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ey/정치학] Nai et al (2025) 선거가 사람들을 더 과격하게 만들까? (Electoral Studies)
선거가 사람들을 더 과격하게 만들까? 선거 전후로 달라지는 정치 혐오감의 심리학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적으로 상대 진영을 향한 감정이 뜨거워지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 그 감정이 식는 느낌도 받으셨을지도 몰라요. 이 논문은 그런 감정의 변화, 특히 “정치적으로 반대편을 정말 싫어하고 혐오하는 감정”이 선거 전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아주 체계적으로 연구한 흥미로운 논문입니다.
🔍 지금까지 연구들이 말해온 것들
“정치가 점점 감정 싸움이 되는 이유는 뭘까?”
정치에 관한 연구에서 최근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감정적 정치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입니다. 이건 단순히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차원을 넘어서, **“정치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은 싫고, 믿을 수 없고, 때로는 위험하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해요.
🧠 감정적 양극화의 특징: ‘싫어하는 감정’은 독립적인 감정이다
먼저 중요한 건, 사람들이 느끼는 이 ‘싫어하는 감정’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 있으니까 자동으로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감정을 **‘독립적인 감정 구조’**로 봐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로 상대 정당(out-party) 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Abramowitz & Webster, 2016).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에요. 예를 들어 Areal (2024)과 Mayer (2017)는 유럽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남을 보여줍니다.
즉, 감정적 양극화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 민주주의 전반에서 발견되는 전 지구적 현상이 된 것이죠.
🧨 감정적 양극화의 결과: 민주주의와 사회의 건강성에 악영향
이러한 ‘정치적 감정의 적대화’는 단지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훨씬 더 근본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사회적 유대 약화: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간의 사회적 접촉이 줄어들고 (Törnberg, 2022)
- 민주적 규범 약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과 타협이 무너지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Kingzette et al., 2021)
즉, 이런 감정은 그냥 ‘감정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현상이에요.
⏱️ 감정은 고정된 게 아니라 ‘선거’라는 이벤트에 따라 달라진다
이전까지의 많은 연구들이 밝혀낸 중요한 사실 하나는:
👉 “감정적 양극화는 고정된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감정을 건드릴까요? 바로 선거 캠페인입니다.
- 선거는 사람들의 정당 충성심을 활성화시키고 (Singh & Thornton, 2019),
- 정당 간 경쟁이 치열하거나, 부정적인 공격이 많은 캠페인일수록 감정적 적대감이 더 크게 상승합니다 (Martin & Nai, 2024; Bassan-Nygate & Weiss, 2022)
즉, 선거는 일종의 **“정치적 감정 온도를 높이는 가열기”**처럼 작용하는 거죠.
하지만 감정은 선거가 끝나면 다시 식을 수도 있습니다.
- 예를 들어 Gidron & Sheffer (2023)는 선거 결과와 누가 연합정부를 구성했느냐에 따라, 선거 이후 감정이 식는 경우도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 Sandlin (2023)은 미국에서 2020~2022년 사이 폭력 지지 성향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음을 발견했죠.
하지만 그 감정의 상승과 하강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 그래서 이 논문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앞선 연구들은 선거가 감정을 어떻게 '켜고 끌 수 있는지'를 보여줬지만, 여전히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 누가 선거 전에는 더 과격해지고,
- 누가 선거가 끝나도 감정을 쉽게 식히지 못하는가?
이 논문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급진적 감정(negative radical partisanship)’, 즉 폭력 지지나 상대방의 고통을 즐기는 심리까지 포함한 강도 높은 적대감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어떤 심리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합니다.
📊 연구 방법: 네덜란드 총선 전후의 ‘같은 사람들 추적 설문조사’로 감정의 흐름을 포착하다
이 연구에서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단순한 일회성 설문조사가 아니라 **‘패널 설문조사(panel survey)’**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사람들을 여러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조사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 변화를 관찰했다는 것이죠.
연구팀은 2023년 네덜란드 총선을 전후로 총 4번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Wave 1 | 2023년 10월 초 | 선거 약 두 달 전, 아직 캠페인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 |
Wave 2 | 2023년 11월 중순 | 선거 직전, 캠페인이 한창일 때 |
Wave 3 | 2023년 11월 말 | 선거 직후, 결과가 나온 직후의 분위기 |
Wave 4 | 2024년 1월 말 | 선거 후 두 달이 지난 시점 |
각 시점마다 응답자들에게 정치적 상대에 대한 감정을 네 가지 방식으로 측정했어요:
- 정치 폭력에 대한 지지 – 내가 좋아하는 정당 지지자가 상대 당 지지자를 폭행했다면, 그 행동을 어느 정도까지 정당화할 수 있을까?
- 정치적 고소함 (Schadenfreude) – 내가 싫어하는 당의 지지자가 실직했다면, 마음 속으로 살짝 통쾌하게 느끼진 않을까?
- 도덕적 무감각 – 정치적으로 반대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나라를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할까?
- 사회적 거리감 – 반대 정당 지지자와 친구가 되거나 가족이 되면 불편하다고 느낄까?
이렇게 수집된 네 가지 항목을 평균 내어 하나의 지표로 묶은 것이 바로 ‘부정적 급진적 정당 편향(Negative Radical Partisanship, NRP)’ 점수입니다. 이 점수를 통해 각 개인이 선거를 중심으로 어떻게 감정이 고조되고, 혹은 식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던 것이죠.
