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Dvořák & Weiss (2025) 중도 포퓰리은 정말 이념이 없을까?
✨중부·동유럽의 ‘중도 포퓰리즘’은 정말 이념이 없을까?
요즘 학계에서는 중부·동유럽(Central and Eastern Europe, 이하 CEE) 지역의 정당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유형의 포퓰리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특히 체코의 ANO당을 비롯한 일부 정당들은 기존의 좌우 이념이나 경제·문화적 갈등 구도를 피해, ‘부패 척결’, ‘기성 정치 타파’라는 슬로건으로만 유권자를 끌어모은다고 평가됩니다. 이런 정당들을 연구자들은 “중도 포퓰리즘(Centrist Populism)” 혹은 “가치 기반 포퓰리즘(Valence Populism)”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정말 이 정당들은 그렇게 ‘이념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체코 Charles University의 Tomáš Dvořák와 Michael Weiss는 새로운 분석을 시도합니다.
📚 이론과 기존 문헌: 포퓰리즘의 다양성과 ‘중도 포퓰리즘’ 개념의 등장
포퓰리즘(populism)은 학계에서 여전히 정의가 분분한 개념입니다. 특히 중부·동유럽(Central and Eastern Europe, 이하 CEE) 국가들에서는 포퓰리즘 정당들이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며, 기존의 정치 좌표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유권자들을 동원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중도 포퓰리즘(centrist populism)’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 포퓰리즘의 기본 정의: ‘이데올로기인가, 스타일인가?’
포퓰리즘의 가장 대표적인 정의 중 하나는 Mudde (2004)가 제시한 *이데오로기적 접근법(ideational approach)*입니다. 그는 포퓰리즘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회는 ‘순수한 국민(the pure people)’과 ‘부패한 엘리트(the corrupt elite)’라는 두 상반된 그룹으로 나뉘며, 정치란 본질적으로 국민의 일반의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얇은(thin-centered) 이데올로기” (Mudde, 2004: 543).
이러한 정의는 이후 Akkerman, Mudde, and Zaslove (2014)에 의해 유권자 수준의 포퓰리즘 태도 측정에도 활용됩니다.
그러나 실제 정당들이 어떻게 포퓰리즘을 구현하는가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특히 CEE에서는 기존 좌우 이념보다는 반부패,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 효율성과 능력 강조 같은 ‘능력 기반(valence)’ 요소들이 포퓰리즘과 결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중도 포퓰리즘(Centrist Populism): 이념 없는 반엘리트 정치?
중도 포퓰리즘(Centrist Populism)은 최근 중부·동유럽(Central and Eastern Europe, CEE)에서 주목받는 정치적 현상입니다. 이 개념은 전통적인 이념 좌표(경제적 좌파 vs 우파, 문화적 진보 vs 보수)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정당들이 선거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현실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정당들은 흔히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 반부패 슬로건, 정치 개혁 등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나 이념적 정체성은 흐릿하거나 부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자들은 이를 "정책적으로 중도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중도처럼 보이는 현상"이라고 평가합니다 (Stanley, 2017: 143).
📌 이들이 “중도”라 불리는 이유
Ben Stanley(2017)는 중도 포퓰리즘 정당이 실제로 정치적 스펙트럼의 중간에 위치해서가 아니라, 정책이 불분명하거나 공약이 얇아서(“thin-centered”)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이념이 중도라기보다는 "이념 자체가 희박"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체코의 ANO당이나 불가리아의 GERB입니다.
Učeň(2007) 역시 이러한 정당들을 **“비이념적이고, 무엇이든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 유연한 정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좌우의 정체성이 아니라, “우리는 기존 정치와 다르다”는 정체성으로 유권자를 설득합니다.
Pop-Eleches(2010)는 이런 정당들이 **전통적인 계급 기반 정당(realignment parties)**이나 이데올로기 정당이 아니라, **“프로테스트 정당(protest parties)”**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기존 정치 세력에 대한 환멸을 자산으로 활용합니다.
🔀 다양한 유형의 중도 포퓰리즘
중도 포퓰리즘은 하나의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하위 유형으로 분화됩니다. 학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부 유형들이 제안되어 왔습니다.
1. 기술관료적 포퓰리즘(Technocratic Populism)
- 기술관료적 포퓰리즘은 전문성, 효율성, 과학적 해결 능력을 내세우며, 기존 정당들의 ‘무능함’을 비판합니다.
