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정치학] Turnbull-Dugarte and Wagner (2025) 내가 좋아하면 내 편, 싫어하면 저쪽 편? (PSRM)
💡 요약: 내가 좋아하면 내 편, 싫어하면 저쪽 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정치 성향을 알게 되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판단을 하곤 하죠. 하지만 현실에선 상대방이 민주당 지지자인지, 보수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논문은 "사람들이 타인의 정치 정체성을 스스로 추론할 때, 호감도(좋아함 vs 싫어함)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를 실험을 통해 밝혀낸 연구입니다.
이들은 두 개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정치 성향을 투사하고, 싫어하는 사람에겐 정반대 정치 성향을 덮어씌우는 '역투사(counter-projection)' 경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 경향은 정치 정체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진보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두드러졌습니다.
🔍 실험 1: '아이언맨은 공화당일까, 민주당일까?'
- 시각적 쟁점(conjoint) 실험
방법론 요약:
- 실험 대상: 미국과 영국 국민 각 1,600명씩 총 3,200명
- 설문 방식: 각 참가자가 7번의 선택을 하게 되는 시각적 conjoint 설계 → 총 44,800개의 관찰값
- 데이터 수집: Dynata라는 전문 조사 업체를 통해 성별, 나이, 교육 수준, 인종 등 대표성 있는 샘플 추출
무엇을 했나?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마블, 디즈니, 해리포터, 스타워즈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영화 속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다음 두 가지를 묻습니다:
- 이 캐릭터는 어떤 정당 지지자 같나요? (예: 민주당 vs 공화당)
- 이 캐릭터는 좌파일까요, 우파일까요?
캐릭터는 ‘영웅’과 ‘악당’으로 나뉘며, 성별, 나이, 계층 배경 등도 다양하게 구성되었지만 정치적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즉, 참가자들은 캐릭터의 "호감도(valence)"만 보고 정치 성향을 추론해야 했습니다.
결과는?
- 참가자들은 영웅 캐릭터에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투사했고,
- 악당 캐릭터에는 상대 진영의 성향을 투사했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자는 영웅을 민주당처럼, 악당을 공화당처럼 보는 경향이 있었고, 공화당 지지자도 마찬가지 패턴을 보였습니다.
특히 정치 정체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 재미있는 점은 ‘자기랑 같은 정치 성향이다’는 긍정적 투사보다, ‘쟤는 우리편이 아니야’라는 부정적 역투사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 실험 2: 실제 정치 상황에 가까운 시나리오 실험
방법론 요약:
- 실험 대상: 영국 응답자 1,617명 (Prolific 플랫폼 사용)
- 실험 시점: 2023년 10월
- 설계 방식: 전통적인 vignette(상황 묘사) 설계
- 실험 설계 특징: valence(호감도)를 정밀하게 조절했고, 기억 회상을 유도하는 질문을 통해 무의식적 정치 추론을 측정
무엇을 했나?
참가자들은 다음 중 하나의 시나리오를 읽습니다:
- 긍정 조건: 어떤 사람이 자선 단체에 기부를 많이 했다.
- 부정 조건: 어떤 사람이 자선 단체 돈을 횡령했다.
그리고 그 인물의 이름, 나이, 직업 등은 무작위로 바꿔가며 보여줬고, 정당이나 정치 성향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참가자에게 "이 사람은 어떤 정당 소속 시의원이었나요?"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놀랍게도 아무 정보도 없는데도 많은 참가자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착각하며 정당을 지정했습니다.
결과는?
- **15%**의 참가자가 정당 정보를 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을 기억했다고 주장
- 긍정적인 인물에게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덧씌우는 비율이 60%,
반면 부정적인 인물에게는 상대 정당으로 간주한 비율이 74%
즉, 사람들은 좋아하면 자기편이라고 믿고, 싫어하면 무조건 저쪽 편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 여기서도 중요한 점: "이 사람이 몇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나요?" 라는 가짜 질문(플라시보)에는 투사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이 결과는 정치 정체성에만 특별히 민감하게 투사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핵심 개념: 정치적 투사란 무엇인가?
이 논문이 말하는 ‘정치적 투사(motivated political projection)’란, 정치 성향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인물은 내 편일 것이라는 바람에 따라 해석하는 현상입니다. 반대로, **싫은 인물은 무조건 저쪽 진영일 거라 여기는 '역투사(counter-projection)'**도 핵심 개념 중 하나입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인지적 실수라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미지를 지키려는 심리적 동기에 기초합니다. 다시 말해, "좋은 사람은 우리 편, 나쁜 사람은 그들 편"이라는 도식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방어하는 전략인 셈이죠.
🧩 연구의 시사점
- 정치적 감정의 강화: 이 논문은 사람들이 단순히 알고 있는 정치 정보에 반응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추정한 정치 성향에 따라 감정을 더하거나 빼는 경향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 감정적 양극화의 강화: 싫어하는 사람 = 상대 정치 진영이라고 추정하는 경향은 **정치적 적대감(affective polarization)**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 진보 vs 보수의 차이: 흥미롭게도,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보수보다 더 자주, 더 강하게 역투사를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 정서적 거부감(out-group affect)이 더 강한 쪽일수록 투사가 강하다는 점과 연결됩니다.
- 정치적 다양성 오해: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사회라고 느끼게 되며, 이는 오해와 사회적 단절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 마무리: 이 논문이 주는 교훈
정치 성향은 얼굴에 써 있지 않지만, 우리는 타인의 성향을 너무 쉽게 추측하고, 그에 따라 감정을 덧씌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그 추측이 얼마나 정서적 호불호에 기반하고, 실제로는 자주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런 인식은 결국 사회적 갈등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다름에 대한 오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이 꼭 정치적으로도 적인 건 아닐 수 있다는 걸 기억해 볼 필요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