연구진은 이 NRP 점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분석했습니다:
- 뜨거워지는 시기 (Wave 1 → 2): 선거가 다가오면서 혐오 감정이 상승하는지
- 선거 시점 변화 (Wave 2 → 3): 투표 결과 직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 차가워지는 시기 (Wave 3 → 4): 선거 후 시간이 지나며 감정이 식는지
이렇게 동일한 사람을 여러 번 조사하면서 감정의 **‘개인 내 변화’**를 본 것이 이 논문의 핵심적인 방법론적 강점입니다. 특히 네덜란드처럼 정당 체계가 다원적이고 정당 간 갈등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에서 이 현상이 관찰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해요—이런 나라도 뜨거워진다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더 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 어떤 특성이 감정 변화를 예측할까?
누가 선거를 앞두고 더 과격해지고, 누가 쉽게 식지 않는가?
연구팀은 단순히 평균적인 변화만 본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의 감정이 더 쉽게 '달아오르고', 덜 쉽게 '식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 기준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1. 🧑🤝🧑 표현적 정당 정체성 (Expressive Partisanship)
정당을 그냥 정책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 연결해서 느끼는 정도예요.
- 예: “사람들이 내가 지지하는 정당을 비판하면, 마치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이런 사람들은 ‘정치=자기 자신’처럼 느끼기 때문에, 반대편을 공격적으로 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죠.
실제로 조사 결과에서도, 표현적 정당 정체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선거 기간에 감정이 확 뜨거워졌고,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감정이 잘 식지 않았습니다.
2. 🧛♂️ 어두운 성격(Dark Personality Traits)
이건 조금 더 심리학적인 개념입니다.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있어요:
- 사이코패시: 충동적이고 공감 능력이 낮은 성향
- 나르시시즘: 자기중심적이고 과도한 자기애
- 마키아벨리즘: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교활한 성향
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 공격적이고 무감각한 정치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가정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크게 의미 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예외적으로 사이코패시는 일부 항목에서 폭력 지지나 도덕적 무감각에 영향을 미쳤지만, 나르시시즘과 마키아벨리즘은 감정 변화와 관련이 적었습니다.
3. 🔥 혼란을 원하는 성향 (Need for Chaos)
이건 아주 흥미로운 심리적 특성인데요, ‘세상을 다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싶다’는 성향이에요. 정치적으로 파괴적인 상태를 원하고, 혼란 그 자체에 끌리는 사람들이죠.
- 예: “사회가 무너져야 진짜 변화가 온다.”
- 이런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선거를 앞두고 더 과격해졌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감정이 식지 않았어요. 특히 폭력 지지나 고소함 감정에서 큰 영향이 있었죠.
4. 📣 포퓰리즘 성향 (Populist Attitudes)
“엘리트는 부패했고, 진짜 권력은 국민에게 있어야 한다”고 믿는 성향이에요. 정치적 분노나 대립을 강조하는 태도죠. 직관적으로는 이 성향이 NRP와 강하게 연결될 것 같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생각보다 큰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 일부 항목(도덕적 무감각)에서는 약한 영향이 있었지만,
- 전반적으로는 감정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어요.
💡 요약하면?
- 표현적 정당 정체성과 혼란을 원하는 성향은 감정 변화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 어두운 성격 요소는 생각보다 영향이 적었고,
- 포퓰리즘 성향은 거의 변화 예측과 관계가 없었어요.
이 말은 곧,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 자체가 선거와 같은 정치 이벤트에 대한 감정 반응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 결과 요약: 누가 더 ‘달아오르고’, 누가 식지 않는가?
- 표현적 정당 정체성이 높은 사람들은 확실히 선거 기간 동안 NRP가 더 많이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감정이 쉽게 식지 않았어요.
→ 선거를 계기로 정치적 적대감이 ‘고착’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입니다. - 혼란을 원하는 성향도 마찬가지로 선거 전후로 감정이 급격히 달아오르며, 선거 후에도 잘 식지 않았습니다.
→ 정치적 혼란을 즐기려는 성향은 정치 혐오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어요. - 사이코패시 성향은 일부 지표(폭력 지지, 도덕적 무감각)에서 선거 시기에만 잠깐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어두운 성격 요소들은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거의 없었어요.
- 포퓰리즘 성향은 생각보다 영향력이 작았습니다. 감정 변화와의 연관은 매우 제한적이었어요.
🧩 이 논문이 주는 시사점
이 연구는 선거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단순한 여론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내면 감정—특히 정치적 혐오감정과 공격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실증연구예요. 특히 다음의 점에서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
- 부정적 감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선거라는 시간적 계기에 따라 변화한다.
- 특정 심리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특히 강한 정당 소속감이나 혼란 성향—은 더 쉽게 감정이 고조되며, 선거 이후에도 쉽게 식지 않는다.
- 따라서 정치 양극화의 심화는 단순히 언론의 프레임이나 정치인들의 발언 때문만이 아니라, 유권자 개인의 심리적 성향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 마무리하며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단순한 정책 차이보다 더 깊은 감정의 흐름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이 논문은 그 감정이 어떻게 요동치는지를 선거라는 시간을 통해 정밀하게 추적하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건강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