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정치학] Ammassari (2025)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서 여성들은 어떤 식으로 활동할까? (CPS)
🧩 남성 중심 정당? 그런데 여성들이 더 적극적이다?
정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정당 활동은 남성이 더 많이 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정당에 가입하는 비율도, 활동 수준도 대체로 남성이 더 높다는 겁니다. 특히 극우 포퓰리즘 정당, 즉 ‘포퓰리즘 급진 우파(populist radical right, PRR)’ 정당의 경우는 ‘남성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유권자든, 당원, 지도자든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호주의 정치학자 Sofia Ammassari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연구는 이탈리아의 ‘리가(Lega)’와 스웨덴의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이라는 대표적인 PRR 정당의 수천 명 당원을 대상으로 정당 활동 수준을 비교한 것인데요. 놀랍게도 여성 당원들이 남성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문제의식: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서 여성들은 어떤 식으로 활동할까?
“극우 정당은 남성들의 놀이터다.”
그동안 정치학 연구자들이 꾸준히 해온 말입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들에서도, 정당 활동은 남성이 주도하고 여성은 소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게 거의 상식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특히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예를 들어 프랑스의 국민전선, 이탈리아의 리가, 스웨덴민주당 같은 정당들—은 당원도 남성이 많고, 지도부도 거의 남성으로 채워져 있어서 아예 “남성의 정당(Männerparteien)”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이런 극우 정당 안에서 여성들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연구는 별로 없습니다. 여성 유권자들이 왜 극우 정당을 덜 지지하는지, 여성 의원이 왜 적은지는 많은 연구에서 다뤄졌지만, **“여성 당원들이 실제로 당에서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었거든요.
게다가 기존의 연구들은 여성들이 정당 활동을 꺼리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복해서 지적해왔습니다.
-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남성보다 낮고,
- 선거에 나가고 싶은 의지도 상대적으로 적으며,
- 당 안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나 친구가 별로 없고,
- 무엇보다도 극우 정당의 일원이 됐다는 걸 주변에 알리는 게 부끄럽고 무섭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점들은 특히 극우 정당에 더 잘 들어맞습니다. 왜냐하면 이 정당들은 ‘강한 남성상’을 강조하고, 여성의 역할을 ‘가정’ 안으로 묶어두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죠. 회의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무시되거나, 여성 당원이 야망을 드러내면 “너무 나댄다”는 식으로 비난받기도 쉽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활동하기 어려운 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구자들도
“PRR 정당의 여성들은 남성보다 덜 활동적일 것이다”
라는 가정을 해왔고, 특별히 이 가설을 깊게 의심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Sofia Ammassari는 이 통념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정말 그런가? 그럼 직접 데이터를 모아보자.
그녀는 이탈리아의 리가(Lega)와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의 수천 명의 당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남성과 여성의 활동 수준을 비교합니다. 동시에, 단순히 “누가 더 활발하냐”만 따지는 게 아니라, 왜 그런 차이가 나타나는지도 함께 분석합니다.
즉, 이 연구는 단순히 성별 비교를 넘어서,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 안에서 여성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이유로 활동하고 있을까?”
“그들은 왜 이 당에 남고,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
이 질문은 단지 PRR 정당 내부를 이해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여성들이 얼마나, 어떻게, 왜 활동하느냐에 따라 극우 정당의 이미지와 세력 확장까지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 활동가들은 때로는 정당의 급진적인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러니 이건 단지 “여성의 참여”라는 좁은 주제가 아니라, 극우 정당이 왜 점점 더 ‘정상적인 정치 세력’처럼 보이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 이론적 배경: 왜 여성은 극우 정당에서 덜 활동적일 것이라고 여겨졌을까?
지금까지 정치학자들은 꽤 일관되게 주장해왔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정당 활동에 덜 참여한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갈래의 이론적 배경이 있습니다. 하나는 여성의 '정치적 동기'가 낮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 내부의 네트워크에서 소외되기 쉽다는 구조적 설명입니다.
1️⃣ 여성은 ‘정치적 동기’가 낮다?
많은 연구들에서, 여성들은 정당 활동에 필요한 여러 심리적 요인에서 남성보다 낮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정치를 통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정치 효능감(political efficacy)**이 남성보다 낮게 나타나고, “언젠가 내가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정치적 야망(ambition)**도 남성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여성은 사회화 과정에서부터 정치를 자신과 거리가 있는 일로 여기기 쉽고, 정치인이라는 직업 자체도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스스로 후보가 되겠다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건 여성 개인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수십 년에 걸친 성별 사회화와 문화적 기대가 누적된 결과죠. 실제로는 여성들이 가정과 일, 육아, 돌봄 노동까지 모두 감당하면서 시간적 여유도 훨씬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치 참여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존재합니다.