- 대표 사례: 체코의 ANO당, 불가리아의 GERB당
- 주요 문헌: Havlík (2019); Saxonberg & Heinisch (2022)
“기술관료적 포퓰리즘은 포퓰리즘과 엘리트주의를 결합한 독특한 형태로, 국민의 일반 의지를 반영하기보다는 전문가 집단의 효율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Havlík, 2019)
2. 연예인 포퓰리즘(Celebrity Populism)
- 정당의 핵심 인물이 정치 경력이 아닌 대중적 유명세로 주목받으며 정당 지지를 견인합니다.
- 예: 슬로베니아의 Marjan Šarec,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주요 문헌: Bartoszewicz (2019); Wyss (2021)
3. 창업가형 포퓰리즘(Entrepreneurial Populism)
- 기업가 출신 인물이 경영 능력을 앞세워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유형.
- 대표적 사례: 체코의 Andrej Babiš
- 주요 문헌: Saxonberg & Heinisch (2022)
4. 정치 개혁형 포퓰리즘(Anti-Establishment Reform Parties, AERPs)
- Hanley and Sikk (2016)는 이들을 ‘포퓰리스트’보다는 정치 개혁 정당이라 부르며,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을 제시합니다:
- 반엘리트 정서
- 조직적 참신함
- 정치 제도 개선 약속
“AERPs는 포퓰리즘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제도 개혁과 정치 윤리 회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 유형이다.” (Hanley & Sikk, 2016)
5. 가치 기반 포퓰리즘(Valence Populism)
- 구체적 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널리 공감할 수 있는 ‘가치’ (예: 정직, 청렴, 능력) 중심의 정치 전략을 사용합니다.
- 예: 젤렌스키의 Servant of the People 당 (Yanchenko & Zulianello, 2024)
- 주요 문헌: Zulianello & Larsen (2024)
🧩 ‘중도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적 시각
학계에서는 이러한 정당들이 정말 ‘포퓰리스트’인지, 혹은 단순히 ‘새로운 정치 브랜드’에 불과한지를 두고 활발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 포퓰리즘의 핵심 요소 결여
포퓰리즘은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고 여겨집니다 (Mudde, 2004; Mudde & Rovira Kaltwasser, 2013):
- 대중 vs 엘리트의 도덕적 대립
- 국민의 일반의지 강조
- 제도적 중개 없이 직접적 대표성 요구
하지만 중도 포퓰리즘 정당들은 반엘리트 정서는 있으나, 국민 일반의지를 강조하지 않거나, 이분법적 대립 구도가 약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포퓰리즘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Engler et al., 2019; Hanley & Sikk, 2016).
“이들 정당은 반엘리트 담론을 사용하지만, 일반의지나 도덕적 대립 구도가 명확하지 않아 '이데오로기적 포퓰리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ngler et al., 2019)
2. 정치적 ‘신선함’(novelty) 강조는 포퓰리즘인가?
Haughton and Deegan-Krause (2020)는 중도 포퓰리즘 정당의 주요 자산은 ‘새로움’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새롭다, 깨끗하다, 아직 타락하지 않았다”는 이미지를 팔고 있으며, 포퓰리즘이라기보다 **정치적 신상품(political novelty)**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3. 정당성과 대표성의 문제
Zulianello and Larsen (2024)는 이러한 중도 포퓰리즘 정당들이 표방하는 정책이 모호하거나 ‘모든 유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전략적 불명확성(strategic ambiguity)’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전략은 선거에서 유리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제도 내 책임성과 대표성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정리하면…
- 중도 포퓰리즘 정당은 단순한 “비이념 정당”이 아니라, 정치적 불신을 기반으로 새 정치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전략적 행위자입니다.
- 이들은 기존의 포퓰리즘 정의에는 모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관료적 포퓰리즘, AERP, valence populism 등 다양한 하위 개념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 다만, 이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포퓰리즘 정당인지, 혹은 정치 브랜드에 가까운 마케팅 정당인지는 여전히 학문적 논쟁거리입니다.
🧠 연구 질문: 경제·문화 이슈는 정말 중요하지 않은가?
‘중도 포퓰리즘(centrist populism)’이라는 개념은, 기존 정치학 이론—특히 이념적 균열(cleavage theory)—과 상당한 긴장 관계를 가집니다. 학계에서 중도 포퓰리즘 정당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고 정리되어 왔습니다:
-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 (anti-establishment)
- 부패에 대한 강력한 비판 (anti-corruption)
- 정치 개혁 강조 (political reform)
- 이념적 입장(좌/우 또는 진보/보수)이 모호하거나 없음
즉, 이들은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며, 경제나 문화와 관련된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거나, 일부러 흐릿하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평가되어 왔습니다 (Havlík, 2019; Stanley, 2017; Zulianello & Larsen, 2024).
