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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ey/정치학] Nai et al (2025) 선거가 사람들을 더 과격하게 만들까? (Electoral Studies)

Dr. Julia 2025. 3. 30. 06:58

 

선거가 사람들을 더 과격하게 만들까? 선거 전후로 달라지는 정치 혐오감의 심리학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적으로 상대 진영을 향한 감정이 뜨거워지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 그 감정이 식는 느낌도 받으셨을지도 몰라요. 이 논문은 그런 감정의 변화, 특히 “정치적으로 반대편을 정말 싫어하고 혐오하는 감정”이 선거 전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아주 체계적으로 연구한 흥미로운 논문입니다.

 


🔍 지금까지 연구들이 말해온 것들

“정치가 점점 감정 싸움이 되는 이유는 뭘까?”

정치에 관한 연구에서 최근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감정적 정치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입니다. 이건 단순히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차원을 넘어서, **“정치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은 싫고, 믿을 수 없고, 때로는 위험하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해요.

🧠 감정적 양극화의 특징: ‘싫어하는 감정’은 독립적인 감정이다

먼저 중요한 건, 사람들이 느끼는 이 ‘싫어하는 감정’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 있으니까 자동으로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감정을 **‘독립적인 감정 구조’**로 봐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로 상대 정당(out-party) 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Abramowitz & Webster, 2016).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에요. 예를 들어 Areal (2024)과 Mayer (2017)는 유럽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남을 보여줍니다.

즉, 감정적 양극화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 민주주의 전반에서 발견되는 전 지구적 현상이 된 것이죠.


🧨 감정적 양극화의 결과: 민주주의와 사회의 건강성에 악영향

이러한 ‘정치적 감정의 적대화’는 단지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훨씬 더 근본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사회적 유대 약화: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간의 사회적 접촉이 줄어들고 (Törnberg, 2022)
  • 민주적 규범 약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과 타협이 무너지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Kingzette et al., 2021)

즉, 이런 감정은 그냥 ‘감정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현상이에요.


⏱️ 감정은 고정된 게 아니라 ‘선거’라는 이벤트에 따라 달라진다

이전까지의 많은 연구들이 밝혀낸 중요한 사실 하나는:
👉 “감정적 양극화는 고정된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감정을 건드릴까요? 바로 선거 캠페인입니다.

  • 선거는 사람들의 정당 충성심을 활성화시키고 (Singh & Thornton, 2019),
  • 정당 간 경쟁이 치열하거나, 부정적인 공격이 많은 캠페인일수록 감정적 적대감이 더 크게 상승합니다 (Martin & Nai, 2024; Bassan-Nygate & Weiss, 2022)

즉, 선거는 일종의 **“정치적 감정 온도를 높이는 가열기”**처럼 작용하는 거죠.
하지만 감정은 선거가 끝나면 다시 식을 수도 있습니다.

  • 예를 들어 Gidron & Sheffer (2023)는 선거 결과와 누가 연합정부를 구성했느냐에 따라, 선거 이후 감정이 식는 경우도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 Sandlin (2023)은 미국에서 2020~2022년 사이 폭력 지지 성향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음을 발견했죠.

하지만 그 감정의 상승과 하강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 그래서 이 논문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앞선 연구들은 선거가 감정을 어떻게 '켜고 끌 수 있는지'를 보여줬지만, 여전히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1. 누가 선거 전에는 더 과격해지고,
  2. 누가 선거가 끝나도 감정을 쉽게 식히지 못하는가?

이 논문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급진적 감정(negative radical partisanship)’, 즉 폭력 지지나 상대방의 고통을 즐기는 심리까지 포함한 강도 높은 적대감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심리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합니다.

 


 

📊 연구 방법: 네덜란드 총선 전후의 ‘같은 사람들 추적 설문조사’로 감정의 흐름을 포착하다

이 연구에서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단순한 일회성 설문조사가 아니라 **‘패널 설문조사(panel survey)’**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사람들을 여러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조사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 변화를 관찰했다는 것이죠.

연구팀은 2023년 네덜란드 총선을 전후로 총 4번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시점조사 시기의미
Wave 1 2023년 10월 초 선거 약 두 달 전, 아직 캠페인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
Wave 2 2023년 11월 중순 선거 직전, 캠페인이 한창일 때
Wave 3 2023년 11월 말 선거 직후, 결과가 나온 직후의 분위기
Wave 4 2024년 1월 말 선거 후 두 달이 지난 시점

각 시점마다 응답자들에게 정치적 상대에 대한 감정을 네 가지 방식으로 측정했어요:

  1. 정치 폭력에 대한 지지내가 좋아하는 정당 지지자가 상대 당 지지자를 폭행했다면, 그 행동을 어느 정도까지 정당화할 수 있을까?
  2. 정치적 고소함 (Schadenfreude)내가 싫어하는 당의 지지자가 실직했다면, 마음 속으로 살짝 통쾌하게 느끼진 않을까?
  3. 도덕적 무감각 – 정치적으로 반대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나라를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할까?
  4. 사회적 거리감 – 반대 정당 지지자와 친구가 되거나 가족이 되면 불편하다고 느낄까?

이렇게 수집된 네 가지 항목을 평균 내어 하나의 지표로 묶은 것이 바로 ‘부정적 급진적 정당 편향(Negative Radical Partisanship, NRP)’ 점수입니다. 이 점수를 통해 각 개인이 선거를 중심으로 어떻게 감정이 고조되고, 혹은 식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던 것이죠.