2️⃣ 여성은 정당 안의 ‘네트워크’에 진입하기 어렵다?
정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건 단순히 회의에 참여하거나 전단을 나눠주는 걸 넘어서, 사람들과 연결되고 당 안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런 연결망은 대체로 비공식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이뤄집니다.
여기서 여성은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내의 주요 인물들과 술자리를 가지거나, 친분을 쌓아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은 종종 ‘남성들끼리의 네트워크’를 전제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여성들이 소외되거나, 주변 인물로만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정당 지도부가 특정 인물들을 리쿠르팅(당원 모집)하거나 승진시킬 때, 여성보다는 남성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도 많습니다. 이 역시 당 내부의 '은근한 성차별적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라 할 수 있겠죠.
3️⃣ 극우 정당에서는 이 모든 문제가 더 심해진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문제는 모든 정당에서 어느 정도 작동하지만, **극우 포퓰리즘 정당(PRR)**에서는 그 강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PRR 정당은 본질적으로 전통주의, 권위주의, 민족주의에 기반한 정당입니다. 그래서 여성이 사회 바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보다, 가족 안에서 헌신하는 존재로 남는 걸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민자 혐오 담론을 다룰 때조차도, “이민자 남성이 여성에게 위협이 된다”는 식의 보호주의적 프레임을 사용하면서, 여성을 능동적인 정치 행위자가 아니라 약한 존재이자 보호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강하죠.
이런 정당 안에서는, 여성 당원이 능동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당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보이거나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4️⃣ 또 하나의 장벽: 낙인(stigma)
마지막으로 하나 더.
극우 정당이라는 정치적 정체성 자체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낙인을 동반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 당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PRR 정당 소속이라는 걸 숨기거나,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정당 가입이나 정치 참여가 ‘불편한 일’이 되면, 그냥 관망하거나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지적되어 왔습니다.
📌 요약하면…
연구자들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PRR 정당 안에서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덜 활동적일 거라고 예상해 왔습니다.
- 정치적 자신감과 야망이 낮고,
- 당 내부에서 네트워크 형성이 어렵고,
- 극우 정당의 성별 문화가 전통적이며,
- 정당 소속을 밝히는 게 사회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논리를 바탕으로 Ammassari는 두 가지 기본 가설을 세웁니다:
- 여성은 남성보다 정당 활동에 덜 참여할 것이다.
- 활동의 강도가 높아질수록(즉, 더 헌신적인 활동일수록) 성별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요?
이제부터는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어떻게 연구를 설계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 연구 방법: 당원들을 직접 만나 묻다 — PRR 정당 안에서 여성은 어떻게 활동하는가?
이전까지 많은 정치학 연구들이 투표자 수준이나 국회의원 수준에서 PRR 정당의 젠더 차이를 분석했다면, 이 연구는 시야를 정당 안쪽으로 깊숙이 들이밉니다.
바로 ‘당원’ 수준의 활동성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거죠.
Sofia Ammassari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실제 당원들에게 직접 던졌습니다.
“당신은 이 정당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습니까?”
“왜 그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까?”
“그 과정에서 무엇이 영향을 주었습니까?”
그럼 이 질문들이 어떻게 설계되고 분석되었는지, 하나하나 뜯어보겠습니다.
📍 1. 연구 대상: 이탈리아 리가(Lega)와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
이 연구는 두 개국의 대표적인 극우 포퓰리즘 정당을 선정했습니다.
- 이탈리아의 리가(Lega): 북부 분리주의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반이민·국가주의적 정당으로 전환
- 스웨덴민주당(SD): 한때 극우·신나치 계열로 분류됐으나 최근에는 제도권 정당으로 성장
이 두 정당은 모두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닙니다.
① PRR 계열이며,
② 여성의 정당 대표성이 낮고,
③ 정당 활동의 성별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
이 두 정당 모두 실제로 설문조사에 응답한 당원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 2. 설문조사 구성: 총 1만 명 이상이 응답
- 리가 (Lega): 응답자 총 1223명, 이 중 여성은 405명
- 스웨덴민주당 (SD): 응답자 총 9154명, 이 중 여성은 2228명
이 수치는 단순한 온라인 여론조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실제 당원만을 대상으로 했고, 정당이 공식적으로 조사에 협조했다는 점에서 신뢰도와 대표성이 높은 데이터입니다.
Ammassari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당원들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활동했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합니다.
🧭 3. 핵심 분석 변수: ‘당 활동’을 어떻게 측정했는가?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 변수(outcome)는 바로 **정당 활동 수준(level of activism)**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활동했냐, 안 했냐”로 묻는 게 아닙니다.
Ammassari는 활동의 종류에 따라 그것을 세 단계로 나눕니다.