하지만 Dvořák와 Weiss는 이 가설에 강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정말로 유권자들은 경제적·문화적 이슈는 무시하고, 단지 부패와 반기성정당 감정만으로 이런 정당들을 지지하는가?
이 의문은 두 가지 차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집니다.
- **정당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은 실재하는 정책 선호를 ‘숨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이념 없는 정당인지?
- 유권자들은 반부패와 포퓰리즘 담론에 매료되어 자신의 경제적·문화적 가치관을 무시한 채 투표하는가?
이 논문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두 단계의 실증 분석을 설계합니다:
- 수요 측(demand-side): 유권자 개인이 실제로 어떤 이슈에 따라 투표를 했는가?
- 공급 측(supply-side): 중도 포퓰리즘 정당들이 실제로 경제적·문화적 쟁점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이러한 접근은 기존 연구들이 간과한 중요한 점을 짚습니다. 특히 이들은 기존 연구가 **이념적 균열을 하나의 차원(예: GAL–TAN)**으로 단순화해버린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세부 쟁점 단위로 분해(disaggregate)**하여 분석합니다.
🧪 방법론: 체코 ANO당 사례 + CHES 전문가 자료 분석
Dvořák와 Weiss는 중도 포퓰리즘의 개념을 실증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혼합 방법 접근법(mixed-method approach)**을 사용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두 가지 방법론을 병행합니다.
① 사례 연구: 체코의 ANO 2011당 분석 (수요 측)
우선 연구자들은 중도 포퓰리즘 정당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체코의 ANO 2011당을 집중 분석합니다. ANO는 기업가 출신 정치인 Andrej Babiš가 창당한 정당으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반부패 담론을 앞세워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 데이터
- 자료 출처: 체코 여론조사 기관 Median이 2018년 11~12월에 수집한 대표 표본 설문조사 데이터.
- 응답자 수: 약 719명
📊 분석 방법
- 종속 변수: ANO당에 투표했는가? (이항 로지스틱 회귀 모델 사용)
- 독립 변수:
- 경제적 태도
- “사회적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 “노약자는 국가가 아니라 가족이 돌봐야 한다”
- 경제 중요도 인식 (0~10점 척도)
- 문화적 태도
- “소수자는 체코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 이민자에 대한 위협 인식 (α = 0.82로 신뢰성 확보)
- 이민 이슈 중요도
- 포퓰리즘 성향
- Akkerman et al. (2014)의 5개 문항 기반 측정 (α = 0.81)
- 부패 중요도 인식
- “부패와 정치-기업 유착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 (0~10점)
- 경제적 태도
🧾 주요 결과
이민에 대한 부정적 태도 | 매우 강함 (p < 0.01) | 반이민 정서가 ANO 지지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 |
포퓰리즘 태도 | 유의미함 (p < 0.05) | ANO는 포퓰리스트 정당이라는 기존 인식과 일치 |
부패 중요도 | 부정적 효과 (p < 0.01) | 부패에 민감할수록 ANO에 투표할 확률 감소 (역설적 결과) |
📌 해석:
- ANO당은 반부패 담론으로 지지를 얻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이민과 소수자에 대한 보수적 태도가 유권자의 투표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부패에 민감한 유권자는 ANO를 회피했는데, 이는 Babiš 본인이 부패 스캔들(예: "왜가리 둥지 사건")에 연루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Vachudova, 2020).
- 이로써 ANO는 **중도 포퓰리즘이라기보다는 우파 포퓰리즘 또는 급진우파 정당(PRRP)**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② 전문가 평가 기반 비교분석: CHES 데이터 (공급 측)
연구의 두 번째 분석 단계에서는 유권자(수요자) 수준이 아닌, 정당 자체가 실제로 어떤 정책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공급 측 접근법(supply-side approach)**을 사용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유럽 비교 정치 연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전문가 조사 데이터인 **CHES(Chapel Hill Expert Survey)**를 활용합니다.
🔍 데이터: CHES 2019
- CHES란?
CHES는 유럽의 정당들을 대상으로 정치학자 및 지역 전문가들이 정당의 정책 입장, 이념적 성향, 유럽 통합 태도 등을 0~10점 척도로 평가한 데이터입니다. 각 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자국 정당의 실제 입지를 다차원적으로 평가하므로, 정당의 자기보고 방식보다 더 일관된 비교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분석 대상:
본 논문에서는 CEE 8개국(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의 중도 포퓰리즘 정당 11개를 선택합니다.
