 3.63 p < .01
규칙 위반 지도자 2.43 p < .01
법 대신 믿을만한 지도자 2.69 p < .01
정치 폭력 2.77 p < .01

예를 들어, 향수 수준이 25퍼센타일에서 75퍼센타일로 증가할 때:

  • 강한 대통령 선호 가능성: +25.4%
  • 규칙 위반 지도자 지지: +15.2%
  • 법보다는 리더 강조: +21.8%
  • 정치 폭력 지지: +15.5%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향수가 모든 모델에서 일관되게 권위주의 태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교육 수준은 이와 반대로 작용했습니다. 학력이 높을수록 권위주의 성향은 낮아졌습니다.


🧩 결론: 향수는 미국 민주주의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미국처럼 권위주의 정권 경험이 없는 국가에서도 향수가 권위주의 태도를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지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변수입니다.

특히 선거 캠페인에서 향수를 자극하는 레토릭—예컨대 “Make America Great Again”—은 법과 제도를 우회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지도자에 대한 열망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Inglehart, 2003).


📝 마무리하며

향수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정치적 태도와 행동에도 영향을 주는 심리적·사회적 요소입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가 강화될 수도, 훼손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감정의 원인뿐 아니라, 캠페인 메시지가 어떻게 향수를 자극하고 권위주의 태도를 유발하는지를 실험적으로 살펴보는 연구들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