연구진은 이 NRP 점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분석했습니다:

  1. 뜨거워지는 시기 (Wave 1 → 2): 선거가 다가오면서 혐오 감정이 상승하는지
  2. 선거 시점 변화 (Wave 2 → 3): 투표 결과 직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3. 차가워지는 시기 (Wave 3 → 4): 선거 후 시간이 지나며 감정이 식는지

이렇게 동일한 사람을 여러 번 조사하면서 감정의 **‘개인 내 변화’**를 본 것이 이 논문의 핵심적인 방법론적 강점입니다. 특히 네덜란드처럼 정당 체계가 다원적이고 정당 간 갈등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에서 이 현상이 관찰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해요—이런 나라도 뜨거워진다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더 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 어떤 특성이 감정 변화를 예측할까?

누가 선거를 앞두고 더 과격해지고, 누가 쉽게 식지 않는가?

연구팀은 단순히 평균적인 변화만 본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의 감정이 더 쉽게 '달아오르고', 덜 쉽게 '식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 기준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1. 🧑‍🤝‍🧑 표현적 정당 정체성 (Expressive Partisanship)

정당을 그냥 정책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 연결해서 느끼는 정도예요.

  • 예: “사람들이 내가 지지하는 정당을 비판하면, 마치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이런 사람들은 ‘정치=자기 자신’처럼 느끼기 때문에, 반대편을 공격적으로 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죠.

실제로 조사 결과에서도, 표현적 정당 정체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선거 기간에 감정이 확 뜨거워졌고,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감정이 잘 식지 않았습니다.


2. 🧛‍♂️ 어두운 성격(Dark Personality Traits)

이건 조금 더 심리학적인 개념입니다.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있어요:

  • 사이코패시: 충동적이고 공감 능력이 낮은 성향
  • 나르시시즘: 자기중심적이고 과도한 자기애
  • 마키아벨리즘: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교활한 성향

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 공격적이고 무감각한 정치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가정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크게 의미 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예외적으로 사이코패시는 일부 항목에서 폭력 지지나 도덕적 무감각에 영향을 미쳤지만, 나르시시즘과 마키아벨리즘은 감정 변화와 관련이 적었습니다.


3. 🔥 혼란을 원하는 성향 (Need for Chaos)

이건 아주 흥미로운 심리적 특성인데요, ‘세상을 다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싶다’는 성향이에요. 정치적으로 파괴적인 상태를 원하고, 혼란 그 자체에 끌리는 사람들이죠.

  • 예: “사회가 무너져야 진짜 변화가 온다.”
  • 이런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선거를 앞두고 더 과격해졌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감정이 식지 않았어요. 특히 폭력 지지나 고소함 감정에서 큰 영향이 있었죠.

4. 📣 포퓰리즘 성향 (Populist Attitudes)

“엘리트는 부패했고, 진짜 권력은 국민에게 있어야 한다”고 믿는 성향이에요. 정치적 분노나 대립을 강조하는 태도죠. 직관적으로는 이 성향이 NRP와 강하게 연결될 것 같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생각보다 큰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 일부 항목(도덕적 무감각)에서는 약한 영향이 있었지만,
  • 전반적으로는 감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어요.

💡 요약하면?

  • 표현적 정당 정체성혼란을 원하는 성향은 감정 변화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 어두운 성격 요소는 생각보다 영향이 적었고,
  • 포퓰리즘 성향은 거의 변화 예측과 관계가 없었어요.

이 말은 곧,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 자체가 선거와 같은 정치 이벤트에 대한 감정 반응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 결과 요약: 누가 더 ‘달아오르고’, 누가 식지 않는가?

  1. 표현적 정당 정체성이 높은 사람들은 확실히 선거 기간 동안 NRP가 더 많이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감정이 쉽게 식지 않았어요.
    → 선거를 계기로 정치적 적대감이 ‘고착’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입니다.
  2. 혼란을 원하는 성향도 마찬가지로 선거 전후로 감정이 급격히 달아오르며, 선거 후에도 잘 식지 않았습니다.
    → 정치적 혼란을 즐기려는 성향은 정치 혐오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어요.
  3. 사이코패시 성향은 일부 지표(폭력 지지, 도덕적 무감각)에서 선거 시기에만 잠깐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어두운 성격 요소들은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거의 없었어요.
  4. 포퓰리즘 성향은 생각보다 영향력이 작았습니다. 감정 변화와의 연관은 매우 제한적이었어요.

🧩 이 논문이 주는 시사점

이 연구는 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단순한 여론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내면 감정—특히 정치적 혐오감정과 공격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실증연구예요. 특히 다음의 점에서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 부정적 감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선거라는 시간적 계기에 따라 변화한다.
  • 특정 심리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특히 강한 정당 소속감이나 혼란 성향—은 더 쉽게 감정이 고조되며, 선거 이후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 따라서 정치 양극화의 심화는 단순히 언론의 프레임이나 정치인들의 발언 때문만이 아니라, 유권자 개인의 심리적 성향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 마무리하며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단순한 정책 차이보다 더 깊은 감정의 흐름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이 논문은 그 감정이 어떻게 요동치는지를 선거라는 시간을 통해 정밀하게 추적하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건강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