이 정당들은 선행 문헌(예: Havlík & Voda, 2018; Zulianello & Larsen, 2024 등)에서 중도 포퓰리즘 혹은 유사 범주(anti-corruption populism, valence populism 등)로 분류된 사례들입니다.
📊 분석 절차: 어떻게 분석했는가?
이 연구는 기존의 단순 평균 비교가 아니라, 이슈별 위치의 상대성, 그리고 정당 간 차별화 정도를 정밀하게 보기 위해 몇 가지 정교한 분석 단계를 거칩니다.
1단계: 정당의 이슈별 절대적 입장 측정 (0~10점 척도)
- CHES에서 제공하는 각 정당의 정책 입장은 아래 세 가지 차원으로 나뉩니다:
- 국가 개입 수준 (state regulation of the economy)
- 재분배 정책에 대한 태도 (redistribution of wealth)
- 이민에 대한 태도 (restrictive vs. open)
- 환경 보호 vs 경제 성장
- 시민적 자유 vs 법과 질서
- 동성결혼 허용 여부
- 유럽 통합 태도 (pro-EU vs anti-EU)
- “중요한 결정을 국민이 해야 하는가, 정치인이 해야 하는가?”
→ 이 항목은 ‘people vs. elite’ 구도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간주됨.
- (1) 경제적 차원
2단계: 상대적 위치(극단성)의 비교 – 퍼센타일(percentile) 재구성
각 정당의 점수는 단순히 0~10점 스케일만으로 보기에는 해석이 어렵습니다.
→ 예: "6점"이 어떤 나라에선 급진적일 수 있고, 어떤 나라에선 중도일 수 있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각 정당이 속한 국가의 정당 체계 안에서 해당 점수가 어느 정도 극단적인지를 퍼센타일로 재정의합니다.
- 예: 슬로바키아에서 이민 정책 점수 8점 → 상위 90퍼센타일 → ‘극단적으로 반이민’
- 이렇게 하면, 정당의 정책 입장이 자국 정치 스펙트럼에서 얼마나 예외적인가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3단계: Correspondence Analysis(CA) 사용 – 시각화 및 정당-이슈 관계 도식화
- CA는 주어진 다차원 표(정당 × 이슈)의 상호 관련성을 2차원 좌표계에 시각화하는 통계 기법입니다.
- 유사한 정책 입장을 가진 정당은 서로 가까이 표시되고, 특정 이슈에서 두드러진 입장을 가진 정당은 해당 이슈와 가까운 위치에 나타납니다.
- 이를 통해 어떤 정당이 어떤 이슈를 통해 차별화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Greenacre, 2010; Abdi & Béra, 2017).
🧾 주요 결과
- 대부분의 중도 포퓰리즘 정당들은 하나 이상의 경제·문화 이슈에서 명확한 입장 차별화를 보임.
- 단지 OĽANO(슬로바키아), LMŠ(슬로베니아), KPV(라트비아) 정도만이 거의 모든 이슈에서 중도적/불분명한 입장을 유지함.
- 특히 ANO, GERB, TT 등의 정당은 반이민, 친경제개입, EU 통합 등 다양한 쟁점에서 극단적 위치를 차지함.
-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일수록 “국민이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전통적 포퓰리즘 담론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나타남 (예: LMŠ는 오히려 ‘정치인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
📌 종합하면,
- 유권자 측면에서도, 정당 측면에서도 경제와 문화 이슈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 따라서 중도 포퓰리즘 정당들이 정책적으로 모호하다거나 비이념적이다라는 기존의 일반화는 과도하거나 현실과 어긋난 설명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논문의 중요한 기여입니다.
🔍 주요 결과
이번 연구는 수요 측(유권자 수준)과 공급 측(정당의 정책 위치)을 모두 아우르며 중도 포퓰리즘 개념의 실증적 유효성을 평가합니다. 분석 결과는 기존의 통념과 상당히 다른, 중요한 함의를 제시합니다.