🔹 저강도 활동 (Low-intensity)
- SNS나 온라인에서 정당 관련 게시물을 공유
- 포스터, 전단지 배포
→ 비교적 시간과 에너지를 적게 들이면서 할 수 있는 활동들입니다.
🔹 중강도 활동 (Mid-intensity)
- 정당 회의나 행사에 참석
- 정책 논의 모임 참여
→ 오프라인 활동이 포함되고, 주기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 고강도 활동 (High-intensity)
- 정당 내 직책 보유 (예: 지역 간부, 조직위원)
- 공직 선거에 후보로 출마
→ 시간, 책임감, 자원까지 모두 요구되는 핵심 활동입니다.
이렇게 활동 수준을 다층적으로 구분함으로써, 단순한 “당 참여 여부”가 아닌 참여의 질과 강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 4. 성별 차이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했는가? (메커니즘 분석)
그럼 단순히 남녀의 활동 수준만 비교했을까요? 아닙니다.
Ammassari는 단순 비교를 넘어서, 왜 여성과 남성 사이에 차이가 나는가를 설명해줄 수 있는 요인들(메커니즘)을 함께 분석합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변수들이 등장합니다.
① 정치적 동기 (Motivation)
- “정치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가?”
- “앞으로 내가 후보가 될 의향이 있는가?”
→ 정치 효능감과 야망이 낮으면, 활동 가능성도 낮을 수밖에 없겠죠.
② 정당 네트워크 (Recruitment & Friendship)
- “당에 누가 당신을 리크루트(추천)했는가?”
- “당에 들어와서 친구를 사귀었는가?”
→ 정당 내에서 연결이 잘 되는 사람일수록 더 활발하게 활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③ 낙인 민감도 (Stigma sensitivity)
- “PRR 정당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드러내기 꺼려지는가?”
→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민감할수록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 5. 분석 방법: 인과 매개 분석 (Causal Mediation Analysis)
👉 "왜 여성의 참여가 다를까?"를 파고드는 통계 도구
Ammassari가 이 연구에서 하고 싶었던 핵심 질문은 단순히
“여성이 남성보다 덜 활동적인가?”
를 넘어서,
“여성과 남성의 활동 수준 차이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였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분석 기법이 바로 **‘인과 매개 분석(causal mediation analysis)’**입니다. 이 분석은 “원인(성별)”이 “결과(정당 활동 수준)”에 영향을 줄 때, 그 영향이 어떤 경로로 작동하는지를 밝혀내는 도구입니다.
🧭 직관적으로 이해해보자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 A: 당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성별)
- B: 정당 내에서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네트워크)
- C: 실제로 얼마나 활동적으로 참여했는지 (정당 활동 수준)
이때 **성별(A)**이 **활동성(C)**에 직접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그 영향이 ‘네트워크(B)’를 매개해서 나타날 수도 있죠.
즉,
- “여성은 네트워크가 약하다 → 그래서 활동을 덜 한다”
라는 간접 경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간접 경로를 **‘매개효과(media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 이 연구에서의 주요 분석 구조
Ammassari는 성별(Gender)을 원인 변수로 두고, 당 활동 수준(Activity)을 결과 변수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왜’ 차이가 생기는지를 설명해주는 중간 요인, 즉 **매개변수(mediators)**로 다음 세 가지를 선택했습니다:
- 정치적 동기(Motivation)
- 정당 네트워크(Network connections)
- 낙인 민감도(Stigma sensitivity)
그리고 각각의 경로를 아래와 같은 식으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 직접효과 (Direct Effect):
성별이 활동 수준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효과
(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덜 활동적일 가능성) - 간접효과 (Indirect or Mediated Effect):
성별 → (정치 동기 / 네트워크 / 낙인) → 활동 수준
즉, 성별이 매개 요인을 거쳐 활동성에 영향을 주는 경로
이 분석을 통해 Ammassari는 이렇게 묻습니다:
“정당 활동에서 성별 차이는 어느 정도가 직접적인 영향이고, 어느 정도가 정치적 동기 부족이나 네트워크 단절, 혹은 사회적 낙인을 통한 간접 영향인가?”
🧪 분석에 사용한 모델: Imai et al.의 프레임워크 활용
Ammassari는 정치학과 사회과학에서 널리 쓰이는 **Imai, Keele, and Tingley (2010)**의 인과 매개 분석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분석을 설계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R 패키지인 mediation을 사용하여 다음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 ACME (Average Causal Mediation Effect): 간접효과의 평균
- ADE (Average Direct Effect): 직접효과의 평균
- Total Effect: 전체 효과 (직접 + 간접)
- Proportion Mediated: 간접효과가 전체 효과 중 얼마나 차지하는가?
이 프레임워크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성별이 매개변수에 영향을 주고, 그 매개변수가 다시 활동 수준에 영향을 줄 때, 그 인과적 연결의 강도와 구조를 숫자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실제 분석 흐름
정리하자면, 분석은 이런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 성별이 각 매개변수(정치 동기, 네트워크, 낙인 민감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측정
- 각 매개변수가 활동 수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
- 이 두 단계를 결합해서 간접 경로의 효과(ACME)를 추정
- 총 효과에서 간접효과가 얼마나 차지하는지 비율 계산 (Proportion Mediated)
이 과정에서 Ammassari는 두 정당(리가, 스웨덴민주당)을 각각 분석하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어떤 경로가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지 비교합니다.
🧩 왜 이 분석이 중요한가?
기존 연구는 단순히 “여성은 활동을 덜 한다”는 사실만을 보여주는 데 그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Ammassari는 이 분석을 통해
“여성 당원이 활동을 덜 하는 것은 그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도 아니고,
단지 여성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들이 연결망에서 배제되고, 정당 소속을 숨기고 싶어하는 압력이
실제 활동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혀냅니다.
즉, 이 연구는 단순한 차이의 관찰을 넘어서,
그 차이가 왜 생기는지를 ‘원인 중심적으로’ 설명해주는 데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 연구 결과: 여성은 오히려 더 활동적이었다?!
이 연구의 가장 놀라운 발견은 단순합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믿고 있던 **‘여성은 극우 정당 안에서 덜 활동적일 것이다’**라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 요약부터 하자면:
- 여성은 남성보다 적어도 동등하거나, 경우에 따라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 특히 중간 정도의 활동(Mid-intensity) 수준에서 여성의 참여율이 더 높았다.
- 그리고 그 이유는 ‘정당에 친구가 있는지’, 즉 내부 네트워크가 핵심이었다.
자, 이제 이 결과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1️⃣ 전체적인 활동 수준: 여성,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
연구자가 조사한 두 정당(이탈리아의 리가, 스웨덴민주당) 모두에서 여성 당원들이 보여준 활동 수준은 남성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 저강도 활동 (Low-intensity)
👉 남녀 모두 큰 차이 없음. SNS 공유, 전단지 배포 등에서는 참여율이 유사. - 중강도 활동 (Mid-intensity)
👉 여기서 여성의 참여율이 남성보다 더 높게 나타남.
회의 참석, 행사 참여 같은 오프라인 활동에서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 고강도 활동 (High-intensity)
👉 이 부분에서는 다시 남성이 우세.
선거 출마나 정당 내 직책 보유 같은 공식 리더십 활동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낮음.
이 결과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정치학 연구에서는 항상 “여성은 활동이 적다”는 전제가 있었고, 특히 극우 정당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클 것이라 믿어졌기 때문입니다.
2️⃣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인과 메커니즘 분석 결과)
이 연구의 강점은 단순한 결과 제시가 아니라,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한 인과 매개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 번째 메커니즘: 정치적 동기 (Motivation)
기존 연구에서는 여성들이 정치 효능감이 낮다고 했지만, 이번 분석에서 나타난 사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 남성보다 여성의 정치적 동기가 약간 낮은 경향은 있었지만,
- 이 요인이 당 활동 수준을 설명하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즉,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활동을 덜 한다는 설명은 여기선 잘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 두 번째 메커니즘: 정당 네트워크 (Friendship & Recruitment)
이 부분이 가장 결정적이었습니다.
- 당 내에 친구가 많거나, 누군가에게 리크루트된 경험이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 특히 여성 당원 중 다수가 “친구를 통해” 당에 들어왔고,
이 친구 관계가 활동 지속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여성은 내부 네트워크가 잘 작동할 때, 오히려 남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건 기존 문헌과도 충돌하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 세 번째 메커니즘: 낙인 민감도 (Stigma)
PRR 정당 소속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감정은,
예상대로 여성에게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이런 낙인 민감도가 여성의 활동성을 실제로 ‘억제’하지는 않았다”
는 점입니다.
즉, 여성 당원들은 자신이 극우 정당 소속임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있음에도,
활동 자체는 그것과 별개로 꽤 적극적으로 이어갔던 것입니다.
🧩 총 정리: 왜 여성은 더 활동적일 수 있었나?
Ammassari의 분석은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 여성은 활동성이 ‘본질적으로 낮은 존재’가 아니다.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면 남성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 기존의 젠더 격차 이론은 PRR 정당의 당원 수준에서는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다.
PRR 정당도 성별에 따라 다른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그 구조는 훨씬 더 유동적이다. - 여성의 활동성은 PRR 정당의 '정상화(normalization)' 과정과도 연결되어 있다.
여성 당원이 많고 적극적으로 활동할수록, 정당은 급진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더 일반적인 정치 집단처럼 보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