1️⃣ 체코 ANO당 사례: 유권자 수준 분석
로지스틱 회귀 분석 결과, ANO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였습니다: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태도 | 양(+) | ★★★ | 반이민 감정이 ANO 지지에 가장 강력한 영향 |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태도 | 양(+) | ★★ | 문화적 배타성이 지지로 이어짐 |
포퓰리즘 성향 | 양(+) | ★★ | 일반 대중의 의사를 강조하는 태도가 영향 |
부패 문제의 중요성 | 음(−) | ★★★ | 부패를 중시할수록 ANO 지지 가능성 낮아짐 |
📌 해석:
- 기대와 달리, 유권자들은 단순히 반부패와 새로운 정치 담론에만 반응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적 갈등(특히 이민 이슈)**이 가장 중요한 결정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 반대로, ANO당의 핵심 메시지였던 **‘부패 척결’**은 역효과를 냈습니다. 이는 ANO의 리더 Babiš가 **부패 스캔들(예: “왜가리 둥지 사건”)**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Vachudova, 2020).
- 이러한 결과는 ANO당이 오히려 **급진우파 포퓰리즘 정당(PRRP)**의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 CHES 데이터 기반 정당 정책 비교: 공급 측 분석
11개의 중도 포퓰리즘 정당(CEE 8개국)의 정책 포지션을 CHES 데이터를 통해 비교한 결과 다음과 같은 패턴이 발견됩니다:
🧭 정당의 정책 분포 요약 (10점 척도 기준)
- 경제 이슈: 다수의 정당이 중도~중도좌파로 분류되며, 재분배와 국가 개입에 호의적
- 문화 이슈:
- 대다수 정당이 반이민, 동성혼 반대, 환경보다 경제 성장 중시
- 그러나 일부 정당(예: 슬로베니아 LMŠ, 루마니아 USR)은 진보적 문화 성향 + 친EU 조합
- 포퓰리즘 차원: 많은 정당이 “국민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태도에 동의했지만,
- LMŠ, GERB, ANO 등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은 오히려 정치인의 결정권 강조(technocratic)
📊 Correspondence Analysis 시각화 결과:
- 오직 OĽANO(슬로바키아), LMŠ(슬로베니아), **KPV(라트비아)**만이 대부분의 이슈에서 중도적이거나 모호한 입장을 보임 → 중도 포퓰리즘의 정의에 부합
- 그 외 다수의 정당(ANO, GERB, DP, ZZ 등)은 여러 경제·문화 이슈에서 극명한 입장 차별화를 보이며,
- 일부는 급진우파적 성격, 일부는 경제좌파+문화보수 혼합성을 띰
📌 결론적으로, “중도 포퓰리즘 정당은 이념적으로 불분명하다”는 기존 정의는 단 두세 개 정당에만 해당하며, 대부분은 특정 쟁점에서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 결론: ‘중도 포퓰리즘’이라는 개념, 너무 단순한가?
이번 연구는 ‘중도 포퓰리즘’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기존 문헌에서 이들 정당은 좌우 이념이나 문화적 갈등 구도에서 이탈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실증 분석 결과는 다음을 보여줍니다:
- ✅ 유권자들은 여전히 경제·문화 이슈에 반응하고 있음
- 이민, 소수자, 복지, 재분배 등 전통적 균열 요소들이 여전히 투표 선택에 작용
- 반부패나 정치개혁이 유일한 설명 요인은 아님
- ✅ 정당들도 특정 이슈에서 뚜렷한 정책 입장 보유
- “입장이 모호하다”기보다, 일부 이슈는 중립적이고 다른 이슈에서는 선명한 태도를 취함
- 다수의 정당은 특정 문화 또는 경제 쟁점에서 극단적 위치에 있음
- ✅ 중도 포퓰리즘은 포괄 개념보다는 유형적 분화가 필요함
- 진정한 의미의 “비이념적 정당”은 OĽANO, LMŠ, KPV 정도에만 해당
- 나머지는 기술관료형, 창업가형, 문화보수형 등 다양한 유형의 혼합형 정당
📌 제안: 차원(disaggregate)보다 쟁점(issue) 중심으로 분석할 것
이 논문은 기존 연구에서 자주 사용된 GAL–TAN, 좌우 스펙트럼 등 ‘차원적 분석’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구체적인 이슈 단위(issue-based)**로 분해해 분석하는 접근을 제안합니다.
“이념적 위치가 흐릿하다기보다는, 일부 이슈를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다른 이슈를 은폐하는 전략”
→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 핵심 (Zulianello & Larsen, 2024)
🧠 최종 메시지:
중도 포퓰리즘 정당은 단순히 “비이념적 정당”이 아니다.
오히려 이념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정당일 수 있다.
따라서 학계는 중도 포퓰리즘을 정적·고정된 범주가 아닌, 다층적이고 유연한 정치 전략의 일환으로 재개념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